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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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미국 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콜린 후버의 책은 처음인데 [베러티]는 로맨스 장르의 심리 스릴러로 긴장감에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다.

 

주인공 로웬 애슐레이는 출판사와 미팅이 있다는 말을 전 남친이기도 한 에이전트 코리의 연락을 받는다. 장소를 가던 중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피가 옷에 튀는 바람에 미지의 남자 도움을 받는다. 로웬은 무명작가로 어머니의 오랜 병간호로 글을 쓰지 못해서 재정적 위기륾 맞게 되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유명 작가 베러티의 시리즈 소설을 마무리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을 제시 받는다. 미지의 남자는 베러티의 남편 제러미였다. 제러미는 쌍둥이 두 딸을 잃었고 아내 베러티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베러티는 우리가 만성 애도자라고 했다. 만성적인 비극을 앓아야 한다고 말이야. 한 가지 비극을 겪고 나면 또 다른 비극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로웬은 베러티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첫 번째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들었고 자료를 모으기 위해 제러미 집에 며칠간 머물게 되었다. 베러티가 10년 넘는 기간 동안 모아놓은 메모와 개요들을 봐야 한다. 그녀의 저택에 도착하니 베러티를 돌보는 전임 간호사가 있고 크루라는 아들이 있었다. 로웬이 이어가야 할 시리즈도 책장에 꽂혀 있었고 총 9권으로 기획된 소설이었다. 6권이 출간되었고, 3권이 더 나와야 한다. 제목은 <고귀한 미덕>이었으며 권마다 각기 다른 미덕을 주제로 삼고 있다. 로웬이 써야 할 세 가지 덕목은 용기, 진실, 명예였다.

 

우연히 미완성 자서전 ‘그대로 이루어지기를’을 발견하게 된다. 베러티가 제러미를 만났던 첫 만남부터 시작하는 글이었다. 로웬은 자서전을 틈틈이 읽어 나가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부부의 은밀한 관계까지 알게 되면서 두 딸을 잃고 힘들었을 제러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가능한 한 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다섯 살인 아들 크루가 하는 말도 이상하게 들린다. 제러미에게 점점 끌리고 있는 마음을 얼마나 더 오래 부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의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니, 그녀의 스릴러 소설들이 그렇게 인기 있는 이유가 악당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로웬은 어릴 때부터 몽유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는 심각하게 걱정을 했었는데 그것은 병이 아니라고 제러미가 위로를 해주었다. 자서전을 읽으면서 질투가 나기 시작했고, 서른두 살 생일이 되던 날 그의 생일 축하를 받는다. 만난 지 2주밖에 안 된 남자 제러미를 사랑하게 되다니 베러티가 못해 준 것을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로웬 이대로 괜찮을까.

 

베러티가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로웬은 모진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사고를 당했을 때 살아나지 못했더라면 모두에겐 더 낫지 않았을까. 어머니를 돌보며 지냈던 마지막 몇 달을 떠올리게 했다. 읽지 않는 게 도리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그녀의 자서전을 읽은 로웬의 생각은 베러티는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검색을 해보면 사이코패스는 사랑에 빠지지가 어려운데 베러티는 제러미만 좋아하고 그녀의 자녀들은 걸림돌처럼 생각하는 인물로 묘사가 된다. 만약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자서전 마지막 글이 마음에 걸렸는데 잘 마무리되나 싶다가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마음이 무거웠다. 로웬은 아무도 몰라야 하는 진실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다.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는 로웬의 속마음이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의 반전은 그날의 기억들이 거짓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베러티]는 로맨스 스릴러로 가독성이 좋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작가는 현실과 작품 속의 세계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어떤 면에서는 동시에 두 개의 세계에 산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아마존 차트 역주행하고 출간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만하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에 로맨스 스릴러 베러티의 마력에 빠져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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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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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완결편으로 [너 어디로 가니]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이어 세 번째로 읽어보는 책이다.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트라우마를 떨치고 한국과 동아시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저자가 학교에 들어간 것은 1940년이었는데 다음해 3월에 ‘국민학교령’이 공포되었다. 동시에 조선총독부에서는 민족교육금지령을 내렸다. 해방이 된 뒤에도 ‘국민학교’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1996년이 되어서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일제는 어떻게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자 했을까. 조선인에게는 보통교육과 실업교육이 중심이었다. 보통학교의 경우 조선어와 한문시간이 1주에 5~6시간이었지만, 일본어는 배가 많은 10시간이었다. 고등보통학교 역시 조선어와 한문은 3시간, 일본어는 7시간이었다. 교실에서 세계에서 첫째가는 국기가 ‘히노마루(일장기)’라고 가르쳤다.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던 식민지 시절이어서 국기는 우러러보는 것이고 높은 곳에서 압도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란도셀. 무명천으로 만든 친구들의 책보는 김칫국물이 줄줄 새는 것이었지만 저자에게는 말끔한 란도셀이 있었다. 란도셀이 뭔지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이라고 한다. 재질이 단단하여 어린아이가 메고 다니기에 무거웠을 것 같다.

 

상자와 보자기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원형이 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가방을 들고 다니고 한국인(동양인)들은 보자기를 메고 다닌다. 보자기는 싸는 물건의 크기와 모양새에 따라 달라진다. 싼 물건이 둥글면 보자기 모양새도 둥글어지고 네모난 걸 싸면 보지기 모양도 반듯해진다.

 

동방의 아시아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준 것은 총칼의 힘도 물질의 풍요도 아니었다. 세한삼우의 하나인 소나무다. 추위 속에서 따뜻한 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소나무지만 그 추위의 특성이나 차이에 따라 중국의 송, 한국의 솔, 일본의 마쓰가 제각기 다르다. 태어날 때는 솔잎을 매단 금줄을 띄우고 죽을 때에는 소나무의 칠성판에 눕는 것이 한국인의 일생이다. 풍상에 시달릴수록 그 수형은 아름다워지고 척박한 땅일수록 그높고 푸른 기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한평생 같은 동화를 세 번 읽는다고 한다. 한 번은 어려서 어머니가 읽어주는 동화, 두 번째는 자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읽는 동화다. 세 번째는 늙어서 자기 자신의 추억을 위해서 다시 읽는 동화다. 그것은 ‘파랑새’이야기다. 교과서에 실린 <아카이 도리 고토리>속에 등장했다. 아동극 <파랑새> 등 어느 동화보다도 저자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찍혀있다.

 

메이지유신 정부는 어린이들의 역할 모델로 니노미야 긴지로에 주목했고, 그를 근대 일본 어런이들이 본받아야 할 근면과 덕행의 이상으로 삼았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동생들을 돌봤고 어머니마저 여의자 고아가 됐고, 동생들은 친척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자신은 백부 밑으로 들어가서 주경야독의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수탉에 비유한 까닭은 암탉은 알이라도 낳지 수탉은 시간 맞춰 우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다. 괜히 볏만 세우고 이러저리 똥폼만 재고 다닌다. 양계장에 가보면 병아리 감별사들이 하는 일은 암평아리 속에서 수평아리를 골라내는 일을 한다. 남아 선호사상이 득세한다지만, 한국 남자들의 신세도 수탉과 다를바가 없다.

 

예전에는 동네 이야깃거리를 가져오는 소금장수가 있었다. 요즘 미용실 같은 사랑방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 소금장수 이야기도 라디오와 TV의 전파를 타고 인터넷의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그것이 <전설의 고향>이요, 인터넷 괴담이라고 하였다.

 

책의 마지막장에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고 했을까. ‘검다’는 말 하나에 얽힌 동서양의 역사와 사상, 본문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른다고 했다. 한국인의 이야기 시리즈 인문학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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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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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의 저자는 사형수 교화위원을 30년 동안 해왔다.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그녀는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이 책은 사형수들이 일깨워준 삶의 가치들, 그리고 암 선고를 받고 삶의 끝에 와서 알게 된 것들을 담은 글이다.

 

2010년, 저자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 해 1월과 11월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9개월간의 항암치료도 이어졌다. 완치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모든 항암치료를 중단했다. 아직 암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안고 가리라했다. 2014년 7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두면 어떻게 살아야겠다가 환히 보인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이별 연습은 사형수들이 저자에게 가르쳐주고 간 인생 공부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생의 끝을 말하더라. 사형수들은 ‘사형만 면하게 해주면 죽는 그날까지 살과 뼈가 가루가 되도록 좋은 일만 하다 가겠습니다.’하고 간절하게 용서를 빌어. 그래도 집행장으로 가는 길밖에 없어. 우리는 살아 있음을 감사하자. 불행은 가정에서 시작돼 성숙하지 못한 부모, 책임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한 생명들은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버린 것이다.나이 든 부모가 되면 보채지 않고 혼자 고물고물잘 살아주는 것이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고 했다.

 

날마다 오늘이 집행날은 아닐까 가슴 졸이다 떠나는 것이 사형수의 운명이지. 감옥 밖에 사는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사형수와 우리에게는 다만 그 차이가 있을 뿐이야.p23

 

저자는 칠순을 맞이하여 고향 같은 동네 홍대 앞에서 같은 물에서 노는 60명을 초대해서 잔치를 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마음으로 모이니 그렇게 평안하고 마음이 따뜻할 수가 없었다. 다시는 생일이 없을 테니 철들고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일잔치를 한 것이다. 거금을들여 생일잔치를 열어준 출판사 대표와 자리에 와준 60명의 고마운 마음들을 받았다.

 

자녀는 부모가 하는 대로 보고 듣고 그대로 따라 한다. 딸아이가 너무 짜증을 내고 말을 밉게 한다는 지인의 말에 아이가 짜증 내면서 말을 할 때 가만히 들어보면 어디서 듣던 말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생각 없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평생 씻기지 않는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있다. 많은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알게 모르게 언어 폭력 속에서 상처 받으며 세상에 대한 증오심으로 범죄까지 저지르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실화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학교폭력 문제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결국 부모 마음 안에서 찾아야된다. 내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한 법이니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상대 아이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사형수 박00는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제약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큰아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자 유학을 보냈다. 생활비가 모자라 방탕한 생활이 이어지고 부모를 살해하고 재산을 마음대로 쓸 줄 알고 범행을 실행한 것이다. 공학박사이자 교수인 한 남자는 조교와 사랑에 빠져 3년 동안 몰래 사랑하다 더 큰 고통의 터널에 갇혀 모든 것이 망가져버렸다. 집으로 들어가 그동안의 일을 고해성사하라고 일러준다. 3개월 후 문자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덕분에 살아 있고 고마웠다고.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이 싫어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눈 대신 갖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마음의 눈이다. 이걸 지혜라고 해도 좋고, 분별력이라고 해도 좋다. 철이 있다 없다 할 때 그 철이라고 해도 좋다. 한마디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졌단 말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고 철이 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팔십을 향해 가면서 공주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을 보니 나이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인생 공부는 하루하루 내가 걸어가는 발자취의 연속이다. 어른이 되는 공부는 특별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라 마냥 이등병으로 인생을 살 수는 없으니 인생 계급장이 한 단계 두 단계씩 성장한다면 보람차고 기쁜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삶의 지혜이다. 하루하루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며 잘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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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ㅣ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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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상이야기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각각의 사연들은 작은 울림을 주었다. 작은도서관에 2권이 있는 것을 보고 대출을 하게 되었다.

 

[불편한 편의점2]는 독고가 떠나고 일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야간 알바는 곽선생이 하고 있었다. 50대 생계형 알바를 하던 오선숙이 점장을 맡았는데 말이 점장이지 편의점을 도맡아 하고 있다. 편의점을 팔아서 사업 자금을 대달라고 하던 아들 민식이 사장이 되었다. 그는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수익 운운하며 직원의 주휴수당 같은 비용을 줄이려고 열을 올리니 불편해진 편의점이 아닐수 없다. 무엇보다도 숨이 막히는 더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이 소설 속에도 코로나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곽선생 다음으로 새로 온 알바는 커다란 덩치에 화려한 알바 경력을 자랑하지만 편의점 일은 둔하기만 하다. 황근배라는 이름이 있는데 홍금보 이름표를 달고 밤의 편의점을 지키고 있다. 점장 선숙의 아들은 오랜 칩거를 끝내고 취업에 성공했다. 영화, 드라마 기획 피디라는 아들의 직업이 묘하기 그지없었다. 아들은 엄마가 점장이 되자 수시로 들러 매장을 살피며 조언을 해주었다.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카페를 덜 가니 편의점에 괜찮은 커피를 찾을거라던 추천 이유가 맞아떨어졌다.

 

취준생 3년 차에 접어드는 소진은 수많은 면접에서 서른 번이 넘게 낙방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 답답한 속을 달래기 위해 참이슬에 어릴 때 추억이 깃든 자갈치와 함께 구매하는데 참치! 하며 조합이 좋다고 말하는 근배가 싫었다. 서울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ALWAYS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소진에게 폐기도시락을 챙겨 주는 근배의 정체를 알 것 같았고 반면교사의 모델로 근배씨를 저장했다. 알바 한달 뒤 홍보 전문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자영업을 하는 최사장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고 있다. 근배는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최사장은 벽창호 꼰대였지만 근배는 상꼰대, 왕진상, 갑질 짱까지 두루 겪어본지라 반격이 가능했다. 엄마가 늘 말씀 하시던 비교는 암, 걱정은 독이라고 말한다. 사장인 민식은 편의점과 빌라를 처분해서 병원을 세우자는 누나의 말에 골치가 아팠는데 근배가 바지 사장만 하지 말고 직접 알바를 하라고 권한다. 근배와 민식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같은 대학 국문과 선후배 관계였다. 아무도 믿지 않던 민식은 근배를 형이라고 부르며 그를 따랐다.

 

인경이 쓴 대본으로 근배를 캐스팅했고 독고라는 캐릭터는 일생일대의 배역이었다. 알바를 하기 전에 인경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편의점에 독고 씨는 보이지 않았다. 70대 초반의 할머니로 설정되어 있는 그녀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며칠을 염탐해도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편의점이라는 무대를 파악하고 있다.

 

염여사는 언니 집에서 일년 넘게 생활하다 아들이 서울로 오시라며 데리러 온다고 한다. 발주도 하고 직원 관리도 자신이 하면서 편의점을 잘 꾸려 갈테니 엄마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한다. 아들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끝을 보았다. 사업은 망했고 사람들을 잃었고 감염으로 몸도 고통을 겪었다. 아들은 지금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는 갓난쟁이일지 모른다. 근배로 인해 민식의 태도와 생각이 바뀐 것에 많이 기뻐하였다.

 

코로나가 터지고 점장에서 잘린 채 방에 박혀 OTT로 수많은 드라마와 애니를 보고 또 보던 시현은 일본 드라마 자막 크레딧에서 일본어 자막 번역 일을 하며 알게 된 신 선생님의 이름을 마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번역일도 들어왔다. 염사장님이 보고 싶어져서 ALWAYS 편의점을 들어가니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던 남사친 준성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지는 것인가보다. 시현도 코로나 터지기 전에 일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편의점2]는 마음이 머물고, 사연이 오가고 눈물과 웃음이 터지는 곳이다.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의 힘들고 아픔을 나누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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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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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고양이 그림이나 글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하나 둘 셋 넷. 저자는 긴장이 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숫자를 세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올망졸망 모인 수채화로 수만 명의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토마쓰리의 첫 일러스트 에세이다.

 

저자는 혼자만 갖고 있던 마법 같은 말과 마음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차곡차곡 모은 그림과 글을 네모나게 엮어 보았다. 데이지, 두두지, 푼, 튤립 요정, 뿔소라 요정, 체리 요정, 체리 판다, 토끼 삼둥이, 곰돌이 요정, 강아지 요정 등 토마쓰의 친구들을 소개한다.


설탕이 되고 싶어 너의 하루를 달콤하게 만들어줄 거야. 글이 상큼하고 귀여워서 함박 웃음이 났다. 물건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스며 있어 하나하나 소중하고 소품을 모아 놓은 장식장은 한 권의 앨범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땐 곰돌이를 세어 봐 하나 둘 셋 넷 모든 게 사랑스러워지는 주문이다. 눈에 보이는 따뜻한 마음을 좋아해요. 친구가 멀리서 활짝 웃으며 달려오면 몽글몽글 들뜬 마음으로 두 팔 벌려 친구를 기다려요.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하나 둘 셋 넷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 같은 말이예요

힘들었던 마음은 어느 새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해질 거예요.

 

둘이 함께해야 더 달콤한 것들을 알려 줄게

버터와 팥이 들어 있는 앙버터

소보로와 딸기잼이 들어 있는 소보로 딸기빵

멜론과 생크림이 들어 있는 생크림 멜론빵

옥수수와 감자가 들어 있는 옥수수 감자빵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하는

달콤한 빵 같은 오늘 하루 p134





너에게 빵집 같은 친구가 되고 싶어

날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 행복했으면

동그란 빵은 내 따뜻한 마음이야

 

오늘도 밖은 너무 무서웠어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만 했던 하루야. 그러다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지 뭐야. 넘어진 김에 쉬어가야지. 시작은 달달하게 해 보자고 어차피 쓰고 떫은 일들이 많지만 마음에 까끌하게 남는 맛들은 달달한 것들로 보드랍게 해 주자. 가끔은 단 것이 당길때가 있는데 바닐라 라떼를 선호한다. 그런데 살찔 것을 우려하여 자제하기도 한다.추위를 많이 타던 내가 갱년기로 인해 여름이 너무 싫어졌고 겨울이 빨리 왔으면 바라고 있다. 밤에라도 시원하게 잘 것 같은 바람이랄까.


저자는 몇 년 동안 모아둔 그림들과 짧게 메모했던 글들을 다시 꺼내면서 많은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통통통 튀어 다니던 동그란 말과 마음들을 네모난 책에 엮고 나니 흩어져 있던 시간이 모여 잔잔한 행복이 되었다. 잔잔한 행복, 이 다섯 글자를 그림 속에 한 글자씩 새겨 넣으려고 한다. 이 책을 보는 순간 표지의 그림과 글이 귀여움에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아름다운 글귀와 그림들을 보고 읽다 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마음이 힘들 때, 울적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힐링이 되는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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