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사랑한 생활
백형찬 지음 / 파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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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법정 스님이 사랑한 풀, , 나무, , 음악, 그림, 소소한 생활소품까지 설명을 곁들였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법정스님의 글에 매료되었고 가톨릭 신자이지만 순천 송광사에서 열린 출가 45일 수련을 통해 스님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스님은 사람이나 동물보다 나무와 꽃을 더 가까이 두었다. 식물들의 세계를 유심히 살폈다. 각자의 특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도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스님은 꽃밭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꽃들은 저마다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제각각이지만, 그 다름 때문에 오히려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고, 어느 것도 서로 닮으려 애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난초를 돌보다 집착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에게 건네주면서 해방감이 밀려왔고 그날 이후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기를 마음속에 새기며 무소유의 참뜻을 체득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갖는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헌식대에 산속 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올려두기도 하는데 토끼, 노루의 발자국들이 선명했다. 어느 해, 산토끼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광에서 고구마를 꺼내 먹이고, 따뜻한 방 안에서 하룻밤을 재워 보냈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주할 때마다 사는 일이 고맙고 기쁘게 느껴진다고 했다. 행복의 조건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맑고 향기로운 일상의 한순간, 그 빛을 알아보는 마음에 있을 뿐이다, 차 한잔이 그것을 일깨워 준다.

 

스님은 생애를 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좋은 책 한 권에 온전히 몰입해 있던 바로 그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좋은 책을 대하는 일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과도 같았다.

 

산으로 출가할 때 가장 끊기 어려웠던 것은 애지중지하던 책에 대한 미련을 끊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린 왕자]를 스무 번은 더 읽었다고 했다. 시집 한 권을 어렵게 빌려 오면 밤을 새워가며 공책에 베껴 쓰고, 외우고, 또 읽어내려갔다.

 

스님은 산에 들어와 살면서 참 많이 걸었다. 미륵산에서 통영 시내까지 걸망을 메고 왕복 30리 길을 오르내렸고,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장을 보기 위해 구례장까지는 왕복 80리를 걸었다. 통도사 시절에는 밀양 표충사까지 굽이진 산길을 따라 걸었다.

 

산에 오래 살다 보면 청각이 예민해지는데 한밤중에 기러기 떼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곤 했다. 스님 곁에는 늘 세 가지가 함께 있었는데 바로 차와 책과 음악이었다. 스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늘 곁에서 거들어준 고마운 벗들이었다.

 

스님은 길을 떠나는 일을 언제나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으로 여겼다. 안거가 끝나고 해제가 되는 바로 그날, 짐을 꾸려 곧장 길을 떠났다. 첫차를 타기 위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로 나서는 것이 해제의 일미라고 불렀다.

 

지인들에게 글을 적어 보내기도 하는데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속에 걸리는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적음의 도리를 적었다는 글이 인상적이다.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쥐고 살지 않는 삶의 태도였다. 그 판자 글씨는 일월암 흙집 창 위에 걸려 있었고, 오가는 이들에게 소리 없이 그 뜻을 전해주었다.

 

삶에는 리듬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때로는 높이 솟아 오를줄도 알고, 때로는 깊이 가라앉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과 어울릴 때는 분명히 어울리되, 다시 자기 안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다고 보았다.

 

스님은 음식을 매우 간단하게 먹었다. 음식만 좋다고 해서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인한 정신력, 투철한 삶의 질서, 알맞은 운동, 적당한 휴식, 자연과의 친화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수첩을 한 권 샀고 주소란에 지인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옮겨 적었다. 해가 바뀔수록 연락처들을 줄여나갔다. 보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서였고 삶을 정돈하기 위해 수십 권의 수첩을 불태워 버렸다.

 

이 책은 산골에서 소박한 삶 속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 소유하지 않음으로 얻는 충만, 단순한 일상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행복이 샘솟는다. 영혼의 휴식처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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