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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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는 이어령의 마지막 저작 한국인 이야기’, 그 가운데 첫 번째 유고작이다.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그 모든 화려한 직함과 수사를 뒤로하고 그저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했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갈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 젓가락에 대한 열두 고개 이야기, 그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이야기다.

 

결합하고, 조화하고, 연결하는 동양의 문화

21세기의 창조 코드를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다.

젓가락은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미래다.p125

 

젓가락은 유물이 아니다. 단순한 두 개의 막대기가 모음과 자음처럼 어울려 말을 한다. 또 붓이 되어 글이 되기도 한다. 포크 나이프로 서양 사람들이 발톱으로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처럼 보이고 젓가락으로 밥 먹는 우리는 부리로 모이를 쪼아 먹는 새가 된다. 젓가락을 뇌 과학과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밸리에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은데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는 모두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다. 젓가락질을 하기에 손재주가 생겨나고 IQ가 높다는 이론이다.

 

젓가락은 외짝으로는 절대 쓰지 못한다. 짝의 문화는 젓가락질처럼, 생물학적 유전자로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서 전승되는 문화유전자다. 젓가락질 못 하는 아이는 자연히 짝의 문화도 함께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카톡 한방으로 수십 명의 친구를 동시에 만든다. 이런 공동체는 짝의 문화가 아니다. 젓가락과 함께 짝의 문화도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구전설화에는 반드시 밥상을 차리고 수저를 놓아 준다는 구절이 있으나, 중국 이야기에는 수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결국 숟가락, 젓가락을 한 벌로 식사하는 한국의 수저 문화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다. 우리만의 고유한 수저란 무엇인지, 어떻게 이 독특한 수저 문화가 생기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젓가락을 쾌자라고 부른다.





일본은 젓가락을 하시라고 한다. 하시라는 말은 구치바시에서 나왔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라 해도, 한중일 3국은 젓가락의 형태부터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의 젓가락은 한자 ()’를 그대로 들여와 가락이라는 토박이말을 붙였다. 이처럼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는 한국적인 리듬이 내재된 가락 문화의 상징이요, 신바람 나는 생명의 리듬, 신 가락이 담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양의 핀셋과 맞먹는 젓가락을 매일 세끼 밥상에서 사용해왔다. 섬세한 손끝 감각과 좁쌀까지도 집어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말이다. 그것도 두 손이 아닌 한 손으로, 두 개의 젓가락 짝을 자유자재로 놀린다.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이 젓가락질 역시 예사로 봐온 거다. 서양에 젓가락이 없다는 사실은 비단 식사 도구가 없다는 것만이 아니라 두 손가락을 연장한 신경, 미세한 도구가 없다는 거다.

 

젓가락질하는 한국인의 손에는 다분히 유전적 요소가 있다. 그렇다 해도 젓가락질이란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젓가락질은 반드시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다. 혼자서는 절대 못 한다. 젓가락질은 생물학적 유전과 달리, 전승과 모방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전자 영역에 속한다. 아이가 젓가락질을 못 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문화를 전달해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포크가 한국에서는 포카락으로 불린다. 젓가락이 스포크에 밀려난 것은 위기다. 저자는 평창동 서재를 벗어나 청주에 내려가서, 젓가락 루프톱을 제안하고 올바른 젓가락 사용을 위한 계몽운동을 시작했다. 청주에서는 분디나무를 활용한 젓가락 제작에 들어갔으며, 분디나무를 찌고 말리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천연 옻칠 등을 통해 다양한 종류와 디자인의 젓가락을 만들었다.

 

20151111일 오전 11, 청주에서 한중일 3국 공동으로 젓가락의 날이 선포되었다. 젓가락의 날 행사가 열린 청주국민생활관 일원은 지역작가들이 제작한 한지등과 젓가락 손글씨 현수막 같은 제작물로 행사장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젓가락 선물하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었다. 국수(한국), 짬뽕(중국), 우동(일본)의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푸드트럭이 운영되면서 수백 명이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너 누구니]는 젓가락 안에 한국인의 문화적 밈(Meme),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는 것과 젓가락만큼 우리가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도구라고 한다.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알려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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