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 한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조국 전 장관 일가에게 느꼈던 분노가
윤석열 정권 앞에선 꺽이는 것인가?
왜 거악에는 분노할 줄 모르고, 불의를 보면 참고 제 불이익에만 민감하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는 것인가?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