우리가 바꿀 수 있어 뚝딱뚝딱 인권 짓기 2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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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기호 ○번 김가온입니다. 제가 전교 회장이 된다면 전 아무것도 걸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교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의 글은 어린이를 위한 인권 책 ‘우리가 바꿀 수 있어!’를 읽고 만약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어떤 공약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 딸아이가 쓴 글의 일부이다. 아이가 쓴 글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생각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였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쓴 이유가 있겠지 싶어 물었더니, 공약을 내세워 잘 지켜지는 걸 보지 못했다, 공약을 내걸고 지키지 못할 거라면 거짓을 말하지 않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분명 결과도 좋을 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거라 생각해서 쓴 글이란 말을 듣고는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니어서 다행인 한편, 기성세대들이 보여준 모습과 그 모습을 보고 학습한 아이들의 모습이 밝지 않아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산재해 있다는 것을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는 이 책에서는 작은 사회인 교실과 학교에서 대표를 뽑는데 참여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 나아가 한 나라의 대표를 뽑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성과 맑은 물과 공기, 깨끗한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어려운 문제가 된 현실, 가난이 결코 게을러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와 경제 문제와 맞물려 가난을 피부처럼 지니고 살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나서서 해결을 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해준다. 또 가난으로 인해 상처받는 어린이들의 아픈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서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준다.

 

 

무시무시한 전쟁이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한 인위적인 재앙이라는 것, 사람의 인격은 누구나 같은데 갖가지 이유로 서열을 정해 민족과 민족이 싸우고, 이웃과 이웃이, 부모형제가 싸우는 모습에서 남녀노소, 인종, 학벌 등 모든 것을 초월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힘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또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음을, 특별히 장애를 가져서 더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님을, 이들 역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로 인한 벽 때문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모든 인권에 대한 문제가 지식만으로, 마음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 있는 소수가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해 저지르는 수많은 실수를 줄이고, 나부터 시작해 나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고 따라 하고픈 생각이 들도록 먼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슬픔과 불행, 고통, 불신이 이 사회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쁨과 행복, 믿음과 같은 것들로 채우는데 우리 아이들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인권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을 이용해 자신만의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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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지음, 한준경 그림 / 상상의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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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미국으로 망명해 갖은 고생을 하며 독립자금을 댄 아버지 김순권으로부터 자신의 몸 하나만 편한 일을 찾지 말고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라는 말씀을 듣고 군인이 된 김영옥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자신이 맡은 소대원들 또한 조국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일본인들이어서 갑절의 노력과 고난을 받는다.

 

“보통 미군은 한 개의 전쟁만 치르면 되겠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싸우는 전쟁 말이야. 하지만 우리들은 미국이 우리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상대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해.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전쟁을 더 치러야 하네. 바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는 한국인에 대해 쏟아지는 편견이야. 하지만 난 이 세 개의 전쟁 모두 질 수 없어.”

 

위는 김영옥이 첫 임무를 앞두고 소대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이 말에 고무된 소대원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향하지만 김영옥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된다. 막상 전투에 임했을 때 두려움으로 인해 행여 부끄러운 행동을 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아프리카에 도착했지만, 유색 인종 부대에 전투 임무를 맡기지 않는 차별을 당하자 앞장서서 최전선으로 배치해 줄 것을 주장해 남다른 지략으로 승리하며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던 김영옥은 전우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적을 향해서도 불필요한 피를 보는 일을 피하는 등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군 생활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드러낸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군인이 아니었음에도 다시 입대해 참전하고, 이때 비참한 생활을 하는 고아를 만난 것을 계기로 500명이 넘는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놀라운 일을 해낸다. 민간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정 폭력 피해 여성 보호소를 운영하고, 정치인을 설득해 받은 예산으로 한인 건강 정보 센터를 설립 운영한다. 한인 타운 청소년 회관과 한미 연합회의 발전을 꾀하고, 한미 박물관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재미 일본 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힘을 쓰면서 진정한 인도주의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몸소 보여주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게 발휘될 수 있는 가를 알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을 읽고 나서야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편견’이라는 굴레에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해 두고 포기하지 않았으며, 국적과 피부색을 불문하고 인간의 존엄함을 깨닫게 한 그의 인생은 수십 년이 흐른 후에 여러 나라에서 그의 공적을 재심사해 훈장을 수여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진짜 영웅, 아름다운 영웅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를 만나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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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책 - 롤프의 세계 여행 상상의눈 지식그림책 2
최설희 글, 양종은.이동승 그림, 박경 감수 / 상상의집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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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며칠 사이에 있던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다시 빠르게 올라가는 건물을 보면 기술이 좋은 건지, 날림인지 알 수 없어 어안이 벙벙해진다. 작년 봄, 초중고를 다녔던 동네를 20여년 만에 찾았다가 너무도 많이 변해 버린 모습에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한참을 찾지 못해 낭패를 본 일이 있었는데, 이럴 때 휴대용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 지도책’에서 대한민국을 두루 돌고 갔던 산타 할아버지와 롤프에게 산타 마을 족장 산달프가 특명을 내리는데, 바로 ‘사슴 썰매에 네비게이션을 달기 위해 네비게이션에 담을 세계 지리와 기후 정보를 조사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세계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어야 하는 산타와 사슴에게 네비게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일.

 

부푼 마음으로 멋진 카메라와 세계지도를 챙겨 세계 구석구석을 돌기 시작한 산타 할아버지와 롤프. 먼저 세계지도를 보고 5대양과 6대주의 영역과 기후를 살펴 본 후 처음 당도한 곳이 북부 유럽이다. 북극과 가까워 겨울이 길고 빙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북부 유럽. 빙하가 움직여 땅을 깎아 계곡이 만들어지고, 이곳에 바닷물이 차서 형성된 피오르가 많은 노르웨이, 화산 활동이 많아 수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쓰는 아이슬란드, 그래도 대서양 근처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가 올라와 바닷가에 사람이 많이 모여 산다.

 

 

 

서부 유럽, 영국에 도착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하는 산타 할아버지가 민망한 롤프. 그러나 햇빛을 보기 힘든 기후 탓에 해만 뜨면 너나없이 일광욕을 즐기는 곳임을 알게 되었으니 핀잔을 늘어놓는 것은 금물. 바다를 지나온 습기 많은 바람은 영국의 산맥을 넘지 못하고 서쪽에만 비를 뿌리고, 평야가 많은 프랑스에서 나는 포도주는 세계가 알아준다. 따뜻한 기후에 풀밭이 많은 서부유럽에서는 소를 많이 키워 낙농업이 발달했다. 편서풍 덕을 봐 풍차를 돌리는 네덜란드를 보니, 편서풍이 불면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오는 황사로 골치를 앓는 우리나라와 너무 비교가 되어 좀 속상하다.

 

이렇게 남부 유럽과 지중해, 동부 유럽,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오세아니아, 극지방을 숨 가쁘게 돌고 산타 마을로 향하는 산타할아버지와 롤프 덕분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극지방 곳곳까지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큰 웃음소리가 들리겠다.

 

이야기꺼리가 많은 지역은 세분화하고 큼지막한 지도로 지형을 살피니 눈에도 잘 들어오고, 기후의 영향을 받은 각 지역의 특성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은 ‘세계 지도책’은 등장인물도 여타의 캐릭터와 비교해 봤을 때 뒤지지 않아 캐릭터를 상품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변화무쌍한 변신의 귀재 산타와 귀요미 롤프로! 어떤가? ^^

 

책을 읽고 딸아이와 조카를 데리고 나라이름 빙고게임을 했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빙고게임, 재미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나라 이름도 익히고,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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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도책 - 롤프의 우리나라 여행 상상의눈 지식그림책 1
최설희 글, 눈감고그리다 외 그림, 박경 감수 / 상상의집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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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유난히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자주 생겼다. 명절이나 연휴 기간은 아니어서 막힘없이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니 3-4시간이면 충분한데도 꼭 지나치지 못하고 들려야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휴게소’다. 장거리 여행할 때 휴게소 한 번 들리지 못하면 아이보다 더 서운해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화장실을 핑계로 오징어와 쥐포, 커피, 델리만쥬 등 먹을거리를 잔뜩 사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먹곤 하는데, 참 신기하게 생각되는 건 지명이다. 내려가면서 들린 휴게소 이름을 분명 기억한다 해놓고도 올라올 땐 헛갈려 이쯤에서 쉬었던 거 같은데... 하고 말하면 남편과 아이는 동일한 곳이 아니라고 합창을 한다. 길눈이 지독히도 어두운 길치중의 길치라 항상 거기가 거기인 듯해 말을 꺼낼 때마다 남편한테 핀잔을 듣는 나는 “나라는 좁은데 무슨 지명이 이리도 많아?” 하며 도리어 툴툴댄다.

 

이러한 연유로 아직도 어떤 지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나는 그래도 살면서 크게 불편을 겪지 못하는데, 4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의 공부를 처음 봐준다고 선행이란 걸 하다가 꽉 막혀버린 사건이 생겼다. 아니, 뭐 벌써부터 이런 걸 배운다냐... 축척이 어떻고 방위가 어떻고, 등고선, 지역의 특색 등등...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걸 배웠나 싶을 만큼 가물가물한데, 아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 무슨 선행이냐. 여태도 안하고 잘 살았는데... 나중에 복습이나 하면 모를까 하면서 두어 번 하다 포기하고 만 후 ‘요즘 아이들 참 공부하기 힘들겠구나!’하는 연민의 마음만 가득 품고 돌아서려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즈음, 딱딱하게 ‘공부다!’ 하고 다가서는 것 보다 재미있는 책으로 한 번 우리나라 지리나 익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롤프의 우리나라 여행’ - 우리나라 지도책을 만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산타와 빨간 코 사슴 롤프가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지도를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사이사이 도시의 형성과정이나 기후, 특산물 등 다양한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먹을 것을 찾는 데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롤프와 가는 곳 마다 베스트 드레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멋쟁이 산타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줄글 외에도 대화를 주고받는 곳에서 지명이나 특산물에 대한 유래와 특징을 알 수 있게 해주니 딱딱한 글로 정보를 나열한 것보다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마침맞게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누군가 쓰고 버린 중학생용 사회과부도를 발견해 전국 지도를 오려서 퍼즐을 만들어 아이와 품앗이 하는 친구가 함께 책도 읽고 퍼즐도 맞춰보는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퍼즐을 두세 번 맞추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확실히 알겠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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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 - 여성 운동의 큰어머니 이이효재 우리 인물 이야기 27
박정희 지음, 최현묵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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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시할머니가 100세 가까운 나이인데도 살아 계시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연령이 늘어났다 해도 100년 가까이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만,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자손들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한 세기를 살다간 사람이 뿌린 씨앗과 생명력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작년 99세로 별세하신 할머니와 올해 100세로 별세하신 시할머니는 죽음으로 하많은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늘 두 분의 할머니를 볼 때마다 건강 이외에 생각했던 것이 내가 그렇게 오래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내게 하나뿐인 딸아이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노년까지도 주체적이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이 고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직은 장년의 시기에 무엇을 하고 살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70을 전후한 나이에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2년간 책읽어주기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교감하며 많은 감동과 보람을 얻어서이다.

 

이름도 낯선 ‘이이효재’란 분이 80이 넘어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란 책을 처음 보고 ‘어머나, 내 꿈처럼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잖아!’ 하며 즐겁게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두껍지 않은 이 책에 짤막하게 쓰인 이이효재 할머니의 88년 이야기는 너무도 고단하고 가슴 벅찬 일로 가득해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식민지 시대에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온갖 험한 일을 겪고 만주와 미국을 오가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이효재.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김좌진 장군을 도와 청산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는데 기여한 이범석 장군을 살렸던 고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모처럼 나라를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을 꾼 이이효재.

 

 

 

미국에서 사회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한국 여성들의 삶이 왜 그렇게 힘든지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여성 차별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여성의 문제 해결에 여성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이이효재.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인물에 대해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 이러게 살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와 삶 전부를 내어 준비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게 너무 당연시 되는 게 아닌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많은 과목 중에서 우리인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이효재 할머니가 꿈꾸고 가꿔온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나와 딸아이로 인해 조금 더 모양이 갖춰지길 꿈꾸는데,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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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2012-02-2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쓴 박정희입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의 글이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하는군요.
이이효재 선생님은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이 영원이 고마워해야 할 큰 어른이시지요.
해방 후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이론을 제공해 온 분이시거든요.
원래 이 원고보다 세배 많은 분량을 줄이고 줄이느라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