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I LOVE 그림책
트로이 커밍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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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림도 귀여워 그림책을 보면서 웃음 짓는다. 가끔은 그림책을 읽는 것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단순히 돌보고 키운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기견 아피는 버터넷로 이웃들에게 입양해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다. 미안하지만 반려견이 될 수 없단다. 고양이가 개 알레르기가 있어서 안된다고 한다.

 

 

 

    

멍멍

제가 혹시 여러분의 반려견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배변 훈련이 잘 돼 있고, 제 소유의 뼈다귀 장난감도 있어요. 또한 놀이도 좋아한답니다. 진심을 담아 아피.

 

정육점 아주머니께 당신의 반려견이 될 수 있을까요? 내 생각엔 아주머니네 정육점이 나 같은 강아지가 살기에 딱 좋은 곳 같아요.

 

이봐, 친구!

난 너에게 좀 따질 게 하나 있어.

저번에 우리 가게에 개 한 마리를 들였더니 글쎄, 미트볼 한 봉지가 없어졌지 뭐야! 미안하지만 난 다시는 개를 들일 일이 없거든. -정육점 주인장 베로니카 생크-

 

5번 소방서 여러분 앞으로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편지를 보냈다.

친애하는 지원자 님, 우리 버터넷로 소방서와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소방견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다

 

고물상 주인께 난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나의 선택 중 끝에서 두 번째예요. 정말이지 지난 며칠 동안은 무지무지 힘들었거든요. 고물이나 잡동사니를 훔치려 들면 힘껏 짖어 줄 수 있어요. 돌아온 답은 이 똥개야, 썩 꺼져!

    

 

 

 

버터넷로의 마지막 집에게

당신 집 마당엔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군요. 창문들은 박살 나 있고, 도무지 좋은 냄새라고는 맡을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전 선택받지 못했답니다. 너무 외로워요-아피

마지막집은 아무도 살지 않아서 편지가 반송이 되어 왔다. 아우우우우!! 어떡하나

 

그런데 반가운 편지가 도착했다. 좋은 소식이 들어 있을까요?

따뜻한 사람이 반려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답장은 좋아요!!였다. 추신:멍멍

 

40페이지의 짧은 그림책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아피의 편지마다 발 도장이 앙증 맞다.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해피엔딩이다.아피 행복한 날만 있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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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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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서정 호러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공포스러울지 알았는데 오히려 따뜻한 소설도 있다. 저자인 야마시로 아사코는 본명과 다른 필명으로 활동중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아내와 둘이 사는 맨션에 유령이 나타났다. 피곤해서 그런 걸까 마음에 병이 들었나 아내에게 말을 하니 아내도 보인다고 한다. 방구석이나 침대에도 심지어 샤워할 때도 보인다. 우리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는데 사적인 공간을 침입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심령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외출하던 날짜를 거슬러 추적을 한다. 물건에 귀신이 씌인거 아닌가 연구를 하다 귀신이 나타날때마다 그림으로 그려 블로그에 올려보았다. 비슷한 사람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는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다. 후배 N이 연락이 와서 소설에 사용할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간 관련 SF를 써보려고 한다고 하였다. 여자 친구가 술에 취하면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 보이는데 술이 깨면 시간의 흐름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후배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경마에서 돈을 벌었다. 어느 날 N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친구가 피를 흘리고 있는 N이 보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는 여자친구가 술에서 깨어나는 걸 늦추기 위해 술을 계속 마시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하면 후배가 무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곤드레만드레 SF]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세 명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였다. 고등학교 시절, 네 명은 이쿠타메 요리코의 교복을 더럽히고 괴롭혔다. 얼마 뒤에 요리코는 자해를 하고 그담주에 장례식을 치렀다. 결혼한 에게 유키에의 편지가 도착했다. 태어난 아이가 자살로 몰아버린 요리코를 닮아서 죽였다는 내용과 우리랑 똑같은 일을 당할지 몰라걱정된다는 메시지였다. 태어난 딸은 요리코와 같이 눈밑에 점이 세 개 있었다. 죽어서도 복수하려고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것일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에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의 얼굴]

 

성차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헤어져 딸 유코와 살게 된다. 한달에 한번 아이를 보러 오는 남편과 세 번째 만남에서 셋이서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말하는 것을 거절하자 남편은 여자에게 따귀를 갈겼다. 남편이 딸 아이를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 하는 모습을 본 충격으로 3년간 입원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였다. 친정집에서 요양하면서, 산책을 나가면 엄마, 살려줘라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은 들리지 않는지 무심히 지나치고, 약물 부작용으로 환청이라면 이상할 것 없다. 딸을 지키지 못한 마음이 그 목소리는 신경이 쓰인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혼자 외출을 해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개천 옆에 집들 근처에 들려본다. 여자는 엄마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환청이 아닌 실제 사람인 여자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바다에 빠진 안나는 사후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죽으면 영화관에 입장하여 그동안 살아온 삶을 주마등처럼 필름으로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 필름이 상영 되었다. 같이 배에 탔던 아이들 안부를 물어본다. “당신이 살던 세상에서 시계 초침이 1초를 움직이는 동안 이쪽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가는 셈이에요.” 아직은 지상의 육체에 들어 있다고 천사가 말한다. 안나의 필름을 찾지 못하면 아이들이 바다에 빠질거라고 한다. 등장 인물들의 필름은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잘 자요,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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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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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완독이 클럽에서 사전 리뷰단으로 선택된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형이 불치병 말기로 인생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을 때 본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형의 생일 전날이었다. 이것을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슬프기는 하나, 이 이야기가 소설일 뿐이지 우레아 가족의 실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첫 문장이다. 이유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아버지의 유령이 보이면서 멕시코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이 없는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돈 세군도는 멕시코 혁명 후 말을 타고 소노라에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왔다.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등록을 하고 임무를 잘 해냈다. 그 뒤 독일인을 증오하게 되었다. 영어를 배웠고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남쪽으로 돌아갔고 데 라 크루스 가문은 다시 멕시코인이 되었다.

 

암 선고를 받고 70세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일 파티는 오래 전에 알렸기에 막내동생인 리틀 엔젤은 시애틀에서 왔고, 올 수 있는 친척들은 다 왔다. 생일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뤄서, 다음날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사람들은 그의 명령에 따랐다.

 

자매형제들은 빅 엔젤이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한다 씹어대면서 가족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은 미국인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빅 엔젤은 페를라와 결혼을 하면서 그녀가 데려온 아들들을 보듬으려 하였다. 분노를 통해 완벽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여전히 생부를 기억하고 있는 인디오는 빅 엔젤이 꺾을 수 없는 저항을 시작했고 집을 나갔다.

 

그 시절, 빅 엔젤은 직업이 두 개였다. 가끔은 세 가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불쌍한 페를라는 어두운 아파트에서 고생을 했다. 그녀는 그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었다. 엔젤이 왜 이토록 미국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더 나은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고향에서는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다. 심지어 희망도 있었다. 티후아나에서는 파티를 하고 싶으면, 길 한가운데에다 모닥불을 지필 수 있었단 말이다.p252

 

빅 엔젤은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기를 잘했다고 하였다. 본인보다 아들이 먼저 죽는 건 견딜 수 없으셨을거야 아내도 거들었다. 리틀 엔젤은 아버지가 미국 여자의 사이에 낳은 배다른 동생이다. 리틀 엔젤의 생모에게 쫓겨나자 빅 엔젤은 아버지를 모셨다. 사람은 아프거나 죽을때가 되면 옛날 일을 떠오르는 건지 빅 엔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어머니를 실망시켰다고 회상한다.

 

그는 수첩에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이라고 적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아내와 사랑을 못 나누는게 아쉬웠고, 걷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페를라 여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던 시절이 그리워했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가족들을 위해 일만 해왔던 빅 엔젤을 가족의 지도자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그날 저녁 페를라와 빅 엔젤은 서로 당신 덕택이라며 덕담을 나누는 장면은 보기 좋았다. 이 책은 단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았다. 어머니 장례식과 빅 엔젤의 생일 파티에 대한 것이고 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이라 읽다 보면 많이 어수선하다. 음담패설, 농담을 동생과 자녀들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 멕시코 문화인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대가족이 시끌벅적한 이틀 동안, 빅 엔젤과 그의 가족들의 추억을 읽으며 나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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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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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이 마사야는 어릴 때 촉망받는 아이였다. 성적도 최고여서 평생 성공 가도를 달릴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은 삼류 대학 법학과에 다니는 아웃사이더일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조롱을 당한다. 학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천박하다. 저 녀석들 전부, 당장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발신인 하이무라 야마토.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도 돼.

선택해도 돼, 너에겐 권리가 있으니까.

네가 어떠한 답을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 따르겠어.

그 남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고 부드럽다.p8

 

하이무라가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5년 전 일이었다. 입건할 수 있었던 것은 9건뿐이었다. 피해자 대부분 10대 소년소녀로, 적게는 열여섯 살부터 많게는 스물 세 살이다. 마사야는 하이무라를 만나러 교도소에 왔다. 백자처럼 매끄러운 빰에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이 사람이 흉악한 연쇄살인범이라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아홉 번째 살인. 스물 세 살 여성이 교살당하고 깊은 산속에 유기된 사건인데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다 스무 살을 넘은 아이는 자기의 취향이 아니라며 누명을 벗겨 달라고 한다. 연쇄살인귀, 엽기살인범, 아동살해자,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정신이상자, 괴물.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년 소녀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죽여서 마당에 묻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아온 남자이면서 말이다.

 

그 몸짓, 이 목소리, 웃는 얼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하이무라는 마사야의 열다섯 살까지의 모습만 기억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가게에 다녔다. 하이무라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제과점 로셸의 점주였다. 깔끔한 미소로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하이무라에 대한 서류 뭉치를 읽어보았다. 그는 피해자들을 물색했음은 확실하다. 전형적인 질서형 살인범이었다. 범죄 평론가는 자기현시욕이 높으며 연기성 인격장애의 의심 있음. 일본의 테드 번디라고 불러도 손색없음이라고 적었다.

 

변호사 사무소 조사원이라는 가짜 명함을 들고 하이무라를 알고 지냈던 이웃이나 교사를 만나조사를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였고, 양아버지라는 사람들은 그를 학대하였다. 미취학 아동일 때 친척집에서 돌봐주기도 하였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다 비행소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쌍한 녀석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하이무라는 얼굴 가득 빈정거림과 야유를 띠며 웃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는 저런 얼굴을 하게 되었다. 타인을 깔보고, 비웃는 눈매를 하게 되었다. 어린 나에게 무의식중에 선민의식을 심었던 건 눈앞에 이 남자다. 어렸을 적 얻은 자신감은 혼자서 얻은 게 아니었다. 하이무라의 시선으로, 태도로, 넌지시 조종되어 성장해간 것이다.p349

 

초등학교 때 한 반이던 아카리는 요즘의 모습이 옛날의 가케이 군 같았다 말을 한다. 예전에 그는 우등생이 되려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무렵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마사야가 부모를 부정하던 어린 시절 하이무라가 응석을 받아주고 치켜 세워주고, 일시적으로 꿈을 보여주었던 모습에 동화되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하이무라처럼 되고 싶어 살의를 느끼기도 하였다. 살인은 정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일까? 마사야는 살인범의 어렸을 적 사진에서 잔인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연쇄살인범은 주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이 책에는 실제 존재했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술술 읽히지만 결말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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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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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법정스님 원적 10주기를 맞아 법정스님의 글과 말씀을 다시 만나다. [법정스님 인생응원가]는 재가제자인 정찬주 작가님이 스님의 글과 자신의 글을 묶어서 명상록을 냈다. 책의 방식은 마중물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청하는 청법(請法)의 글이라는 의미이다. 스님의 말씀과 침묵~ 스님의 가르침은 물론 그 너머 스님의 침묵까지 헤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갈무리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연상해낸 내 상념이나 단상, 내 삶의 흔적을 명상한 글이자 나의 고백이다.

 

스님은 불일암에서 저자에게 무염이라는 법명을 주셨다. ‘저잣거리에 살되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산중으로 옮겨와 글을 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 존재와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의 한 부분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p49

 

법정스님은 뒷모습을 늘 가까이 있어도 눈 속의 눈으로 보이는, 눈을 감을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야말로 실상이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했다.

 

 

 

법정스님은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하면 거절했다. 실수로 약속한 바람에 말빚을 갚느라 단 한 번의 주례를 선 적이 있었다. 숙제로 한달에 3권의 책을 사서 읽으라고 했다니 스님다운 멋진 주례다. 시를 읽으면 피가 맑아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가 있는데 혀는 하나뿐이다. 보고 들은 것의 절반만 말하라는 뜻이 아닐까.p77

 

사람에게 가장 사람다운 일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침묵은 자기 정화의, 또는 자기 질서의 지름길이다. 온갖 소음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몸에 익혀야 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은 무소유는 아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 무게가 다른 짐을 지고 나온다.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이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다. 따라서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사람은 또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하고 무도할 것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삶이 빛나는 것은 죽음이 있어서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불일암으로 가서 뵈니 병색이 완연했다. 불일암의 달을 보고 내려가라고 하셨다. 저자는 산방인 이불재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다. 그날이 마지막인 것을 늦게 후회가 되었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에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이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2019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종교가 아니어도 스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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