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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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63세 주인공이 만약 한 번 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할까? 내 인생을 방해하는 요소는 모조리 배제해보고 산다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다.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한번쯤 생각을 하게 되는 신박하고 현실 판타지 소설이다.

 

63세의 기타조노 마사미는 구단의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생 때부터 만다라차트에 인생의 목표를 정해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 나도 외길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말하니 페미니스트 같은 소릴하냐며 남편은 핀잔을 주며 대화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같은 취미를 즐기며 여행 다니는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한낱 꿈이었나보다. 기타조노는 장을 보려고 메모하면서 외길 인생을 두 줄로 지우고 다시 쓰는데 타임슬립해서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타임슬립 3개월 후, 중학교 3년 내내 혼자 좋아했던 아마가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여학생에게 인기가 높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절세미인과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마가세도 타임슬립하여 말이 통하지 않아 외로웠다며 교환일기를 나누고 협력하자고 말한다. 같은 시대에서 타임슬립해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은 없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중학생으로 와 있었다.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만 주어진 2회차 인생이니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중학생으로 살려니 스트레스 쌓이지만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중이다. 라디오를 들으면 여성 외모를 중시하고 남성 우위 노래 가사가 마음에 안들어 항의문을 쓰기도 한다. 그 시대에는 여자를 크리스마스 케이크라고 말했다. 현재 시대의 젠더 갭을 개선하려면 이 시대부터 바로잡아야지 하는 마음에서다.

 

오타니 선수처럼 외길 인생을 걷고 싶으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자신을 발견한다. 장래에는 여성을 위한 건축을 하고자 건축학과를 지망한다. 부모님과 담임은 여자가 건축학과를 하며 놀란다. 아마가세는 이전에는 은행원이었지만 의과대에 진학을 하여 의사 시급이 높으니 한 해는 돈을 벌고 일년 동안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는 생활을 하고 싶다.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겠지만, 결혼할 거면 기타조노 같은 여자가 좋겠다고 한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일만 하는 노예 인생이었다, 기타조노는 내가 못 생겼다고 깔보는 건가 싶지만 결혼하고 싶은 상대라고 말하니 기분은 좋았다. 두 사람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예순세 살 초로의 남녀 모습으로 리쿠기엔 부근을 산책하고 싶다.

 

건축학과에 들어가니 여자는 두 명밖에 없었다. 아케타는 2년 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했다고 한다. 케이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사장의 성추행을 참기 어려워 그만두었다. 취업에도 남녀 차별을 겪는다. 여자는 본가에서 출퇴근하는 자에 한한다고 쓰였다. 건축 관련 일이라면 남녀가 관계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여직원을 채용할 때 회사 남자 직원들의 결혼 상대로 적합한지를 본다니 어이 없는 발상이다.

 

젊을 때는 사람의 일생이 길게 느껴졌지만 60대가 되어 되돌아보면 짧은 세월에 놀라고 후회의 감정이 한없이 부풀어 오른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취업이 어려운 것을 실감하였고 어패럴 회사를 지원해도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을 거북해 하였다. 취업과에 상담하러 갔는데 미인인 학생의 상담을 먼저 받아주는 외모지상주의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건축과 친구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전환할까 생각도 했지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며느리감으로 잘 대해준 것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다. 3년이나 아르바이트를 했으면서 60대가 된 지금도 사람 보는 눈이 통 없는 것이다.

 

타임슬립하여 중학생으로 돌아간 기타조노, 결혼은 신경 쓰지 않고 꿈을 향해 살겠다고 다짐하며 건축학을 전공하고 열심히 사는 삶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몇십 년전 남존여비가 강한 일본에서 여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인생을 몇 번 다시 산다고 해도 별 차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는다.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든든한 아마가세가 있어 앞으로 인생도 잘 풀리지 않을까. 주어진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2회차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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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 암 병동 간호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
문경희 지음 / 파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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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뇌종양 진단을 받으며 길 잃고 벼랑 끝에 서 있던 간호사의 손을 말기 환자들이 잡아 준 이야기다. 그들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디며 끝까지 살아내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세바시)’강연도 찾아서 봤는데 애정과 사랑이 넘치는 와우간호사님 너무 멋지십니다.

 

앞으로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저자에게 뇌종양 진단은 고통이었다. 시한부 환자들을 돌보고 웃음과 울음의 치유력을 설파하던 강사였는데 본인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때, 네 살 딸의 호흡이 약해지는데 선생님이 불러주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니 녹음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간호했던 환자 보호자의 전화를 받는다. 울음을 삼키며 노래를 불러 보냈고, 선생님 노래 들으며 딸이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노래를 부르던 순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었고 와우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환자들의 남은 시간 속에 와우!’같은 따뜻한 추억을 남기겠다고 그날 이후 다짐했다고 한다.

 

베테랑 간호사지만 암 병동에서 응급 상황은 예측 불가다. 멀쩡히 걷던 환자가 이송된 후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고, 네 살 딸을 둔 유방암 환자의 임종 앞에서 당황할 때 차분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병실을 정리하던 선배 간호사가 거대해 보였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직접 끓인 야채죽을 건네며 위로하는 환자도 있고, 일상의 감사가 무뎌질 때마다 환자에게 받은 실내화를 신어본다.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할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이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든 간병인이든 대소변을 침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척 힘든데 나의 고관절 수술 후 힘들었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병실에서 찬양대를 만들어 환자의 손을 잡고 찬양을 부르니 통증도 가시고 못 걷던 사람이 산책도 하는 소식을 들려준다. 매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적은 온다고 하였다. 저자는 무릎 수술로 절뚝거리며 병동 일을 하면서 환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소망을 나누는 간호사로 거듭났다. 뇌종양을 통과하며 깨달은 것은 세상에 쓸모없는 고난은 없으며, 아무리 쓰디쓴 고통에도 다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는 무릎 수술을 하고 다리에 통깁스를 하고 변기 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그 고난은 아픈 방식의 수업료를 요구했지만, 환자의 숨소리 하나에도 떨리는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는 진짜 간호사의 심장을 얻었다.

 

난소암 치료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고 아내가 외로울거 같아 남편도 함께 삭발을 한 남편의 사랑은 감동이다. 위암이 두 세번 재발한 그녀가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고 간호사가 되어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하였다. 4년제 간호대학을 나와 자신이 암을 완치했던 병원에 간호사가 되어 첫 출근을 했고. 삶은 그렇게 또 다른 기적을 잉태하고 있구나 감탄했다.

 

뇌종양 치료 과정을 거치며 무릎 연골판 조직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간호사로 살았지만 직접 환자가 되어 아파보고 불편을 겪고 나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에 눈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통깁스를 하고 간호사로 일했던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고 돌봄이 무엇인지 동료 간호사님을 통해 배웠다. 같은 처지의 환우들과 함께 지내며 병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함께 기도를 올렸다.

 

병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의 사회를 보는 저자는 문학의 밤 행사를 준비하며 펜을 들었다. 안녕하지 않은 긴 밤을 보내고도 아침이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 그들의 안녕하세요한 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닌 오늘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다짐이었다.

 

저자는 나를 살린 것은 결국, 내가 살리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님의 진심과 정성이 느껴졌다. 요즘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 책은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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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사랑한 생활
백형찬 지음 / 파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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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법정 스님이 사랑한 풀, , 나무, , 음악, 그림, 소소한 생활소품까지 설명을 곁들였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법정스님의 글에 매료되었고 가톨릭 신자이지만 순천 송광사에서 열린 출가 45일 수련을 통해 스님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스님은 사람이나 동물보다 나무와 꽃을 더 가까이 두었다. 식물들의 세계를 유심히 살폈다. 각자의 특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도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스님은 꽃밭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꽃들은 저마다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제각각이지만, 그 다름 때문에 오히려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고, 어느 것도 서로 닮으려 애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난초를 돌보다 집착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에게 건네주면서 해방감이 밀려왔고 그날 이후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기를 마음속에 새기며 무소유의 참뜻을 체득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갖는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헌식대에 산속 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올려두기도 하는데 토끼, 노루의 발자국들이 선명했다. 어느 해, 산토끼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광에서 고구마를 꺼내 먹이고, 따뜻한 방 안에서 하룻밤을 재워 보냈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주할 때마다 사는 일이 고맙고 기쁘게 느껴진다고 했다. 행복의 조건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맑고 향기로운 일상의 한순간, 그 빛을 알아보는 마음에 있을 뿐이다, 차 한잔이 그것을 일깨워 준다.

 

스님은 생애를 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좋은 책 한 권에 온전히 몰입해 있던 바로 그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좋은 책을 대하는 일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과도 같았다.

 

산으로 출가할 때 가장 끊기 어려웠던 것은 애지중지하던 책에 대한 미련을 끊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린 왕자]를 스무 번은 더 읽었다고 했다. 시집 한 권을 어렵게 빌려 오면 밤을 새워가며 공책에 베껴 쓰고, 외우고, 또 읽어내려갔다.

 

스님은 산에 들어와 살면서 참 많이 걸었다. 미륵산에서 통영 시내까지 걸망을 메고 왕복 30리 길을 오르내렸고,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장을 보기 위해 구례장까지는 왕복 80리를 걸었다. 통도사 시절에는 밀양 표충사까지 굽이진 산길을 따라 걸었다.

 

산에 오래 살다 보면 청각이 예민해지는데 한밤중에 기러기 떼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곤 했다. 스님 곁에는 늘 세 가지가 함께 있었는데 바로 차와 책과 음악이었다. 스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늘 곁에서 거들어준 고마운 벗들이었다.

 

스님은 길을 떠나는 일을 언제나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으로 여겼다. 안거가 끝나고 해제가 되는 바로 그날, 짐을 꾸려 곧장 길을 떠났다. 첫차를 타기 위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로 나서는 것이 해제의 일미라고 불렀다.

 

지인들에게 글을 적어 보내기도 하는데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속에 걸리는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적음의 도리를 적었다는 글이 인상적이다.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쥐고 살지 않는 삶의 태도였다. 그 판자 글씨는 일월암 흙집 창 위에 걸려 있었고, 오가는 이들에게 소리 없이 그 뜻을 전해주었다.

 

삶에는 리듬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때로는 높이 솟아 오를줄도 알고, 때로는 깊이 가라앉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과 어울릴 때는 분명히 어울리되, 다시 자기 안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다고 보았다.

 

스님은 음식을 매우 간단하게 먹었다. 음식만 좋다고 해서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인한 정신력, 투철한 삶의 질서, 알맞은 운동, 적당한 휴식, 자연과의 친화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수첩을 한 권 샀고 주소란에 지인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옮겨 적었다. 해가 바뀔수록 연락처들을 줄여나갔다. 보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서였고 삶을 정돈하기 위해 수십 권의 수첩을 불태워 버렸다.

 

이 책은 산골에서 소박한 삶 속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 소유하지 않음으로 얻는 충만, 단순한 일상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행복이 샘솟는다. 영혼의 휴식처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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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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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다. 누구보다도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을 통렬하게 들여다보았고, 그 파편을 고스란히 글에 남겼다. <인간실격>,<사양>,<달려라 메로스>같은 작품들은 그가 시대의 격랑 속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자기 자신과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적 자화상이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여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사양>몰락한 귀족 가문의 의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가즈코의 1인칭 시점으로, 그녀의 내면과 독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작품은 발표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고통과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p27

 

<인간실격>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작품으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타인 앞에서의 자아’‘자기 자신과의 대면등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과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사람들의 집합을 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세상이라는 것의 실체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p48

 

<어쩔 수 없구나> 매우 짧고 위트 있는 문체와 대비되는 주제로, 전쟁 중 피난민과 농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적인 톤으로 그려낸 단편이다. 사교적인 만남 자체를 꺼리는 성격의 주인공은 의사의 초대가 불편했다. 초대에 응하기보다 약간의 핑계를 대는 것으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강조한다. 결국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고독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것을 성찰의 기회로 삼도록 안내한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시골 농민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훌륭하게 갱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p66

 

<달려라 메로스>는 전후 일본 문단에서 다자이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단편으로, 약속과 신뢰라는 주제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실러의 시 <인질>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하였다. 메로스의 여정은 단순한 여정은 단순한 우정과 용기의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시험받고 성숙해지는지를 보여준다.

 

걸을 수 있다. 가자, 육체의 피로가 회복됨과 함께, 비록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겨났다. 그것은 의무를 완수하려는 희망이다. 내 몸을 희생해서라도 명예를 지키려는 희망이다.p118

 

<앵두>는 다자이 오사무의 섬세한 필체로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 부모의 책임감과 무력감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버지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가족의 본질을 향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 아버지는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셋째 형 이야기> 가족 간의 유대와 예술적 열망,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감정을 서술하였다. 셋째 형의 허세와 유머, 예술적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을 조명하던 이야기에서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형의 내면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셋째 형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시에 삶과 예술, 고독이라는 주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늙은 하이델베르크>는 자신이 들렀던 여행지를 회상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과 상실, 그로인해 형성된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돈은 없지만 젊음이 있던 그 시절 경험한 일들은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기억 속 장소, 시간이 만든감정의 변화, 그리움과 상실 속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자기 존재, 내면과 추억 속 외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리를 걸어도 과거의 향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시마의 색이 바랜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이 늙고 말라버려서 그곳이 의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p219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탐구한 작품들은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삶에 지친 날, 이 책의 문장 하나가 마음을 붙잡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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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넘은 새 특서 어린이문학 14
손현주 지음, 함주해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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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 특서주니어 [유리창을 넘은 새]가 출가되었다. [가짜 모범생]의 작가 손현주의 환경 동화로, 도시 외곽 작은 숲에 둥치를 튼 유리새 가족의 이야기다.

 

유리새는 공사장의 소음과 진동을 이겨 내고 분진 속에서 아기 새들을 보호한다. 어미 새는 먹이를 구하러 둥지를 비울 때마다 나무가 베일까 봐 염려됐다. 여름 내내 숲이 우거지고 다양한 벌레들이 살았던 숲은 맑은 공기로 가득 찼고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참 좋았다.

 

공사장이 많이 생기면서 새들이 숲을 떠났지만 둥지를 옮겨 다니면서 새끼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떠날 수는 없었다. 숲이 사라지고 도심으로 날아오는 새들이 많아지자, 신선한 먹이를 구하는 일도 경쟁이 심해졌고 게으름을 피우면 종일 굶어야 했다.

 

어느 날, 아기 새들은 잿빛 먼지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분진을 덮어쓴 어미를 알아보지 못해 무서워했다. 유리새는 비오는 날의 흙과 나뭇잎에서 나는 향기를 좋아했다. 흙먼지가 씻겨 나간 나무껍질 속의 습한 향기는 어릴 적 숲에서 맡았던 냄새였다.

 

천적인 까마귀가 아기 새를 덮치려 할 때 먹을 곳으로 인도하였다. 유리새는 아기 새들을 두고 먹이를 찾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이 무겁고 불안했다. 아직 새끼들에게 나는 법과 먹이 구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날개를 펄럭이며 날 준비를 하는 아기 새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나는 연습을 시켰다. 막내 새는 날고 싶지 않다고 울상이 되었지만 나중에 둥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다음은 먹이를 찾는 법을 알려주었다. 벽 아래 덤불 속에 열매와 벌레들이 숨어 있었지만 지금은 시멘트뿐이어서 먹을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아기 새들은 하루 종일 벌레를 찾아 헤매다 자기 힘으로 작은 벌레를 잡았다고 환호했다.

 

어미 새는 여기를 떠나는 게 두려워 하는 아기 새들을 격려하며 세 마리의 새끼들을 하나하나 부리를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 이상 먹이를 구하러 종일 날아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 쉬어도 된다는 걸 알았지만 또 다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새는 둥지를 떠나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편백 향기를 따라 날아갔지만 편백 테라스 바닥으로 떨어졌다. 통유리창 안쪽에 있던 숲은 인공 조형물이었다. ‘아가들아, 너희는 나처럼 되지 말고, 이 도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꼭 배우렴.’ 숲에서 부는 바람이 유리새의 바스러진 깃털을 쓰다듬었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눈을 조용히 감았다.

 

저자의 신도시 작업실 큰 통창으로 작은 숲이 보였다. 어느 날 테라스에 나가 보니 작은 새가 죽어 있었다. 새들이 통유리에 비친 하늘과 나무를 실재의 공간으로 착각해서 부딪친 거였다. 새의 죽음으로 마음이 오랫동안 무거웠다. 산책할 때마다 나무를 올려다보는데 가끔 새 둥지들이 보이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편안했는데 재개발이 되면 저 많은 나무들이 또 사라지겠지. 사람뿐이 아닌 새들도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떠올라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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