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클래식 클라우드 26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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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연 최후의 중세인 루터의 길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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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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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레닌 등 많이 있다. 이 책은 백민석 작가님이 3개월 동안 홀로 러시아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혼자 여행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크아웃리스트를 만들었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여행의 대부분은 관광에 가까운데 저자는 여행자가 되어 보려고 애쓰면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고 친절하였다. 웨딩 촬영하는 신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기 전부터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동상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인 푸시킨의 동상이었다.<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시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의 동상은 모든 도시에서 하나 이상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복작대는 시내에서 시야가 활짝 열리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아침 10시쯤 궁전 광장에 가보면 깨끗이 청소를 했는지 물기로 반짝이고,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광장은 에메랄드빛을 띤다. 얼핏 들으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상징 색이 에메랄드의 청회색이라고...

 

사람들에게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보여 주면 친절하게 내릴 곳을 가르쳐 준다. 페테르고프 기차역을 둘러싼 짙고 깊은 녹음을 넋 놓고 바라본다. 혼자 먼 거리를 다니는 여행자는 상념에 잠길 시간이 많다. 왜 혼자 여행을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다.

 

길거리 연주인 버스킹은 값싸게 즐길 수 있는 현지의 대중문화다. 러시아는 차이콥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고전 음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소비에트 시절을 거치고도 하드록과 헤비메탈이 대중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다니는 일이 많고, 자식이 어릴수록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부모 쪽이 행복해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과 끝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가 9288킬로미터이고, 횡단 시간은 일주일에서 한두 시간 빠진다. 횡단 열차의 예매는 우리의 KTX만큼이나 편리하다.

    

표지에 사진은 옴스크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난 장소는 변두리, 단층 목조 주택들이 물컹한 진흙 길과 나란히 서 있는 곳이다. 동네는 변두리 빈민가인데 저자가 러시아에서 찍어 온 수백 장의 인물 사진 가운데 미소가 담기지 않은 유일한 사진이다. 세상에, 웃지 않는 러시아인이라니.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한 도시에 7일 이상 머무를 경우엔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 체크아웃 할 때 거주지 등록증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출입국 카드가 없으면 어디에서든 받아주지 않으니 꼼꼼히 챙겨 두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한 호텔 <도스토옙스키 하우스>가 영업중이다. [죄와 벌]을 쓴 아파트라는 석판이 붙은 건물도 있고, 소설의 인물들이 살던 건물들은 그 거리에 있었고, 그와 함께 삶을 나누던 이웃들이었다.

 

레닌을 제외하면, 석 달 동안 러시아를 여행하며 가장 흔하게 본 동상 1위는 푸시킨이었다. 2위는 늘 구부정한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이었고 그다음이 예카테리나 같은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동상이었다.

 

 

 

구글 맵에 모스크바에서와 같이 크렘린이라는 지역 명소가 뜬다. 수즈달처럼 손바닥만한 시골 마을에도 넓은 영지를 둘러싼 성곽과 성당, 궁전으로 이뤄진 크렘린이 있다. 머릿속에서 러시아에 덧씌워져 있던 일그러진 편견 한 조각, 굴락의 이미지가 벗겨져 떨어져 나갔다. 관광할 땐, 그 나라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는 일정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첫날부터 깨달았다.

    

러시아인들은 제 일터와 생활 공간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아닐까. 성당이나 목조 주택들, 경찰서 앞 관상목 하나에까지 조명을 비춰 놓은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들과 자꾸 마주치다 보면, 러시아인들의 남다른 디자인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하다 모스크바에 들렀는데 시간 여유가 없다면 붉은 광장 주변만 돌아봐도 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붉지 않은 광장은 거대함도 볼거리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둘러싸고 있어 광장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오갈 수 있다. 광장 서쪽엔 레닌의 묘가 있다. 1924년에 레닌이 사망했으니 벌써 1백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인데, 생전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레닌을 볼 수 있다. 담백한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과 도시와 자연, 마을을 같이 본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 여행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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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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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족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가 각각 다르게 기억한 조각들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맑은 영혼 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험악한 집안 분위기를 만회 하고자 가족 스키 여행을 떠난다. 결혼을 앞둔 오브리 언니를 뺀,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밥 삼촌, 그들의 딸 내털리, 정신연령이 절반 밖에 안되는 동생 오즈와 언니 클로리 남친과 베프 모 열명은 캠핑카를 타고 함께 한다.

 

산장에서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가던 중 눈보라는 강해지고,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카일의 차가 고장이나 캠핑카에 합류한다. 놀란 사슴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가드레이를 들이받고 미끄러지면서 캠핑카는 추락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난 피가 웅덩이가 되었다. 아빠의 몸은 운전석과 창과 핸들 사이에 끼여 다리는 부러지고 얼굴은 깨진 유리 파편에 찢기고 눈과 함께 얼어붙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파 술술 읽히지만 완독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휴대폰을 꺼내 들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부상이 심한 아빠를 뒤쪽으로 옮기고, 모는 나를 보는 순간 울부짖으며 뒤로 쓰러진다. 내털리와 캐런이모는 꼭 끌어안고 있다. 카일과 오즈는 방한복에 눈 장화와 장갑까지 입고 있는데 모는 얇은 모직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방한에 도움이 안되는 부츠를 신고 있다. 구조 요청을 가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릴지 의견 충돌이 되었다.

 

밴스와 클로이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구조 요청을 하러 길을 떠났다. 밥 삼촌은 오즈의 장갑을 좀 쓰자고 하지만 오즈가 순순히 줄리가 없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옷을 벗겨 모에게 입으라고 한다. 캐런 이모의 동공이 확장된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될 것 같아> 엄마는 약간 고민하는 듯하다 <모 네가 신어> 이 순간 단 한 켤레의 부츠 때문에 자매나 다름없던 엄마와 캐런 이모의 놀라운 우정이 깨져버렸다.

 

날이 밝자 눈보라는 반 정도 수그러들었다. 엄마는 모에게 사람들을 데려올 때까지 오즈와 잭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모는 신고 가라며 내 부츠를 벗어 주었다. 카일이 같이 가겠다고 한다. 나는 클로이 언니와 밴스를 따라 가기도 하고, 엄마와 카일이 가는 곳에 따라가지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엄마와 카일이 가고 난 뒤 캠핑카 안은 미묘하게 흘러간다. 눈을 녹여 물을 먹겠다고 오즈가 이모를 밀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캐런이 훌쩍이며 말한다. 밥 삼촌이 오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밥은 오즈에게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빙고가 같이 가면 가도 된다고 했다. 크래커 두 개를 주면서 장갑이랑 바꾸자고 한다. 오즈는 삼촌을 차 안으로 올려주고 엄마가 갔던 반대 방향으로 빙고와 길을 떠났다. 그 와중에 밥 삼촌의 눈길이 아빠의 노스페이스 파카, 털모자, 청바지 그리고 눈 장화를 훑어보는 것을 지켜본다. 엄마와 카일은 도로에서 보안관 차를 발견하고 캠핑카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 빙고는 나중에 발견되었고 오즈는 끝내 찾지 못했다.

 

엄마가 오즈를 바라보는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보안관이 아들에 대해 자세하게 말을 해달라고 할때 오즈의 점, 관자놀이의 상처, 잔머리, 신었던 양말까지 설명은 소름끼치게 세세하다. 오즈를 돌보지 않는 엄마가 못마땅하던 아빠는 <가끔 오즈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끔찍한 고백을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 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오즈를 키울 때 얼마나힘들었을까 짐작을 해본다.

 

나에게 극한의 상황이 닥친다면 밥 삼촌 처럼 자기 가족만 생각하게 될까.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한순간에]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릴 때 겪었던 일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한다. 후회란 감정도 양심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분투와 구조 이후의 회복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대처와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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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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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화제작 변온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두 여성의 잔잔한 연대를 그린다. ‘변온동물은 신체의 내부 온도가 외부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동물을 말한다. 내부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항온동물과 반대되는 개념이다’<네이버지식백과 동물학백과> 변온인간이 되어가는 인경을 부디 얼지 않게끔 하려는 직장 동료 희진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인경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경영지원팀 직원인 송희진과 베트남 출장을 함께 가게 되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멋대로 출장을 결정한 곽 부장에게 화를 냈으니까.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고 있었고, 사무실에서 말도 별로 없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밝은 사람이었다.

 

하노이를 떠나올 때부터 나를 주위 깊게 주시하곤 했다. 노상 카페에 앉아 음식과 음료를 시켰다. 송희진이 갑자기 오른쪽 팔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화가 폭발해 희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송희진은 울먹거리기 시작하면서 설마 했는데 팔이, 이 더위에. 사실 베트남 떠날 때부터 지켜봤는데 사람들 다 덥다고 난리 칠 때, 대리님 좀 이상했다. 아무리 체질이라고는 하지만 팔 목 한 번도 땀 안 나는 사람이 어딨냐는 것이다. 그거 맞죠. 땀도 안 나고 온도에 따라 체온도 변하고 하는 ...동시에 변온동물을 외쳤다.

 

송희진은 사촌 동생이 뱀을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지금 그 뱀과 꼭 같다고 했다. 지금 충분히 덥고 견디기 힘든 더위지만 나에겐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모든 것을 버티고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만일 내가 영영 변온성을 가진 인간으로 변해버렸다면, 그러니까 열대 기온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확실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당장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연구 기관에라도 알려야 할지 혹은 국립과학원이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곳에 의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면 국가기관에 빨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송희진과 공유하긴 했다. 대리님 혹시라도 무슨 일 있거나 어디가 갑자기 아프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꼭 말해주라고 부탁했다.

 

희진의 말과 나의 추측대로 내가 영영 변온동물로 변해버린 것이라면, 가장 큰 고비는 여름이 끝나고 서늘한 가을을 지나 혹한의 추위가 다가오면서부터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변온동물을 검색했다. ‘동물이라는 단어를 치며 약간 망설였다가 혹시 변온인간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았지만 결과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터 내 몸의 변화는 예고되어 있던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이 따뜻하고 기분 좋은 여름을 잘 보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인경 씨 처럼> 희진이 건넨 말을 떠올렸다. 체력을 올리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생각했다. 퇴근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에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청량한 기운이 훅 얼굴을 덮쳤다.

 

더위를 피해 삼삼오오 한강으로 모여드는 저들에게 지금의 기온은 아직 한여름의 그것과 같게 느껴질 것이다. 해가 더 빨리 지기를,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빨리 신선해지기를, 열대야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여름을 붙잡아두고 싶은 나와는 정반대로 말이다.p141

 

가을 장마가 길어지고, 겨울이 왔다. 출근 준비 시간이 길어지고 잠옷을 입은 채로 그 위에 겉옷들을 껴입고 출근하는 날이 생겼다. 주말은 외출을 금하고 온풍기와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지냈다. 느려진 걸음만큼 행동이나 말도 느려져 무슨 병이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장기 휴직계를 내고 동면으로 들어가는 계획을 세운다.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먹은 듯 두통과 악몽을 겪다가 문득 오래전에 유튜브 채널에서 한 번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영상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일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진과 인경이 겨울을 무사히 지내고 안전한봄에 다시 만나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바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 [부디 얼지 않게끔]은 이 겨울 불안한 삶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난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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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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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1[눈부신 나의 친구]는 레누와 릴라의 유년 시절을 그렸다. 2권은 릴라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그녀들의 청년기가 시작되었다. 릴라는 여덟 권의 공책이 들어있는 금속상자를 주었다. 남편이 읽을까봐 집에 둘 수 없다고 했다. 릴라의 공책에는 첫 작품 [푸른 요정]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무시를 받은 고통도 적혀 있었다. 내가 혼자만 중학교로 가게 되었을 때의 아픔과 분노, 구둣방에서 일을 배우면서 느꼈던 희열,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구두를 만들기로 마음 먹은 심정, 구두가 완성했을 때 기쁨도 적혀 있었다.

 

신혼여행에서 릴라가 반항을 멈추지 않자 스테파노는 세게 뺨을 두 번 때렸다. 어찌나 아픈지 순간 릴라는 더 반항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말피 해변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둘러댔다. 나는 릴라가 그 지경이 된 것을 보고 목이 메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찾지 않았다고 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자신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냉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안토니오는 군대 면제로 솔라라 형제에게 의논했다고 나와 헤어지자고 했다. 릴라도 카라치 부인이 된 다음부터 하루가 다르게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솔라라 형제를 자극하러 가는 데,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상처받은 사내의 비참한 모습을 내게 드러내 보이려고 나를 이용하였다. 스테파노의 식료품점 주인이 되었고, 임신이 되었지만 유산이 되어버렸다. 릴라와 함께 길리아니 선생님 집에 초대되어 가보니 레누가 좋아하는 니노가 있었다. 선생님 딸과 교제중이었다. 릴라의 약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요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름휴가로 두 달동안 이스키아 섬에서 지내게 되었다.

 

레누는 여름방학동안 니노가 이스키아 섬에 머문다는 것을 알고 있어 릴라에게 휴양지를 그곳으로 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운명은 니노와 릴라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탈한 마음이던 레누는 호시탐탐 노리던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원치 않는 관계를 맺게 된다. 나의 여성성을 일깨워준 사람이 그 인간이라는 사실이 소름이 껴쳤다. 니노와 릴라가 만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갈 때 임신이 되었고 집을 나와 23일 동거를 끝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안토니오는 공상당원들을 두들겨 패주러 갔다가 그들을 목격하였다. 릴라와 니노 둘의 모습을 보면서 경외심과 질투심을 동시에 느꼈다. 좋은 집, 남편과 식료품점, 자가용에 구두사업을 내팽개치고 한 푼 없는 학생 나부랭이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동네 청년들이 릴라에게 도움을 주기를 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리나를 좋아했던 엔초는 짐을 싸서 집에 데려다 주었다. 만약에 스테파노가 난리를 치면 다시 데리고 나온다고 했다. 릴라는 스테파노에게 임신했다는 것을 알린다. 리나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스테파노가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기 원했는데 언성을 높이며 다투어서 오빠의 이름을 딴 리노로 결정됐다. 릴라는 아들을 똑똑하게 만들려는 집착이 시작되었다. 스테파노는 아다와 바람이 났으면서 릴라의 외출에 신경을 썼다. 자신의 외도가 릴라의 외도도 정당화될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레누는 피에트로와 사귀게 되었고 그의 부모님은 대학교수고 누나도 대학에서 강사를 한다는 것을 릴라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아다가 스테파노의 아이를 임신했고 리나에게 잔소를 해대기도 한다. 릴라가 말했다. “너 지금 네 어머니처럼 행동하고 있어.”(p588) 아다를 보면서 애인 도나토에게 버림 받은 아다의 엄마 멜리나가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레누는 논문을 끝내지 못하고 공책에 내게 일어난 일을 3인칭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일이 걸렸다. 피에트로는 졸업 선물로 반지를 건네어 소설을 쓴 노트를 선물로 주었다. 그의 어머니가 보고 출판을 하게 되었고, 책이 나왔다. 부모님은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릴라는 엔초의 집에서 살면서 햄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밀라노 한 서점에서 독자 간담회를 하게 되었는데 내 소설의 현대성을 칭찬한 청년이 있었는데 니노 사라토레였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믿었던 신랑에 대한 배신으로 끝난 결혼식 피로연, 신혼여행에서 강단당하는 신부, 가정 폭력, 혼외정사, 가출, 맞바람, 임신, 이혼... 내용만 보면 세상에 이런 막장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 날이갈수록 복잡해지고 엉클어지는 릴라와 레누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뒤에는 두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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