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다.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아무리 달려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꿈처럼, 나는 내가 목격한 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침묵을 지키며 보지 않은 척한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해도, 무엇인가를 본 이후는 그 이전과 같지 않다



대학 1학년 때 과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어. ˝너는 네가 이 나라에 안 태어 났어도 데모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 같이 가두시위를 나가자고 친구에게 권했더니,
그 친구가 짜증을 내며 내게 묻더구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 길거리 좌판에 마르크스 책을 늘어놓고 팔아도 아무 죄가 안되는 나라에서 내가 태어났다면 나는 데모를 했을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땅의 중력에 끌어 당겨져,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하며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너는 상황 논리를 살고 있는 것이니, 아니면 너의 진심을 살고 있는 것이니를 묻는 것 같았던 그 말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남아 있 었지만, 나는 내가 속한 중력에 충실하고자 했었어. 세상의 아흔아홉 사람이 슬퍼하는데, 나만 행복하거나 기쁠 수는 없다고, 나는 너무나 그렇게 선택받은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죄책감 없이 행복이나 충만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 시간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 p179



당신이 잘 지내는 것이 나의 안녕 조건이라는 문장에 마음이 내내 멈춘다


아.. 사진은 1992년 동아일보 파업 현장에서 선배 기자가 찍어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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