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평점 :

요즘들어 시가 내게 걸어온다.
한참 바쁠 때는 시를 읽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약간의 여유도 있고
시를 읽는다는 것이 기쁨이다.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는 임동확시인이 시를 읽고 시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이다.
들어가는 글에 보니 시인의 큰 딸 방에서 시의 기법이나 형식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심성이나 느낌조차 정답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안타까움을 느끼고 저자는 아마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학창시절 시를 읽고 느끼기 보다는 정답을 맞춰가면서 공부를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시에 대한 감동이 확 줄고 시를 읽는다는 것조차 공부의 일부였던 것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이 본래 시인으로 태어났으며 이 지상에 시적으로 거주한다는 말을 굳게 믿고 이렇게 제목을 정한 것이다.
이 책 속의 시들은 깊이가 있다.
가볍게 읽는 시는 아니며 시를 한 편 읽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사색에 잠기게 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여기에는 30편의 시와 평론이 적혀있는데 한 편 한 편 새롭고 좋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도 나에게 좀 더 와닿는 시를 굳이 꼽자면 황지우의 나는 너다17을 꼽고 싶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황지우 시인의 팬이었기 때문인지 이 책 속의 이 시가 더 다가온 것 같다.
나는 너다17
황지우
내가 먼저 대접받기를 바라진 않았어! 그러나
하루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
다시 이쪽을 바라보기 위해
나를 대안으로 데려가려 하는
환장하는 내 바바리 돛폭
만약 내가 없다면
이 강을 나는 건널 수 있으리
나를 없애는 방법,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뿐!
사랑하니까
네 앞에서
나는 없다.
작두날 위에 나를 무중력으로 세우는
그 힘.
이 시를 접한 나의 느낌은 '그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하는 끄덕임.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인 것 같다.
사랑하니까 네 앞에 나는 없다! 란 구절에는 그냥 내가 무너져버리는 느낌이랄까.
자아라는 강을 벗어나야 사랑의 상대인 타자가 머무는 저편의 강기슭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저자의 해설이 돋보인다. 시에 대한 평이 마치 시처럼 느껴질 만큼 저자는 깊이있는 성찰이 느껴진다.
사랑하니까 네 앞에 나는 없어지는 사랑.
나 역시 그런 사랑이 그리워진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은 학창시절 때부터 좋아하던 시였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다.
사색적이면서도 순수한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다.
김현승의 절대고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고독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하는 고독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감성을 깨우고 아름다운 시들과 만나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시만 읽었을 때랑은 좀 더 깊이있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시에 대한 해설이 있어서 나의 느낌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