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어리던 시절은 이제 아마도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는 자신이 어른이라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라는 존재는 죽음을 통해서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큰 교육을 하는 건지도 몰랐다. 좋게도 나쁘게도.

그 아이는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고통을 당해야만 할까? 어째서 겨우 여섯 살의 나이로 삶을 마쳐야 하나? 과학자 나부랑이인 겐토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때때로 자연은 인간에게 잔혹할 정도로 차별 없이 불평등을 안겨 주었다.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박사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동료들이 차례로 죽어 가는 극한 상황 속에서 강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넘겨왔던 작은 손. 그 작은 손에는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안아 주었던 때의 감촉이 남아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루벤스의 가슴은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복받쳤다. 눈 앞에 있는 노인이 가혹한 운명과 싸우면서 살아남아 주었다는 것과, 그가 지켜온 생명에 대한 감사였다.

생명이라는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예거, 참아. 나도 견디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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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미쓰를 원망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산다는 것은 힘들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더욱 험하다. 그래도 언니는 도망쳐서 지금도 어디선가 살고 있다. <음력 열엿새 밤에 내리는 비>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위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음력 열엿새 밤에 내리는 비>

유곽의 문이 열린다. 창녀가 병으로 죽어도, 그 죽은 여자를 생각하며 우는 사람은 있어도, 어김없이 유곽은 문은 열고 꽃을 판다. 그리고 죽은 창녀의 방에는 언젠가 다른 여자가 살고, 향이 다 타서 없어지듯 기억도 풍화되어 어딘가로 사라진다. 어차피 창녀란 어디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없어져도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어젯밤 유곽에 나오기 전에 울면서 한 생각을 떠올린다. 아니, 대신은 없어. <고드름처럼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 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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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함에 대한 신뢰, 유머 그리고 박찬욱감독님의 말씀처럼 희망은 버리지만 힘내는... 살아갈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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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이란 최후의 일분 일초까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둘도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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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1
존 발리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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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그들의 삶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카고에서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있었다. 내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시카고에서의 삶을 비록 설사처럼 고약하기는 해도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그 정도로 발가벗겨지길 원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잠시 그 문제를 고민해보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가 나보다 더 나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겁을 먹고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도 거짓말을 못하는 내 몸이 다 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온몸이 떨렸다.(중략) 나는 나의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켈러 사람들이 모두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곳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 내면의 자아를 어두운 옷장 안에 구겨 넣고 썩어가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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