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지음, 한준경 그림 / 상상의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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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미국으로 망명해 갖은 고생을 하며 독립자금을 댄 아버지 김순권으로부터 자신의 몸 하나만 편한 일을 찾지 말고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라는 말씀을 듣고 군인이 된 김영옥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자신이 맡은 소대원들 또한 조국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일본인들이어서 갑절의 노력과 고난을 받는다.

 

“보통 미군은 한 개의 전쟁만 치르면 되겠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싸우는 전쟁 말이야. 하지만 우리들은 미국이 우리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상대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해.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전쟁을 더 치러야 하네. 바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는 한국인에 대해 쏟아지는 편견이야. 하지만 난 이 세 개의 전쟁 모두 질 수 없어.”

 

위는 김영옥이 첫 임무를 앞두고 소대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이 말에 고무된 소대원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향하지만 김영옥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된다. 막상 전투에 임했을 때 두려움으로 인해 행여 부끄러운 행동을 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아프리카에 도착했지만, 유색 인종 부대에 전투 임무를 맡기지 않는 차별을 당하자 앞장서서 최전선으로 배치해 줄 것을 주장해 남다른 지략으로 승리하며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던 김영옥은 전우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적을 향해서도 불필요한 피를 보는 일을 피하는 등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군 생활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드러낸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군인이 아니었음에도 다시 입대해 참전하고, 이때 비참한 생활을 하는 고아를 만난 것을 계기로 500명이 넘는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놀라운 일을 해낸다. 민간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정 폭력 피해 여성 보호소를 운영하고, 정치인을 설득해 받은 예산으로 한인 건강 정보 센터를 설립 운영한다. 한인 타운 청소년 회관과 한미 연합회의 발전을 꾀하고, 한미 박물관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재미 일본 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힘을 쓰면서 진정한 인도주의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몸소 보여주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게 발휘될 수 있는 가를 알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을 읽고 나서야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편견’이라는 굴레에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해 두고 포기하지 않았으며, 국적과 피부색을 불문하고 인간의 존엄함을 깨닫게 한 그의 인생은 수십 년이 흐른 후에 여러 나라에서 그의 공적을 재심사해 훈장을 수여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진짜 영웅, 아름다운 영웅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를 만나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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