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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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완결편으로 [너 어디로 가니]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이어 세 번째로 읽어보는 책이다.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트라우마를 떨치고 한국과 동아시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저자가 학교에 들어간 것은 1940년이었는데 다음해 3월에 국민학교령이 공포되었다. 동시에 조선총독부에서는 민족교육금지령을 내렸다. 해방이 된 뒤에도 국민학교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1996년이 되어서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일제는 어떻게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자 했을까. 조선인에게는 보통교육과 실업교육이 중심이었다. 보통학교의 경우 조선어와 한문시간이 1주에 5~6시간이었지만, 일본어는 배가 많은 10시간이었다. 고등보통학교 역시 조선어와 한문은 3시간, 일본어는 7시간이었다. 교실에서 세계에서 첫째가는 국기가 히노마루(일장기)’라고 가르쳤다.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던 식민지 시절이어서 국기는 우러러보는 것이고 높은 곳에서 압도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란도셀. 무명천으로 만든 친구들의 책보는 김칫국물이 줄줄 새는 것이었지만 저자에게는 말끔한 란도셀이 있었다. 란도셀이 뭔지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이라고 한다. 재질이 단단하여 어린아이가 메고 다니기에 무거웠을 것 같다.

 

상자와 보자기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원형이 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가방을 들고 다니고 한국인(동양인)들은 보자기를 메고 다닌다. 보자기는 싸는 물건의 크기와 모양새에 따라 달라진다. 싼 물건이 둥글면 보자기 모양새도 둥글어지고 네모난 걸 싸면 보지기 모양도 반듯해진다.

 

동방의 아시아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준 것은 총칼의 힘도 물질의 풍요도 아니었다. 세한삼우의 하나인 소나무다. 추위 속에서 따뜻한 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소나무지만 그 추위의 특성이나 차이에 따라 중국의 송, 한국의 솔, 일본의 마쓰가 제각기 다르다. 태어날 때는 솔잎을 매단 금줄을 띄우고 죽을 때에는 소나무의 칠성판에 눕는 것이 한국인의 일생이다. 풍상에 시달릴수록 그 수형은 아름다워지고 척박한 땅일수록 그높고 푸른 기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한평생 같은 동화를 세 번 읽는다고 한다. 한 번은 어려서 어머니가 읽어주는 동화, 두 번째는 자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읽는 동화다. 세 번째는 늙어서 자기 자신의 추억을 위해서 다시 읽는 동화다. 그것은 파랑새이야기다. 교과서에 실린 <아카이 도리 고토리>속에 등장했다. 아동극 <파랑새> 등 어느 동화보다도 저자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찍혀있다.

 

메이지유신 정부는 어린이들의 역할 모델로 니노미야 긴지로에 주목했고, 그를 근대 일본 어런이들이 본받아야 할 근면과 덕행의 이상으로 삼았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동생들을 돌봤고 어머니마저 여의자 고아가 됐고, 동생들은 친척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자신은 백부 밑으로 들어가서 주경야독의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수탉에 비유한 까닭은 암탉은 알이라도 낳지 수탉은 시간 맞춰 우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다. 괜히 볏만 세우고 이러저리 똥폼만 재고 다닌다. 양계장에 가보면 병아리 감별사들이 하는 일은 암평아리 속에서 수평아리를 골라내는 일을 한다. 남아 선호사상이 득세한다지만, 한국 남자들의 신세도 수탉과 다를바가 없다.

 

예전에는 동네 이야깃거리를 가져오는 소금장수가 있었다. 요즘 미용실 같은 사랑방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 소금장수 이야기도 라디오와 TV의 전파를 타고 인터넷의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그것이 <전설의 고향>이요, 인터넷 괴담이라고 하였다.

 

책의 마지막장에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고 했을까. ‘검다는 말 하나에 얽힌 동서양의 역사와 사상, 본문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른다고 했다. 한국인의 이야기 시리즈 인문학을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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