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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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는 이어령의 마지막 저작 한국인 이야기’, 그 가운데 첫 번째 유고작이다.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그 모든 화려한 직함과 수사를 뒤로하고 그저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했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갈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 젓가락에 대한 열두 고개 이야기, 그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이야기다.

 

결합하고, 조화하고, 연결하는 동양의 문화

21세기의 창조 코드를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다.

젓가락은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미래다.p125

 

젓가락은 유물이 아니다. 단순한 두 개의 막대기가 모음과 자음처럼 어울려 말을 한다. 또 붓이 되어 글이 되기도 한다. 포크 나이프로 서양 사람들이 발톱으로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처럼 보이고 젓가락으로 밥 먹는 우리는 부리로 모이를 쪼아 먹는 새가 된다. 젓가락을 뇌 과학과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밸리에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은데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는 모두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다. 젓가락질을 하기에 손재주가 생겨나고 IQ가 높다는 이론이다.

 

젓가락은 외짝으로는 절대 쓰지 못한다. 짝의 문화는 젓가락질처럼, 생물학적 유전자로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서 전승되는 문화유전자다. 젓가락질 못 하는 아이는 자연히 짝의 문화도 함께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카톡 한방으로 수십 명의 친구를 동시에 만든다. 이런 공동체는 짝의 문화가 아니다. 젓가락과 함께 짝의 문화도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구전설화에는 반드시 밥상을 차리고 수저를 놓아 준다는 구절이 있으나, 중국 이야기에는 수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결국 숟가락, 젓가락을 한 벌로 식사하는 한국의 수저 문화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다. 우리만의 고유한 수저란 무엇인지, 어떻게 이 독특한 수저 문화가 생기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젓가락을 쾌자라고 부른다.





일본은 젓가락을 하시라고 한다. 하시라는 말은 구치바시에서 나왔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라 해도, 한중일 3국은 젓가락의 형태부터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의 젓가락은 한자 ()’를 그대로 들여와 가락이라는 토박이말을 붙였다. 이처럼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는 한국적인 리듬이 내재된 가락 문화의 상징이요, 신바람 나는 생명의 리듬, 신 가락이 담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양의 핀셋과 맞먹는 젓가락을 매일 세끼 밥상에서 사용해왔다. 섬세한 손끝 감각과 좁쌀까지도 집어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말이다. 그것도 두 손이 아닌 한 손으로, 두 개의 젓가락 짝을 자유자재로 놀린다.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이 젓가락질 역시 예사로 봐온 거다. 서양에 젓가락이 없다는 사실은 비단 식사 도구가 없다는 것만이 아니라 두 손가락을 연장한 신경, 미세한 도구가 없다는 거다.

 

젓가락질하는 한국인의 손에는 다분히 유전적 요소가 있다. 그렇다 해도 젓가락질이란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젓가락질은 반드시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다. 혼자서는 절대 못 한다. 젓가락질은 생물학적 유전과 달리, 전승과 모방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전자 영역에 속한다. 아이가 젓가락질을 못 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문화를 전달해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포크가 한국에서는 포카락으로 불린다. 젓가락이 스포크에 밀려난 것은 위기다. 저자는 평창동 서재를 벗어나 청주에 내려가서, 젓가락 루프톱을 제안하고 올바른 젓가락 사용을 위한 계몽운동을 시작했다. 청주에서는 분디나무를 활용한 젓가락 제작에 들어갔으며, 분디나무를 찌고 말리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천연 옻칠 등을 통해 다양한 종류와 디자인의 젓가락을 만들었다.

 

20151111일 오전 11, 청주에서 한중일 3국 공동으로 젓가락의 날이 선포되었다. 젓가락의 날 행사가 열린 청주국민생활관 일원은 지역작가들이 제작한 한지등과 젓가락 손글씨 현수막 같은 제작물로 행사장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젓가락 선물하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었다. 국수(한국), 짬뽕(중국), 우동(일본)의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푸드트럭이 운영되면서 수백 명이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너 누구니]는 젓가락 안에 한국인의 문화적 밈(Meme),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는 것과 젓가락만큼 우리가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도구라고 한다.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알려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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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는 달빛제과점 오늘의 청소년 문학 35
김미승 지음 / 다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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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열네 살 단이와 정태는 제빵사를 꿈꾼다.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핍박을 받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제일 배부른 빵을 굽는 단이의 성장 소설이다. 단이는 미우라 사장의 모야제과점 주방에서 일한다. 단이 엄마가 팥죽 장사를 하다가 부랑자들 때문에 화상을 입어 장사를 못하게 되었다. 정태는 재료상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다. 사장 조카 히로세는 조선에 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사장이 종업원 관리를 맡겼고 종업원들에게 왕처럼 군림하며 단이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정태의 꿈은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파는 제과점을 차리는 것이다. 빵이 좋다고 했다. 단이는 정태가 들고 온 단팥빵 맛에 놀랐다. 팥으로 팥죽만 쑤는 줄 알았는데 단팥빵 맛은 오랫동안 입안에서 감돌았다. 단이는 화상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엄마의 손을 꼭 쥐었다. ‘엄마, 내가 꼭 가게 다시 찾을게.’다짐한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팥죽 장사를 하는 엄마를 도왔다. 배부르고 등 따스운 게 제일이라는 엄마의 생활신조는 단이의 중학교 진학을 막았다. 어느 날 일본인 부랑자 패거리들이 가게에서 돈을 뜯는 광경을 목격하고 실랑이를 하다 펄펄 끓고 있던 팥죽 솥이 엄마를 덮쳤고 화상을 입은 것이다.

 

그릇을 제대로 닦지 않았다고 미우라 부인에게 따귀를 맞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해 나가고 싶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관두었다. 정태는 배달일을 잘하면 제빵 기술을 배워준다는 히로세 말을 믿고 있었다. 마침 종업원을 구하는 제과점에 단이에게 일자리를 권한다. 우리를 무시하는 일본인 밑에서 자존심도 버리고 일하고 싶냐고 정태를 나무랐지만 엄마의 가게가 제과점 지점으로 바뀐 것을 알게 되었고 자존심을 누르고 직접 사장을 만나 종업원으로 채용해달라고 말한다. 미우라는 부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겁도 없이 사장을 찾아와 당당하게 요구하는 조선인은 처음이라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흔쾌히 허락했다.

 

얼마 지나 제빵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우라 사장은 조선인이 빵 만드는 걸 싫어해서 수습생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미우라 사장이 모집 공고에 대놓고 조선인은 안 된다고 할 리는 없다고 단이는 정태에게 경연에 참가하자고 말한다.

 

단이는 사장실로 들어가 경연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은 안 돼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빵을 팔 때는 일본 사람, 조선 사람 안 가리면서 왜 조선 사람은 빵을 못 만들게 하는지 따졌고, 처음 단팥빵을 먹은 날을 잊지 못하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빵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어떤 사람이 이런 빵을 만드는지 몹시 궁금했었다. 그런 사장님의 열정을 좋아한다고 늘어놓으니 왜 빵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다. 그냥 빵이 좋다고 대답했다. 사장은 실력이야 수습생들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빵에 대한 기본자세가 되어 있다며 허락하였다. 저것들이 분수를 모르고 날뛴다며 히로세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경연대회 우승자는 빵의 조리법과 판매권을 모야제과점에 넘겨야 하고, 수습생으로 일할 수도 있고, 부상으로 제과점 개업도 지원해주는 것이다. 단이는 우연히 알게 된 선교사에게 빵 기술을 배우게 된다. 경연 하루 전날 귀가하는 단이를 구하려다 정태가 히로세 일당에게 습격을 당한다. 사장에게 히로세를 처벌을 내려주라고 했는데 이유 없이 그랬을까 되물었고, 오히려 정태를 기업 비밀을 훔쳤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격 박탈이라고 했다.

 

단이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정태의 불명예를 벗겨주기 위해서라도 경연에 나가기로 한다. 예선에 통과하고 본선에 히로세와 겨루게 되었다. 본선에 만들 빵 이름은 세상에서 제일 배부른 빵으로 정했다. 단이 엄마는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우승자 발표가 내일로 미뤄졌다.

 

사장은 단이가 최종 우승자가 되어도 정식 제빵사로 인정할 수 없고, 수습생으로 받아 줄 용의는 있지만 부상으로 주어진 제과점 개업 지원은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팥죽 가게를 돌려준다고 했다. 가게만 돌려 준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우승한 빵에 대한 권리를 넘겨야 한다. 단이는 우승을 받아들여 권리를 넘길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은 빵에 대한 진심과 제빵사로서의 열정, 도전 정신에 감동하여 사장의 마음을 열게 한 단이와 정태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꼭 찾고 도전해 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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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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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휘둘리기 쉬운 사람들에게 공통점은 항상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사대로 마음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마음 컨트롤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43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나는 누구에게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거절을 당하는 쪽에 속한다. 이 정도면 들어줄만도 한데 믿었던 사람한테 단칼에 잘리는 것에 처음은 서운했지만 그런 것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끔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한 번에 잘라 말할 때는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상대와의 거리감을 잘 조절한다. 친절함은 상대방과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다. 무게감이란 상대방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란 친절함과 무게감을 교대로 상대에게 사용하며 구축해 나간다. 기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이나, 자꾸만 부탁하는 사람을 견제하기 위해서 무게감은 양호한 기술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표현하며, 지배와 통제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다.

 

거절의 고수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 5가지

1 거절을 통보하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거절하는 이유를 이해하든 말든 상관없다. 거부 의사를 일방적으로 고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NO’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아버린다.

2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포기하게 만들어라

거절의 이유가 정당하다는 것을 상대방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상대방은 자신이 말하는 것의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거절하고 싶다면 이해받으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3 관계를 끊을 각오로 거절하라

한마디로 미안합니다.’라는 마음이다. 무엇이 미안하냐고 하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앞으로도 고칠 생각이 없다.’라는 것이다.

4 말은 짧게 잘라 깔끔하고 분명하게하라

사람들은 대부분 간결하고 명쾌하게, 분명히 말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거절의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려 하면 결국에는 패배하고 만다. 평소에는 천천히, 그리고 거절할 때만 갑자기 스위치를 켜 깔끔하게 말해 버리는 것이다. “아 안 됩니다!”

5 한계가 아니어도 한계라고 말하라

묵묵히 참아오다가 갑자기 반기를 들면 상대가 놀라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조종의 강도를 더욱 높이려고 할 수도 있다. 거절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빨리 말하는 것이 더 좋다. 정말로 한계에 달하기 전에 무리입니다.’라고 말하라.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당신과 가까워질수록 선을 넘는 상대를 밀어내거나, 당신을 휘두르려는 사람을 떼어내려 할 때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지니는 무게감이라고 한다. 거절을 잘하려면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알리려 할수록 상대는 그것을 반박하려 하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무서움과 당황스러움이라는 감정을 내비치는 것과 드릴 듯 말 듯 한 혼잣말로 감정을 내보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종료시킨다.

 

끌려다니는 성격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무게감의 기술 15가지 중에서 일단 침묵하라가 있다. 침묵은 평상시에 최고의 무기가 되어 준다. 과묵한 사람은 감정이나 생각을 읽기 어렵다. 게다가 침묵은 누구에게나 어색한 것이다. 어려움, 어색함도 일종의 무게감이니 그 침묵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에게 발휘하는 힘에는 두 종류가 있다. 매달리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이다. 끌어당기는 힘이란, 카리스마이다. 먼저 다가가지 않고도 주위 사람들을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그런 매력 있는 인간이 되자는 이야기다. 매달리는 성향을 억제하고 카리스마 있게 사람을 끌어당기자.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당당히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가능한 한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은근한 무게감을 지닌다면 갈등을 일으키는 일 없이 상대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고, 자신에게 알맞은 말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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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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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은 나탈리라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나탈리는 발리를 거쳐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페루까지 긴 여행을 하며 자신을 발견한다. 책을 읽으며 나탈리와 함께 여행 하는 기분이었다.

 

소설은 주인공 나탈리가 호주를 가기 전 발리에서 잠시 머물면서 시작된다. 학교 선생님인 그녀는 삶에 감흥도 열정도 없고 단절감마저 느껴져 학교를 그만두었다. 친구가 여행하면 머리를 비울 수 있고 자기도 여행하면서 인생을 달리 보게 됐다는 말을 듣고 우중충하고 싸늘한 아일랜드를 떠나 호주로 여행을 떠난다. 호주를 가기 전 발리를 왔는데 사람들의 천국이라는 이곳이 나탈리에게는 안 맞다고 생각한다. 숙소 옆방에 묵고 있는 마리아는 몸매가 탄탄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것이 부럽다. 남들보다 거대한 자신의 몸이 사람들 사이에서 우스운 꼴이 될까봐 늘 폭식으로 이어진다. 폭식 후에 후회하며 자신을 괴롭히지만 수영과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며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있었다.

 

나탈리는 얼마 전까지 더블린에 살았지만 고향은 시골이다. 하우스메이트 킴과 남자 친구는 아파트를 구해 이사했고 자신의 집은 어딘지 모른다. 해변에서 만난 60대 베브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1년간 모은 팁으로 한 달간 발리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 많고 자식도 없는 이혼녀를 무시하지만 여기서는 매력적인 여자가 됀다며 정말 천국이라고 말한다. 발리에서는 "택시, 마사지, 레스토랑, 그림?" 이라고 외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두둥실 떠올라 몸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내 몸은 퉁퉁하다. 죄책감에 어쩔 줄 모르는 몸뚱어리, 무력한 나를 내가 지켜본다. 자기혐오와 설탕 덩어리로 가득 찬 공이 되어, 내가 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p59

 

다윈에 사는 이모의 예순 살 생일 파티를 지켜보며 우아하게 늙어가는 이모와 주변 인물들의 삶이 질투심이 생긴다. 이모는 늙음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나탈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구애하는 남자도 있었지만 낯선 경험에 두려워한다. 다윈에서 뉴질랜드로 오자마자 일자리를 구했다. 일하고, 수영하고, 밤에 나가 놀고, 항구랑 테파파 박물관을 빼면 웰링턴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워킹 홀리데이 신분이면서 나탈리만 따돌리는 여자를 싫어한다.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도 안 갈거라며 수영으로 체력을 다진다.

 

호스텔은 단기 투숙객들이 묵고 가기도 하는데 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혼숙을 한다는 것을 검색을 해보고 알았다. 나탈리는 어디를 가나 뉴질랜드에 있건 고향에 있건 난 아무 데도 없고 장소가 바뀌어도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 판에 박힌 인생 늘 제자리 걸음이라고 한다. 그러다 룸메이트 다리나가 일하는 모습을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며 모두가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살며 저마다 대처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향으로 돌아와 스핀 클래스 수업을 듣다가 강사의 권유로 일일 강사가 되보고 자신감을 얻어 간다. 몸이 건강하니 미워 보이던 친구도 덜 밉게 보인다. 오히려 그의 일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탈리 할머니의 기억이 흐려지지만 제 정신이 돌아오면 긍정적인 말을 하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연습하면 되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고 밭을 갈 수는 없다. 넌 아직 젊으니 네 날개를 맘껏 펼쳐야지. 여길 떠나 네 인생을 살아라 하였다.

 

오래전 병적으로 뚱뚱했고 살을 뺐지만 피부에 문제가 생긴 남자를 만났다. 살가죽이 지방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서 잉여 피부가 붙었다. 수술을 예약해 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탈리는 점차 자신감을 찾았고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반짝이기를 기다리면서 호흡을 고르며 미소를 짓는다. 나탈리는 여행을 통해 낯선 경험을 두려움 없이 맞이 하였고.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킨>은 최정화 소설가의 말 처럼 친구의 일기를 몰래 훔쳐 보듯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나탈리처럼 나도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산책을 나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스킨>은 신체에 대한 강박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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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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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 저자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보듬어주는 장례지도사의 모습에 감명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현장에 뛰어들어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혀야 했다. 처음에는 시신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떨렸지만 점차 직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서평단 책과 함께 선물로 받은 것 같은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은 후 저자가 출연한 아침마당을 다시보기를 시청하였다.

 

유품정리를 하면서 고인은 서울대 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예비 치과 의사였는데 ?’라는 질문이 가시지 않았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죽음보다 삶을 더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

 

어떤 고인은 장례비용으로 남겨 놓았을 돈을 사진 액자 안에 넣어두는데 자식들은 돈과 집문서만 챙기고 사진을 버리라고 하면서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았다.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려면 가족이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일을 묵묵히 해주는 저자와 그의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결코 기분 나쁘거나 불쾌할 이유가 없는 일. 그러나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이 직업의 모순이라고 하였다.

 

3짜리 아들의 사연은 뉴스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많이 안타까운 소식이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며 성적이 뭐라고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었을까.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지만 슬픈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인은 매일 시집을 가지고 다니며 읽고 시를 쓰기도 했다. 돈 벌어서 시집이나 사고 노숙자들을 불러서 밥을 해 먹였다고 동료는 말했다.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병원비는 아끼면서 노숙자들 밥이나 해 먹이고 있으니 답답했는데 친구라곤 없는 사람이었는데 장례식에 노숙자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

1.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3.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가진 것들은 충분히 사용하세요.

6.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고시텔에서 어린 학생의 죽음을 보고 저자는 젊은 날이 떠올랐다. 장례지도사가 된 계기를 다시 상기하였다. 부모의 시신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겠다던 아들은 전기장판 밑에 돈이 나오자 대야에 끌어 모아 그대로 사라졌다. 아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었나 씁쓸하기만 했다.

 

저자는 힘들지만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올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 덕분이라고 했다. 점심 한번 편하게 먹지 못해도 소금 세례를 당해도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는커녕 힘드니까 우리가 필요한 것 아니겠냐며 사장을 가르친다. 상조회사에 장례를 맡기는 일이 보편화되었듯, 이 일도 더 이상 생소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가족이 고독사나 자살이나 살해당했던 현장을 정리하기는 힘들다. 고인이 겪었을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맞는 죽음,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은 가슴 아프다. 언젠가 노숙인이나 홀몸 노인 등 무연고자 시신이 해부용으로 쓰인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본 적이 있다. 어떻게 고인으로부터 미리 받아놓은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해부할 수 있느냐부터 국가의 무서운 악행이라는 내용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암과 싸우다가 죽어간 고인을 만난 날은 마음이 힘들지만 절대로 술은 마시지 않는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이 빈 술병이어서 술로 인생을 허비하며 스스로를 파괴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난 외로운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이나 이웃과의 단절, 유품에서 나온 자녀들의 사진.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도움이나 위로보다는 그저 따듯한 안부 인사 한마디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죽은 후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을 해보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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