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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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레닌 등 많이 있다. 이 책은 백민석 작가님이 3개월 동안 홀로 러시아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혼자 여행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크아웃리스트를 만들었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여행의 대부분은 관광에 가까운데 저자는 여행자가 되어 보려고 애쓰면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고 친절하였다. 웨딩 촬영하는 신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기 전부터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동상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인 푸시킨의 동상이었다.<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시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의 동상은 모든 도시에서 하나 이상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복작대는 시내에서 시야가 활짝 열리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아침 10시쯤 궁전 광장에 가보면 깨끗이 청소를 했는지 물기로 반짝이고,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광장은 에메랄드빛을 띤다. 얼핏 들으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상징 색이 에메랄드의 청회색이라고...

 

사람들에게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보여 주면 친절하게 내릴 곳을 가르쳐 준다. 페테르고프 기차역을 둘러싼 짙고 깊은 녹음을 넋 놓고 바라본다. 혼자 먼 거리를 다니는 여행자는 상념에 잠길 시간이 많다. 왜 혼자 여행을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다.

 

길거리 연주인 버스킹은 값싸게 즐길 수 있는 현지의 대중문화다. 러시아는 차이콥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고전 음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소비에트 시절을 거치고도 하드록과 헤비메탈이 대중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다니는 일이 많고, 자식이 어릴수록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부모 쪽이 행복해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과 끝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가 9288킬로미터이고, 횡단 시간은 일주일에서 한두 시간 빠진다. 횡단 열차의 예매는 우리의 KTX만큼이나 편리하다.

    

표지에 사진은 옴스크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난 장소는 변두리, 단층 목조 주택들이 물컹한 진흙 길과 나란히 서 있는 곳이다. 동네는 변두리 빈민가인데 저자가 러시아에서 찍어 온 수백 장의 인물 사진 가운데 미소가 담기지 않은 유일한 사진이다. 세상에, 웃지 않는 러시아인이라니.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한 도시에 7일 이상 머무를 경우엔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 체크아웃 할 때 거주지 등록증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출입국 카드가 없으면 어디에서든 받아주지 않으니 꼼꼼히 챙겨 두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한 호텔 <도스토옙스키 하우스>가 영업중이다. [죄와 벌]을 쓴 아파트라는 석판이 붙은 건물도 있고, 소설의 인물들이 살던 건물들은 그 거리에 있었고, 그와 함께 삶을 나누던 이웃들이었다.

 

레닌을 제외하면, 석 달 동안 러시아를 여행하며 가장 흔하게 본 동상 1위는 푸시킨이었다. 2위는 늘 구부정한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이었고 그다음이 예카테리나 같은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동상이었다.

 

 

 

구글 맵에 모스크바에서와 같이 크렘린이라는 지역 명소가 뜬다. 수즈달처럼 손바닥만한 시골 마을에도 넓은 영지를 둘러싼 성곽과 성당, 궁전으로 이뤄진 크렘린이 있다. 머릿속에서 러시아에 덧씌워져 있던 일그러진 편견 한 조각, 굴락의 이미지가 벗겨져 떨어져 나갔다. 관광할 땐, 그 나라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는 일정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첫날부터 깨달았다.

    

러시아인들은 제 일터와 생활 공간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아닐까. 성당이나 목조 주택들, 경찰서 앞 관상목 하나에까지 조명을 비춰 놓은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들과 자꾸 마주치다 보면, 러시아인들의 남다른 디자인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하다 모스크바에 들렀는데 시간 여유가 없다면 붉은 광장 주변만 돌아봐도 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붉지 않은 광장은 거대함도 볼거리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둘러싸고 있어 광장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오갈 수 있다. 광장 서쪽엔 레닌의 묘가 있다. 1924년에 레닌이 사망했으니 벌써 1백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인데, 생전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레닌을 볼 수 있다. 담백한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과 도시와 자연, 마을을 같이 본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 여행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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