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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개인적인 체험]은 1964년에 발표하여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저자는 머리에 이상이 있는 신생아로 태어난 아들에게 촉발되어 이 작품을 썼다. 고뇌에 찬 경험에 뿌리를 둔 작품이고 청춘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정화작용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27세 버드는 아프리카 지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아프리카로 출발할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버드라는 별명은 열다섯 살 무렵에 불렸는데 새를 닮았으며 작은 몸집에 깡말라 있다고 그렇게 불렀다.
남창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돌발적인 우정을 느낀다. 녀석과 함께 밤을 보내는 건 무리지만 딱 한잔만 마시자고 권할걸 그랬나 생각한다. 버드의 직업은 학원 강사다. 대학원 시절에 4주 동안 술에 절어 있다가 자퇴를 하고 그 대학 교수인 장인어른이 들어가게 해주었다. 자신이 왜 위스키의 심연에 빠져 들었는지를 알 수 없는 이상 다시 한번 느닷없이 그곳으로 되돌아갈 위험은 항상 남아 있다.
버드는 고등학교 퇴학을 당하고 대학 입시 준비하던 시절, 불량 그룹과 매주 싸움을 벌였었다. 젊은이들에게 포위되었고 난투를 견딘 자신의 체력을 자랑스러웠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이야기였다. 병원에서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 ‘뇌헤르니아’라고 했다. 두개골 결손으로 뇌의 내용물이 빠져나와 버린 것이다. 정상적으로 자랄 희망이 없으니 수술을 하지 말자고 한다. 말을 하면서 의사는 킥킥 웃어 댄다. 장모는 딸에게는 심장 전문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하고 나중에 숨진 것으로 하라고 했다.
장인에게 아기는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더라고 전했다. 조니 워커를 선물로 주었고 버드는 술을 들고 전 여자친구 집으로 가게 된다. 히미코는 결혼 1년 만에 남편이 자살을 해버렸다. 시아버지는 부부가 살고 있던 집을 그녀에게 주었고 다달이 생활비도 보내주고 있었다. 그녀는 낮 동안 명상에 잠겨 있다 밤이면 스포츠카를 타고 방황을 한다.
버드는 히미코에게 오면 대낮부터 위스키를 마시게 해줄 거다 싶어 왔다고 한다. 아기가 정상이 아닌데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를 하지 않고 전 여자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함께 잔다는게 말이 되나 싶다.
버드가 술을 마시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토악질을 하면서까지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 여자친구 집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에 토하는 바람에 학원도 잘리는 상황이 왔다. 그러는 중에 아기의 죽음 쪽에 걸었다고 하는 사실을 의식의 표면에 확실히 고정시켰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죽는 방법을 생각한다고 할까. 장애로 태어난 것도 불쌍한데 부모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아기는 알까?
입원 수속을 위해 3만 엔에 대해 생각해 보려 했다. 아프리카 여행 자금으로 3만 엔이 약간 넘는 저금이 있었다. 버드는 끔찍하고 갈망하는 기분으로 더없이 반사회적인 성교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주 아프리카로 출발하는 꿈을 꾸면서 스와힐리어로 고함을 지른다. 아내는 아기를 죽게 버려둔다면 나는 당신과 이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곧 죽을 것 같다고 아기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고 물건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버드가 마음적으로 힘들고 외로움을 히미코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의사는 아기가 체력을 회복하면 수술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버드는 수술을 하면 정상적으로 자랄 가망이 있는 걸까요? 물어보고 아이를 가져가겠다고 했을까? 부모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장애가 있는 아기를 둔 아빠이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마음이 짠했다. 책을 몰입해서 읽었는지 주인공에게 화가 났었는데 마지막 정신 차리는 대목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버드는 어린 학생이 일러준 대로 가이드라는 직업을 준비할 것이다.
”자넨 변해 버렸어“하고 교수가 약간은 애석하다는 느낌도 담긴 따스한 육친의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에겐 이제 버드라는 어린애 같은 별명은 어울리지 않아.“p276
[개인적인 체험]은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원하는 청년의 영혼 편력, 절망과 일탈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오에는 소설이 아들이 태어났을때의 기반을 둔 것은 맞지만 주인공 버드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어 우리는 살 수 있는 것이다. 오에의 작품은 난해하지만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