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를 실패의 순간에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이었다고 했다. 직장에서 업무 실수로 주눅이 들었을 때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고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실패의 순간, 길을 잃고 헤맬 때 힌트가 되어줄 본격 독서 의욕 증진 에세이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나누었다. 무능한 나를 마주할 때 글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임에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책에는 허우적거림이 많은 사람, 청소하는 사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 등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도 그대로의 삶을 감당하고 있었다.

 

저자가 자투리 시간까지 모아 책을 읽는 것은 도피하고 싶어서였다. 하루에 6~7시간 책을 읽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일은 독서였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꿈도 찾아보자 싶었다. 육아서도 읽었지만, 육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내 삶과 공통점, 차이점을 찾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모아둔 정보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육아 아이템 협찬과 체험단 등 혜택을 누렸다. 수많은 의심과 자기 비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8번이나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 정말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되었는지 과정을 설명한다. 검색 시장에서의 위치, 진행하고 있는 챌린지를 생각하면 네이버는 정확한 정보, 양질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읽었다면 기록해야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기록은 결과물이다. 누구든 결과물을 마주하면 뿌듯해질 것이다. 문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자 조금 어려운 책도 집어 들 용기가 생겼다. 책을 읽은 후 책, 감정, 3가지 기록만으로 달라졌다.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어 내려갈 때는 힘든 줄 몰랐지만, 모임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면 귀찮아져서 감당하는 순간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생각보다 책 읽는 시간이 많지 않아 놀랄 수도 있는데 저자의 독서 핵심은 병렬 독서였다. 책을 고를 때 목차의 전개가 마음에 들면 뒤표지를 살펴본다. 쟁쟁한 사람들의 추천사가 있지만 추천사를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니어서 무엇보다 책을 읽는 태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으면(기록), 실천한다. 완벽한 독서의 흐름이다.p190

 

많은 독서가들이 책을 지저분하게 본다고 하지만,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책 사진을 찍어두면 블로그에 리뷰를 쓸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했다. 질문을 품고 책을 읽는다. 필사를 하면 책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서 눈으로만 읽을 때는 하지 않았을 저자의 마음도 헤아려 보면서 나의 마음을 만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좋은 문장이 있으면 필사도 해봐야겠다.

 

무엇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다양하다. 재미, , 의미, 성장 등 무리하지 않아야 지속할 수 있다. 주어진 삶을 잘 이해하고 기록해서 나와 같은 질문을 품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 삶을 잘 살아야 하기에 좋아하는 책을 도구 삼아 배운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을 만들면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었고 책에 기대어 감상과 생각을 적다 보면 반복되는 말을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타인의 행복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삶, 다른 세계, 여러 가능성을 책을 통해 제시하고 싶은 마음으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가입하고 여섯 권의 책을 읽었다. 혼자서 많은 책을 읽어와서 모임 쯤이야 생각했다가 큰코를 다쳤다. 책을 읽는 행위나 모임을 한다는 것은 체력이 받쳐줘야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저자가 책을 택하고 다른 삶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었듯 자신만의 시선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찾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
김규범 지음 / 대한출판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유튜브 채널 <사월이네 북리뷰>를 통해 고전문학을 비롯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라고 이야기하는 서양 고전문학 22편이 녹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음을 가진 이들의 예상 밖 행동에 당황할 뿐이다.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좋음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을 던진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게 하려면 내가 단단해져야 한다.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고전을 추천한다. 고전을 읽고 필터링을 하며 사색을 할 수 있다. 고전에는 실패도 있고 성공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니 스스로 배울 수 있다.

 

타인은 개인의 모든 이야기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겉모습만 보고 자신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나는 절대적인 나로 존재한다. 비교는 나의 부족함을 드러낼 뿐이다. 소설 <싯다르타>를 통해 세상이 말하는 좋음을 이야기한다.

 

싯다르타는 속세를 경험하기 위해 마을로 향한다. 속세는 그가 계속 버리려고만 한 욕망, 분노, 욕심, 사랑, 물질 등을 받아들이기로 한 공간이다. 시간이 흘러, 오랜 친구인 고빈다와 재회했다. 두 사람은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파인 노인이 되었다. <싯다르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사례는 남을 따르는 것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개성은 각자의 만족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한 번 읽고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모든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고, 내 행동은 나만의 개성에 기인하기에,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언제나 나로 설정해야 한다. 타인이 좋다는 것이 아닌 내가 좋은 것을 찾고, 누가 뭐라 해도 내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우리의 삶에 당당함과 만족을 줄 것이다.

 

저자는 고전문학 완독이 어렵다는 말은 완독을 못 해 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정말 어려운 것은 완독 이후다. 읽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다 읽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하였다.

 

조심스러운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차별은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 상대를 멸시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인해 생겨난 미움이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외투>의 아카키는 9등 문관으로 성실하게 일에만 집중한다. 그는 매년 큰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을 외투 한 벌로 버텨왔지만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꽤 비싼 가격을 치르고 새 외투를 장만한다. 연회에 참석했다 늦은 밤 강도에게 외투를 빼앗기고 만다. ‘중요 인사에게 핀잔과 질책만 듣고 발길을 돌린다. 결국, 절망한 채 집에 돌아온 아카키는 끙끙 앓다가 사망했다. 어느날 부터 아카키의 유령이 도시에 출몰해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기 시작한다. 그 중요 인사의 외투를 빼앗은 후에야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이렇듯, 시선은 평등해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기에 예의와 규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시선이 평등해지면 그 순간부터는 이해하지 못할 인간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고전문학을 읽는 것을 고전 독서라고 하는데 이 말을 줄여서 고독(古讀)’이라 부른다. 고전은 폭포, , 개울 등처럼 각자의 모양으로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힘을 전할 영감을 전하니까.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고 제목을 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를 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평범한 인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한 남성의 자서전을 읽어보는 액자식 구성으로 서술되어 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자신들과 마주하는 매우 사적인 소설 이다. 지나온 삶에서 후회를 찾아내기는 쉽다. 반대로 좋은 기억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우리 삶에 후회할 일이 더 많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적기 때문에 더 쉽게 찾는 것이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맞추지 못하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며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에게는 구원이 필요하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유이다. 저자는 책에서 제안하는 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이기적 평등, 수평적 인간관계, 나만의 질서, 버티기는 모두 니체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라고 한다.

 

책은 나는 왜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었다.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가장 먼저 목표하는 좋음을 누가 정의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세상의 좋음을 배우고 실천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전문학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중심을 나에게 맞추는 연습을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여름 노랑나비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그 여름 노랑 나비]는 열여섯 살 소녀와 아흔 살 할머니가 나눈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다. 저자는 현재 전쟁 뉴스를 통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우리나라 역시 6.25 전쟁을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할까? 질문에 빠져 있을 때 엄마가 들려줬던 노랑나비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한다.

 

열여섯 채고은, 3 민감한 나이에 외할머니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유롭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도, 할머니와 지내는 것도 나의 의지대로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할머니는 치매 때문에 열일곱 살이던 때로 돌아가곤 하는데 6.25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할머니 컨디션이 좋은 날에 이야기는 이어진다. 당시 여자들은 살림을 배워 시집을 잘 가면 그만이던 시절이었다. 친구 화자, 순덕이와 무명천에 수를 놓았다. 화자는 수실을 사기 위해 엄마 몰래 겉보리 한말을 꿍쳐다 광속에 숨겨놓고 방물장수를 기다리고 있다. 순덕이는 재밌는 이야기를 곧잘 하는데 노랑나비 이야기를 해주었다. 황장군이 의병들하고 청군과 맞서 싸우다 죽고 말았는데, 사람들이 슬퍼하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황장군 몸에 앉아 같이 슬퍼하더란다. 나비도 같이 묻어줬다고 해서 황나비무덤이라 불렀다고 한다.

 

해방이 되어 살만한 세상이 오려나 했는데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잡아가고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 풀려난 사람은 운이 좋은 경우였다. 삼촌은 돌아가시고 오빠는 처가에서 선을 대 풀려났다.

 

고은이는 외할머니를 목욕을 시켜 주면서 늙으면 머리카락도 힘이 없어지는구나 할머니와 지내면서 늙는 게 어떤 건지 배우는 것 같았다. 6.25 전쟁이 나자 먼저 오빠와 새언니를 처가로 피란을 보냈다. 순덕이와 화자도 식구들 따라 피란을 갔다. 가족들은 방공호에 몸을 숨겼다. 수실이 넉넉해 수를 놓다보면 친구들 생각이 절로 났다. 하늘에 유엔군 비행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포탄이 떨어지자 그것을 먼저 줍겠다고 형보다 먼저 움직였던 삼수 동생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할머니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는데 총알이 날아다니고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산 사람들은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다고 했다. 처음 북한군이 무서웠는데 실제 동네 사람들이나 식구들에게 어떤 해코지도 하지 않았단다. 북한군이 떠돌아다니는 개를 잡아먹긴 했지만 편의를 제공받은 뒤 깍듯한 인사를 한다든지, 손 댈것 없이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하고 가는 거라든지. 예의 바르고 염치도 있었다.

 

사람들은 왜 서로 미워할까? 맘대로 오고 가던 길에다 삼팔선인가 뭔가 선 그어놓고 서로 오가지도 못하게 만들더니 이렇게 전쟁까지 일으키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전쟁은 이해가 안 되었어.p157

 

북한군 대장이 할머니가 수를 놓는 것을 보고 고향집 누이도 수를 잘 놓는다면서 자기 어깨에 있는 견장에 별을 수놓을 수 있는지 물었다. 고은은 외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만약 그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할머니가 수놓은 별은 그냥 별이 아니라 그것은 기도였다. 얼릉 평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도였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책이나 영화로 접하는 전쟁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 온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무서운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전쟁은 왜 일어나고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하여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저자는 머리에 이상이 있는 신생아로 태어난 아들에게 촉발되어 이 작품을 썼다. 고뇌에 찬 경험에 뿌리를 둔 작품이고 청춘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정화작용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27세 버드는 아프리카 지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아프리카로 출발할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버드라는 별명은 열다섯 살 무렵에 불렸는데 새를 닮았으며 작은 몸집에 깡말라 있다고 그렇게 불렀다.

 

남창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돌발적인 우정을 느낀다. 녀석과 함께 밤을 보내는 건 무리지만 딱 한잔만 마시자고 권할걸 그랬나 생각한다. 버드의 직업은 학원 강사다. 대학원 시절에 4주 동안 술에 절어 있다가 자퇴를 하고 그 대학 교수인 장인어른이 들어가게 해주었다. 자신이 왜 위스키의 심연에 빠져 들었는지를 알 수 없는 이상 다시 한번 느닷없이 그곳으로 되돌아갈 위험은 항상 남아 있다.

 

버드는 고등학교 퇴학을 당하고 대학 입시 준비하던 시절, 불량 그룹과 매주 싸움을 벌였었다. 젊은이들에게 포위되었고 난투를 견딘 자신의 체력을 자랑스러웠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이야기였다. 병원에서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 ‘뇌헤르니아라고 했다. 두개골 결손으로 뇌의 내용물이 빠져나와 버린 것이다. 정상적으로 자랄 희망이 없으니 수술을 하지 말자고 한다. 말을 하면서 의사는 킥킥 웃어 댄다. 장모는 딸에게는 심장 전문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하고 나중에 숨진 것으로 하라고 했다.

 

장인에게 아기는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더라고 전했다. 조니 워커를 선물로 주었고 버드는 술을 들고 전 여자친구 집으로 가게 된다. 히미코는 결혼 1년 만에 남편이 자살을 해버렸다. 시아버지는 부부가 살고 있던 집을 그녀에게 주었고 다달이 생활비도 보내주고 있었다. 그녀는 낮 동안 명상에 잠겨 있다 밤이면 스포츠카를 타고 방황을 한다.

 

버드는 히미코에게 오면 대낮부터 위스키를 마시게 해줄 거다 싶어 왔다고 한다. 아기가 정상이 아닌데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를 하지 않고 전 여자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함께 잔다는게 말이 되나 싶다.

 

버드가 술을 마시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토악질을 하면서까지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 여자친구 집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에 토하는 바람에 학원도 잘리는 상황이 왔다. 그러는 중에 아기의 죽음 쪽에 걸었다고 하는 사실을 의식의 표면에 확실히 고정시켰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죽는 방법을 생각한다고 할까. 장애로 태어난 것도 불쌍한데 부모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아기는 알까?

 

입원 수속을 위해 3만 엔에 대해 생각해 보려 했다. 아프리카 여행 자금으로 3만 엔이 약간 넘는 저금이 있었다. 버드는 끔찍하고 갈망하는 기분으로 더없이 반사회적인 성교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주 아프리카로 출발하는 꿈을 꾸면서 스와힐리어로 고함을 지른다. 아내는 아기를 죽게 버려둔다면 나는 당신과 이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곧 죽을 것 같다고 아기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고 물건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버드가 마음적으로 힘들고 외로움을 히미코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의사는 아기가 체력을 회복하면 수술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버드는 수술을 하면 정상적으로 자랄 가망이 있는 걸까요? 물어보고 아이를 가져가겠다고 했을까? 부모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장애가 있는 아기를 둔 아빠이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마음이 짠했다. 책을 몰입해서 읽었는지 주인공에게 화가 났었는데 마지막 정신 차리는 대목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버드는 어린 학생이 일러준 대로 가이드라는 직업을 준비할 것이다.

 

자넨 변해 버렸어하고 교수가 약간은 애석하다는 느낌도 담긴 따스한 육친의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에겐 이제 버드라는 어린애 같은 별명은 어울리지 않아.“p276

 

[개인적인 체험]은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원하는 청년의 영혼 편력, 절망과 일탈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오에는 소설이 아들이 태어났을때의 기반을 둔 것은 맞지만 주인공 버드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어 우리는 살 수 있는 것이다. 오에의 작품은 난해하지만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제목이 남다르게 다가왔고 읽어보니 역시나 좋았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태로운 청춘을 무사히 건너게 해준 것이 독서였다면 일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였다.

 

어린 시절 병치레와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었는데 유일한 친구가 책이었다. 백일장에서 상을 곧잘 받아 커서 작가가 될거야 덕담도 들었지만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읽고 싶은 책만 살 수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에서 경탄하는 지점이 있다. 작가는 아들 김비주에게 의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멋진 신세계]를 읽고 행복에 대하여 [한중록]에서 역사적 사실과 수필 문학의 묘미를 깨닫는 느낌의 대목은 저자의 탁월한 끌어내기 방식이다.

 

책 때문에 연애에 실패한 적이 있다. 데이트를 시작하며 서점에 갔는데 나머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랑에는 변명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고 연애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렸다. 누가 첫사랑을 물으면 책방에 두고 왔다고 말했다.

 

직장일이 바빠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을 때 광주 이모라는 분이 집에 계셔서 요리와 청소를 해주었다. 이모는 나이가 들면서 행동은 느려졌고 잔소리 대신 청소기를 돌렸다고 한다. 사람과 헤어지려면 정이 들기 전에 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힘이 들어서 쉬어야겠다고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병원에 찾아갔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떤 책은 읽고 바로 독후감을 쓰지 못하겠다. [바이마르 문화]가 그렇다. 저자는 츠바이크가 격찬한 문학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을 외부자로 부리는 유대인, 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전위예술가들이 합심해서 만들었다면 무너트린 자는 보수와 우익, 사법부와 귀족의 기득권층인 내부자들이었다.

 

이수경의 [자연사박물관]을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21세기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우리는 행복동에 살고 있습니까였다는 것을 깨닫는다.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상념으로 몇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저자가 살아 온 어느 지점과 맞물린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한밤중에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커피를 내리러 일어났다가 문득 친구를 생각했다. [얼음 속을 걷다]는 혹한의 계절을 관통하는 도보 여행기다. 책을 읽는 동안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보로 얼음길을 걷는 동안 추위 속에서 눈과 비를 만나고 헛간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과거와 현실이 뒤섞이고, 있거나 있었거나 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 책은 한 청년이 존경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멀고도 먼 길을 가는 도보 여행이다.

 

저자는 연속으로 책을 두 번 읽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인데 그의 지적 소양에 반해서,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최연호 교수의 [기억 안아주기]는 나쁜 기억에 관한 치유서이다.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의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는 치유의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읽어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저자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과학책을 읽는다. 사실은 과학을 좋아한다. 대중 과학서인 [중력의 키스]는 과학자가 쓴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과학자들 틈에 끼어서 과학적 발견이 검증되고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본 한 사회학자의 민족지다. 도올다운 소설 [슬픈 쥐의 윤회]를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포복절도했는데 종내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말았다. 아무리 어려운 글을 인용해도 투명하다. 어렵게 쓰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소설을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은 서평들 사이에 저자의 어려웠던 인생사를 썼다. 글을 쓰면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도, 우울증이 있다는 것도 잊었다. 먼저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한다.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 날 깨닫게 될 것이다. 읽었다면 한 줄이라도 써두자. 아주 오래 기억에 담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