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성의 서정 호러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공포스러울지 알았는데 오히려 따뜻한 소설도 있다. 저자인 야마시로 아사코는 본명과 다른 필명으로 활동중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아내와 둘이 사는 맨션에 유령이 나타났다. 피곤해서 그런 걸까 마음에 병이 들었나 아내에게 말을 하니 아내도 보인다고 한다. 방구석이나 침대에도 심지어 샤워할 때도 보인다. 우리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는데 사적인 공간을 침입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심령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외출하던 날짜를 거슬러 추적을 한다. 물건에 귀신이 씌인거 아닌가 연구를 하다 귀신이 나타날때마다 그림으로 그려 블로그에 올려보았다. 비슷한 사람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는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다. 후배 N이 연락이 와서 소설에 사용할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간 관련 SF를 써보려고 한다고 하였다. 여자 친구가 술에 취하면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 보이는데 술이 깨면 시간의 흐름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후배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경마에서 돈을 벌었다. 어느 날 N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친구가 피를 흘리고 있는 N이 보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는 여자친구가 술에서 깨어나는 걸 늦추기 위해 술을 계속 마시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하면 후배가 무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곤드레만드레 SF]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세 명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였다. 고등학교 시절, 네 명은 이쿠타메 요리코의 교복을 더럽히고 괴롭혔다. 얼마 뒤에 요리코는 자해를 하고 그담주에 장례식을 치렀다. 결혼한 에게 유키에의 편지가 도착했다. 태어난 아이가 자살로 몰아버린 요리코를 닮아서 죽였다는 내용과 우리랑 똑같은 일을 당할지 몰라걱정된다는 메시지였다. 태어난 딸은 요리코와 같이 눈밑에 점이 세 개 있었다. 죽어서도 복수하려고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것일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에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의 얼굴]

 

성차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헤어져 딸 유코와 살게 된다. 한달에 한번 아이를 보러 오는 남편과 세 번째 만남에서 셋이서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말하는 것을 거절하자 남편은 여자에게 따귀를 갈겼다. 남편이 딸 아이를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 하는 모습을 본 충격으로 3년간 입원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였다. 친정집에서 요양하면서, 산책을 나가면 엄마, 살려줘라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은 들리지 않는지 무심히 지나치고, 약물 부작용으로 환청이라면 이상할 것 없다. 딸을 지키지 못한 마음이 그 목소리는 신경이 쓰인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혼자 외출을 해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개천 옆에 집들 근처에 들려본다. 여자는 엄마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환청이 아닌 실제 사람인 여자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바다에 빠진 안나는 사후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죽으면 영화관에 입장하여 그동안 살아온 삶을 주마등처럼 필름으로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 필름이 상영 되었다. 같이 배에 탔던 아이들 안부를 물어본다. “당신이 살던 세상에서 시계 초침이 1초를 움직이는 동안 이쪽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가는 셈이에요.” 아직은 지상의 육체에 들어 있다고 천사가 말한다. 안나의 필름을 찾지 못하면 아이들이 바다에 빠질거라고 한다. 등장 인물들의 필름은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잘 자요, 아이들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북스 완독이 클럽에서 사전 리뷰단으로 선택된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형이 불치병 말기로 인생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을 때 본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형의 생일 전날이었다. 이것을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슬프기는 하나, 이 이야기가 소설일 뿐이지 우레아 가족의 실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첫 문장이다. 이유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아버지의 유령이 보이면서 멕시코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이 없는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돈 세군도는 멕시코 혁명 후 말을 타고 소노라에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왔다.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등록을 하고 임무를 잘 해냈다. 그 뒤 독일인을 증오하게 되었다. 영어를 배웠고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남쪽으로 돌아갔고 데 라 크루스 가문은 다시 멕시코인이 되었다.

 

암 선고를 받고 70세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일 파티는 오래 전에 알렸기에 막내동생인 리틀 엔젤은 시애틀에서 왔고, 올 수 있는 친척들은 다 왔다. 생일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뤄서, 다음날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사람들은 그의 명령에 따랐다.

 

자매형제들은 빅 엔젤이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한다 씹어대면서 가족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은 미국인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빅 엔젤은 페를라와 결혼을 하면서 그녀가 데려온 아들들을 보듬으려 하였다. 분노를 통해 완벽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여전히 생부를 기억하고 있는 인디오는 빅 엔젤이 꺾을 수 없는 저항을 시작했고 집을 나갔다.

 

그 시절, 빅 엔젤은 직업이 두 개였다. 가끔은 세 가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불쌍한 페를라는 어두운 아파트에서 고생을 했다. 그녀는 그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었다. 엔젤이 왜 이토록 미국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더 나은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고향에서는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다. 심지어 희망도 있었다. 티후아나에서는 파티를 하고 싶으면, 길 한가운데에다 모닥불을 지필 수 있었단 말이다.p252

 

빅 엔젤은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기를 잘했다고 하였다. 본인보다 아들이 먼저 죽는 건 견딜 수 없으셨을거야 아내도 거들었다. 리틀 엔젤은 아버지가 미국 여자의 사이에 낳은 배다른 동생이다. 리틀 엔젤의 생모에게 쫓겨나자 빅 엔젤은 아버지를 모셨다. 사람은 아프거나 죽을때가 되면 옛날 일을 떠오르는 건지 빅 엔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어머니를 실망시켰다고 회상한다.

 

그는 수첩에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이라고 적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아내와 사랑을 못 나누는게 아쉬웠고, 걷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페를라 여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던 시절이 그리워했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가족들을 위해 일만 해왔던 빅 엔젤을 가족의 지도자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그날 저녁 페를라와 빅 엔젤은 서로 당신 덕택이라며 덕담을 나누는 장면은 보기 좋았다. 이 책은 단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았다. 어머니 장례식과 빅 엔젤의 생일 파티에 대한 것이고 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이라 읽다 보면 많이 어수선하다. 음담패설, 농담을 동생과 자녀들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 멕시코 문화인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대가족이 시끌벅적한 이틀 동안, 빅 엔젤과 그의 가족들의 추억을 읽으며 나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가케이 마사야는 어릴 때 촉망받는 아이였다. 성적도 최고여서 평생 성공 가도를 달릴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은 삼류 대학 법학과에 다니는 아웃사이더일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조롱을 당한다. 학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천박하다. 저 녀석들 전부, 당장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발신인 하이무라 야마토.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도 돼.

선택해도 돼, 너에겐 권리가 있으니까.

네가 어떠한 답을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 따르겠어.

그 남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고 부드럽다.p8

 

하이무라가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5년 전 일이었다. 입건할 수 있었던 것은 9건뿐이었다. 피해자 대부분 10대 소년소녀로, 적게는 열여섯 살부터 많게는 스물 세 살이다. 마사야는 하이무라를 만나러 교도소에 왔다. 백자처럼 매끄러운 빰에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이 사람이 흉악한 연쇄살인범이라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아홉 번째 살인. 스물 세 살 여성이 교살당하고 깊은 산속에 유기된 사건인데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다 스무 살을 넘은 아이는 자기의 취향이 아니라며 누명을 벗겨 달라고 한다. 연쇄살인귀, 엽기살인범, 아동살해자,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정신이상자, 괴물.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년 소녀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죽여서 마당에 묻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아온 남자이면서 말이다.

 

그 몸짓, 이 목소리, 웃는 얼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하이무라는 마사야의 열다섯 살까지의 모습만 기억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가게에 다녔다. 하이무라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제과점 로셸의 점주였다. 깔끔한 미소로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하이무라에 대한 서류 뭉치를 읽어보았다. 그는 피해자들을 물색했음은 확실하다. 전형적인 질서형 살인범이었다. 범죄 평론가는 자기현시욕이 높으며 연기성 인격장애의 의심 있음. 일본의 테드 번디라고 불러도 손색없음이라고 적었다.

 

변호사 사무소 조사원이라는 가짜 명함을 들고 하이무라를 알고 지냈던 이웃이나 교사를 만나조사를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였고, 양아버지라는 사람들은 그를 학대하였다. 미취학 아동일 때 친척집에서 돌봐주기도 하였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다 비행소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쌍한 녀석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하이무라는 얼굴 가득 빈정거림과 야유를 띠며 웃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는 저런 얼굴을 하게 되었다. 타인을 깔보고, 비웃는 눈매를 하게 되었다. 어린 나에게 무의식중에 선민의식을 심었던 건 눈앞에 이 남자다. 어렸을 적 얻은 자신감은 혼자서 얻은 게 아니었다. 하이무라의 시선으로, 태도로, 넌지시 조종되어 성장해간 것이다.p349

 

초등학교 때 한 반이던 아카리는 요즘의 모습이 옛날의 가케이 군 같았다 말을 한다. 예전에 그는 우등생이 되려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무렵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마사야가 부모를 부정하던 어린 시절 하이무라가 응석을 받아주고 치켜 세워주고, 일시적으로 꿈을 보여주었던 모습에 동화되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하이무라처럼 되고 싶어 살의를 느끼기도 하였다. 살인은 정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일까? 마사야는 살인범의 어렸을 적 사진에서 잔인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연쇄살인범은 주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이 책에는 실제 존재했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술술 읽히지만 결말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법정스님 원적 10주기를 맞아 법정스님의 글과 말씀을 다시 만나다. [법정스님 인생응원가]는 재가제자인 정찬주 작가님이 스님의 글과 자신의 글을 묶어서 명상록을 냈다. 책의 방식은 마중물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청하는 청법(請法)의 글이라는 의미이다. 스님의 말씀과 침묵~ 스님의 가르침은 물론 그 너머 스님의 침묵까지 헤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갈무리 생각~스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연상해낸 내 상념이나 단상, 내 삶의 흔적을 명상한 글이자 나의 고백이다.

 

스님은 불일암에서 저자에게 무염이라는 법명을 주셨다. ‘저잣거리에 살되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산중으로 옮겨와 글을 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 존재와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의 한 부분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p49

 

법정스님은 뒷모습을 늘 가까이 있어도 눈 속의 눈으로 보이는, 눈을 감을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야말로 실상이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했다.

 

 

 

법정스님은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하면 거절했다. 실수로 약속한 바람에 말빚을 갚느라 단 한 번의 주례를 선 적이 있었다. 숙제로 한달에 3권의 책을 사서 읽으라고 했다니 스님다운 멋진 주례다. 시를 읽으면 피가 맑아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가 있는데 혀는 하나뿐이다. 보고 들은 것의 절반만 말하라는 뜻이 아닐까.p77

 

사람에게 가장 사람다운 일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침묵은 자기 정화의, 또는 자기 질서의 지름길이다. 온갖 소음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몸에 익혀야 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은 무소유는 아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 무게가 다른 짐을 지고 나온다.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이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다. 따라서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사람은 또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하고 무도할 것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삶이 빛나는 것은 죽음이 있어서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불일암으로 가서 뵈니 병색이 완연했다. 불일암의 달을 보고 내려가라고 하셨다. 저자는 산방인 이불재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다. 그날이 마지막인 것을 늦게 후회가 되었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에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이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2019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종교가 아니어도 스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울증에 시달려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는 공미리. 추경자의 콤플렉스인 몸매 품평을 하는 경찰 남편. 광선슈퍼 명목상 주인인 남편은 매일 성인 콜라텍으로 출근하여 혼자 가게를 지키는 전지현, 대학생 때 남자 선배의 아이를 임신하였고 어학연수를 떠나버려 2살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박소희. 폭력은 아니지만 매번 무시 당하는 그녀들이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남자는 그 말을, 불끈불끈 살의가 솟아오를 때면 조용히 되뇌곤 했다. 그것은 가 해 준 말이기도 했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불씨를 심어 준 사람. 그가 속삭여 준 말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한다. 사냥꾼이자 포식자인 자신이.p45

 

여자 네 명은 광선슈퍼에 모여 곰인형 눈깔 붙이기 부업을 한다. 수개월 전부터 주공아파트 단지에 바바리맨 쥐방울이 나타나 피해자가 늘어나지만 경찰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상금이 천만원이 걸렸으니 상금을 타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을 하면서 뭉치기로 한다. 지현, 경자, 미리, 소희. 이름하여 주부탐정단이다.

 

 

 

탐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것은 미소신경정신과 박도진 선생 덕분이었다. 직업으로 삼을 필요가 있느냐 취미로 활동하면서 쥐방울인지 뭔지 꼭 잡으라한다. <쥐방울 체포 작전> 이라고 적힌 글자를 보자 새삼 가슴이 뛰었다. 탐정을 하려면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며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를 장만하였다.

 

바야흐로 여름을 바라보는 5월 말, 트렌치코트를 맞춰 입고 꼼꼼하게 스카프를 두른 것도 모자라 선글라스까지 낀 네 명의 여자들이 배꼽이 빠져라 웃는 모습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p61

 

쥐방울은 광선주공아파트라는 허름하고 취약한 공간을 마주한 뒤 변태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경비 책임자 김광규 도움으로 CCTV 확보와 쥐방울 피해자들과 면담을 하였다. 여고생 때 친구들과 같이 바바리맨 보는 거랑은 달라서 소름 끼치고 무서운 거라고 토로했다. 피해자 대학생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쥐방울과 맞닥드려서 그후로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집 밖으로도 잘 못 나가는 휴우증을 겪고 있었다.

 

쥐방울은 어두운 밤길에서 이제는 한낮에도 대범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날 공용 쓰레기통 앞에 잘린 손목이 비닐봉투에 담긴 채 발견이 된다. 스마일맨 뱃지와 함께였다.

 

소설 속 그남자는 웃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진심을 다해 웃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것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자살카페에서 를 만났다. 죽는 것만이 심심한 삶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최선이냐는 물음에 무엇이 최선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남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갔다. 남자는 자신에게 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부탐정단은 열정적으로 탐문 수사와 수상한 사람을 쫒아가기도 하는데 막내 소희가 사라졌다. 경찰은 단순 가출일지 모른다고 한다. 살인사건도 일어나고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주부탐정단은 범인과 소희를 찾아 나선다. 쥐방울과 스마일맨은 같은 부류일까. 소설 중반으로 가면서 끔찍하고 스마일맨의 엽기적인 사건은 소름이 돋는다.

 

스마일맨이라고 자수를 해 온 남자가 있었다. 자수한 그는 혼란이 필요하다 했어요.’한다. 누가 사주한 걸까? 박도진은 자신도 범죄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희생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등 스마일맨에 대해 조사를 했다며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였다. 미리는 박도진 선생은 모르는게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주부탐정들의 안전과 소희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지 긴장 된다. 

 

집안일에 치이고 무시당하기 쉽고 때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마저 접어야 하는 주부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을 재미있게 보여 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이다. 추운 겨울날 책을 들면 놓지 못 할 가독성 좋은 소설을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