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1
존 발리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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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삶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카고에서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있었다. 내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시카고에서의 삶을 비록 설사처럼 고약하기는 해도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그 정도로 발가벗겨지길 원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잠시 그 문제를 고민해보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가 나보다 더 나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겁을 먹고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도 거짓말을 못하는 내 몸이 다 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온몸이 떨렸다.(중략) 나는 나의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켈러 사람들이 모두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곳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 내면의 자아를 어두운 옷장 안에 구겨 넣고 썩어가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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