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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평점 :

2020년 법정스님 원적 10주기를 맞아 법정스님의 글과 말씀을 다시 만나다. [법정스님 인생응원가]는 재가제자인 정찬주 작가님이 스님의 글과 자신의 글을 묶어서 명상록을 냈다. 책의 방식은 마중물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청하는 청법(請法)의 글이라는 의미이다. 스님의 말씀과 침묵~ 스님의 가르침은 물론 그 너머 스님의 침묵까지 헤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갈무리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연상해낸 내 상념이나 단상, 내 삶의 흔적을 명상한 글이자 나의 고백이다.
스님은 불일암에서 저자에게 ‘무염’이라는 법명을 주셨다. ‘저잣거리에 살되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산중으로 옮겨와 글을 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 존재와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의 한 부분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p49
법정스님은 뒷모습을 ‘늘 가까이 있어도 눈 속의 눈으로 보이는, 눈을 감을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야말로 실상이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했다.

법정스님은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하면 거절했다. 실수로 약속한 바람에 말빚을 갚느라 단 한 번의 주례를 선 적이 있었다. 숙제로 한달에 3권의 책을 사서 읽으라고 했다니 스님다운 멋진 주례다. 시를 읽으면 피가 맑아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가 있는데 혀는 하나뿐이다. 보고 들은 것의 절반만 말하라는 뜻이 아닐까.p77
사람에게 가장 사람다운 일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침묵은 자기 정화의, 또는 자기 질서의 지름길이다. 온갖 소음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몸에 익혀야 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은 무소유는 아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 무게가 다른 짐을 지고 나온다.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이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다. 따라서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사람은 또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하고 무도할 것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삶이 빛나는 것은 죽음이 있어서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불일암으로 가서 뵈니 병색이 완연했다. 불일암의 달을 보고 내려가라고 하셨다. 저자는 산방인 이불재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다. 그날이 마지막인 것을 늦게 후회가 되었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에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이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2019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종교가 아니어도 스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