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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도책 - 롤프의 우리나라 여행 ㅣ 상상의눈 지식그림책 1
최설희 글, 눈감고그리다 외 그림, 박경 감수 / 상상의집 / 2011년 7월
평점 :
올해 초부터 유난히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자주 생겼다. 명절이나 연휴 기간은 아니어서 막힘없이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니 3-4시간이면 충분한데도 꼭 지나치지 못하고 들려야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휴게소’다. 장거리 여행할 때 휴게소 한 번 들리지 못하면 아이보다 더 서운해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화장실을 핑계로 오징어와 쥐포, 커피, 델리만쥬 등 먹을거리를 잔뜩 사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먹곤 하는데, 참 신기하게 생각되는 건 지명이다. 내려가면서 들린 휴게소 이름을 분명 기억한다 해놓고도 올라올 땐 헛갈려 이쯤에서 쉬었던 거 같은데... 하고 말하면 남편과 아이는 동일한 곳이 아니라고 합창을 한다. 길눈이 지독히도 어두운 길치중의 길치라 항상 거기가 거기인 듯해 말을 꺼낼 때마다 남편한테 핀잔을 듣는 나는 “나라는 좁은데 무슨 지명이 이리도 많아?” 하며 도리어 툴툴댄다.
이러한 연유로 아직도 어떤 지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나는 그래도 살면서 크게 불편을 겪지 못하는데, 4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의 공부를 처음 봐준다고 선행이란 걸 하다가 꽉 막혀버린 사건이 생겼다. 아니, 뭐 벌써부터 이런 걸 배운다냐... 축척이 어떻고 방위가 어떻고, 등고선, 지역의 특색 등등...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걸 배웠나 싶을 만큼 가물가물한데, 아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 무슨 선행이냐. 여태도 안하고 잘 살았는데... 나중에 복습이나 하면 모를까 하면서 두어 번 하다 포기하고 만 후 ‘요즘 아이들 참 공부하기 힘들겠구나!’하는 연민의 마음만 가득 품고 돌아서려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즈음, 딱딱하게 ‘공부다!’ 하고 다가서는 것 보다 재미있는 책으로 한 번 우리나라 지리나 익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롤프의 우리나라 여행’ - 우리나라 지도책을 만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산타와 빨간 코 사슴 롤프가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지도를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사이사이 도시의 형성과정이나 기후, 특산물 등 다양한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먹을 것을 찾는 데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롤프와 가는 곳 마다 베스트 드레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멋쟁이 산타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줄글 외에도 대화를 주고받는 곳에서 지명이나 특산물에 대한 유래와 특징을 알 수 있게 해주니 딱딱한 글로 정보를 나열한 것보다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마침맞게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누군가 쓰고 버린 중학생용 사회과부도를 발견해 전국 지도를 오려서 퍼즐을 만들어 아이와 품앗이 하는 친구가 함께 책도 읽고 퍼즐도 맞춰보는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퍼즐을 두세 번 맞추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확실히 알겠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