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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21/pimg_7583281442772125.jpg)
두 가족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가 각각 다르게 기억한 조각들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맑은 영혼 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험악한 집안 분위기를 만회 하고자 가족 스키 여행을 떠난다. 결혼을 앞둔 오브리 언니를 뺀,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밥 삼촌, 그들의 딸 내털리, 정신연령이 절반 밖에 안되는 동생 오즈와 언니 클로리 남친과 베프 모 열명은 캠핑카를 타고 함께 한다.
산장에서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가던 중 눈보라는 강해지고,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카일의 차가 고장이나 캠핑카에 합류한다. 놀란 사슴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가드레이를 들이받고 미끄러지면서 캠핑카는 추락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난 피가 웅덩이가 되었다. 아빠의 몸은 운전석과 창과 핸들 사이에 끼여 다리는 부러지고 얼굴은 깨진 유리 파편에 찢기고 눈과 함께 얼어붙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파 술술 읽히지만 완독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휴대폰을 꺼내 들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부상이 심한 아빠를 뒤쪽으로 옮기고, 모는 나를 보는 순간 울부짖으며 뒤로 쓰러진다. 내털리와 캐런이모는 꼭 끌어안고 있다. 카일과 오즈는 방한복에 눈 장화와 장갑까지 입고 있는데 모는 얇은 모직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방한에 도움이 안되는 부츠를 신고 있다. 구조 요청을 가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릴지 의견 충돌이 되었다.
밴스와 클로이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구조 요청을 하러 길을 떠났다. 밥 삼촌은 오즈의 장갑을 좀 쓰자고 하지만 오즈가 순순히 줄리가 없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옷을 벗겨 모에게 입으라고 한다. 캐런 이모의 동공이 확장된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될 것 같아> 엄마는 약간 고민하는 듯하다 <모 네가 신어> 이 순간 단 한 켤레의 부츠 때문에 자매나 다름없던 엄마와 캐런 이모의 놀라운 우정이 깨져버렸다.
날이 밝자 눈보라는 반 정도 수그러들었다. 엄마는 모에게 사람들을 데려올 때까지 오즈와 잭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모는 신고 가라며 내 부츠를 벗어 주었다. 카일이 같이 가겠다고 한다. 나는 클로이 언니와 밴스를 따라 가기도 하고, 엄마와 카일이 가는 곳에 따라가지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엄마와 카일이 가고 난 뒤 캠핑카 안은 미묘하게 흘러간다. 눈을 녹여 물을 먹겠다고 오즈가 이모를 밀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캐런이 훌쩍이며 말한다. 밥 삼촌이 오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밥은 오즈에게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빙고가 같이 가면 가도 된다고 했다. 크래커 두 개를 주면서 장갑이랑 바꾸자고 한다. 오즈는 삼촌을 차 안으로 올려주고 엄마가 갔던 반대 방향으로 빙고와 길을 떠났다. 그 와중에 밥 삼촌의 눈길이 아빠의 노스페이스 파카, 털모자, 청바지 그리고 눈 장화를 훑어보는 것을 지켜본다. 엄마와 카일은 도로에서 보안관 차를 발견하고 캠핑카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 빙고는 나중에 발견되었고 오즈는 끝내 찾지 못했다.
엄마가 오즈를 바라보는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보안관이 아들에 대해 자세하게 말을 해달라고 할때 오즈의 점, 관자놀이의 상처, 잔머리, 신었던 양말까지 설명은 소름끼치게 세세하다. 오즈를 돌보지 않는 엄마가 못마땅하던 아빠는 <가끔 오즈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끔찍한 고백을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 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오즈를 키울 때 얼마나힘들었을까 짐작을 해본다.
나에게 극한의 상황이 닥친다면 밥 삼촌 처럼 자기 가족만 생각하게 될까.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한순간에]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릴 때 겪었던 일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한다. 후회란 감정도 양심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분투와 구조 이후의 회복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대처와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