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 - ‘질문’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진짜 지능’ 키우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7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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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정답이 아닌 질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책을 집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에는 중요한 힘이 숨어 있다. 바로 생각하는 힘이라고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의 구성과 특징은 질문법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사례를 풍부하게 알 수 있으며, 각 챕터 첫머리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명언을 함께 수록했다. 챕터 말미마다 생각과 삶을 바꾸는 질문 훈련을 삽입해 체계적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본문 내용을 오롯이 수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하는 철학자였다. 사람을 만나면 질문을 던지며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질문이란 바탕, 본질, 핵심, 근원,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물음이다. 질문하면 궁금한 것을 알아낼 수 있고,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이 없다면 근원과 본질, 핵심을 알아낼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암기로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암기력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인문학 공부는 어렵다. 인간을 깊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유대인은 [탈무드]를 가지고 다니는 조국, 유대인 5,000년의 지혜, 유대인의 혼이라고 부른다. 유대인은 세 살때부터 [토라]를 암송한다. 일곱 살 때까지는 완전히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유대 교육의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서 능력이다. 질문하는 능력과 하브루타 교육법이 있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독서는 반쪽짜리다. 정보가 한정된 때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독서가 힘을 발휘했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넣고, 습관이 성격을 낳고,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 라고 사상가 에머슨의 말이다. 생각하는 힘, 생각의 깊이, 생각의 질이 좋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고 삶도 바꿀 수 있다. 배경지식이 탄탄해야 문해력이 향상된다.

 

배경지식은 예비지식, 바탕 지식이라고 하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배경지식을 두고 한 말이다. 책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을 깔아 둔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메시지가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한다. 고로 배경지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책을 읽을 때 질문을 하면서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은 이 시대가 원하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정보는 많고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이다. 요약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정확하고 빠르게 구분해 내는 능력이다.

 

청소년기에는 어디에 관심을 두면 좋을까? 자기 삶에 대한 관심과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부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공부를 하자. 내가 질문을 던져야 책도 삶도 세상도 답을 준다. 단순히 읽기만 하거나 열심히 살기만 해서는 지혜도 깨달음도 얻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내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며 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행과 독서는 닮은 점이 많다는 말에 공감한다. 쉼과 충전, 재미, 만남, 배움, 생각의 전환, 사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이 살아남는다는 내용으로 청소년 뿐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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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조현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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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가 경향신문,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위기에 내몰린 기후, 생태, , 노동, 안보, 민주주의 등 휘청거리는 지구 위에서 시대정신을 묻는다. 노동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일하다 과로로 죽고, 사고로 죽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자족하는 삶, 불편한 삶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세월호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사흘 후면 어버이날이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힘겹게 신음을 삼키며 침묵의 봄을 보내는 가정이 많아졌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슨이 지적했듯이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침묵의 봄) 자연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의존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원리는 존중과 배려다.

 

올 여름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우리의 처지를 콕 집어내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 생에 가장 더운 것 같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훨씬 관심이 크다. 그러나 냉방 혜택은 공평하지 않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폭염 노동은 그마저 하지 않으면 당장 살기 힘든 사람의 몫이 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했다. “위기를 겪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기 마련이며 결코 똑같을 수없다고. 바이러스 재앙을 불러들였던 이전의 길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이전의 길과 다른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생태계 훼손의 주범으로 꼽히는 성장지상주의 경제가 바이러스 감염병 창궐의 근원이지만, 다른 길을 택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무엇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언제 멈출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엿새는 열심히 일하되 이렛날은 쉬라는 성서의 안식일이 의도하는 것도 멈춤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보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의 문제는 서로 깊이 이어져 있다. 미세먼지, 자동차, 화학비료, 공장식 축산, 과도한 육식, 숲의 파괴는 서로 연결되어 우리의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은 박쥐와 공존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박쥐의 서식처마저 허용하지 않으려는 탐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다.

 

일상의 체험은 우리가 언제 진정으로 행복한지 알려준다. 앞만 보며 질주할 때가 아니라 옆을 보며 함께 갈 때, 뒤처진 사람에게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 때,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가 회복할 일상이 함께 가는 일상이면 좋겠다. 산에는 오르막길만 아니라 둘레길도 있다. 걷기 힘든 사람이 있을 때 오르막길이 아니라 둘레길을 택하면 모두가 즐겁다. 기꺼이 둘레길로 가겠다는 개인이 많아져 함께 가는 일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길 바란다.

 

기후위기는 불평등, 젠더, 인종, 식민주의 등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 문제와 얽혀있고, 이 다양한 문제의 근원은 자본주의로 수렴된다. 생산성 향상으로 생기는 실업 증가를 막으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고, 생산을 늘리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 팔리지 않는 것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요행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계에 산다. 세계화의 현실에서 거대한 사태로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은 바이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라는 생명 사상에 상응하는 삶의 기본 태도는 겸손이다. 겸손은 내가 다른 모든 것 덕분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노동에서, 환경에서, 사회에서, 삶에서,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불편한 삶을 살자고 외치는 활동가로서의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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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일본근대백년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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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TAKEOUT’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일본 근대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 장소, 사건들을 정리했다. 우리가 일본을 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은 나라이다. 우리보다 강해지면서 우리를 괴롭힌 것이라면 그 강해진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교육현장에서도 일본에 대한 교육은 미진한 감이 있었다.

 

일본 메이지 유신 사상과 행동에 핵심으로 공헌한 인물들은 우익의 영혼이라 불리는 요시다 쇼인과 대정봉환에 박차를 가한 사카모토 료마였다. 둘다 유신의 사상과 행동에 핵심을 공헌한 인물들이다. 국내에 개봉한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가 이 시기의 이야기다.

 

일본엔 네덜란드로 대표되는 서양의 문물과 학문을 지칭하는 난학(란가쿠)이 발달했다. ‘탈아론을 주장한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당시 선각자들은 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었다. 역으로 일본의 도자기나 우키요에(일본 근세의 풍속화)로 대표되는 일본 문화가 네덜란드를 비롯 유럽에 전해지며 동양의 이국적인 멋으로 유럽인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고흐를 비롯한 당시 유럽 대가들의 그림에 우키요에가 보이는 이유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가 되었고 가장 먼저 선진국이 되었다. 통상 사가들은 메이지 유신이 일어난 1868년을 일본 근대화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침략과 약탈의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청나라와 1984년 벌인 전쟁에서 승리하고 10년 후인 1904년 유럽의 대국인 러시아에게도 승리하며 절정에 달한다. 청일과 러일이지만 둘 다 조선을 놓고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일어난 남남끼리의 전쟁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사람들, 그들도 사무라이였다. 구체제하에서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선각자 그룹을 마지막 사무라이라고 부른다. 유신3걸을 비롯해 혜성처럼 나타난 많은 인물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유신의 불을 점화하고 일본 전역을 돌며 들불처럼 퍼져 나가게 한 이는 사카모토 료마라는 이상가이자 실천가이다.

 

맥아더는 7년에 걸친 통치 기간 중에 미국식 선진 제도를 일본의 각 사회 체제에 고루 뿌리내리게 하였다.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7년 동안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체제를 미국식으로 바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7년간의 전쟁 끝에 1598년 끝이 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 전투 3년 후 그의 이름을 딴 도쿠가와 막부를 열며 과거 주구닌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약속을 어겼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손주 사위이기도 한 히데요리와 생모인 요도도노는 자결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일본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활동했던 전국시대일 것이다. 동시대에 걸출한 3인이 태어났다. 놀라운 것은 모두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일본 통일을 향해 세력을 확장하며 순차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메이지 유신에 앞장선 가고시마엔 우리 조선인이 살고 있었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들이었다.마르코폴로가 동방을 다녀온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는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자기 중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명나라의 청화백자는 하얀 금이라 불리며 당시 유럽의 저택과 맞먹을 정도로 값이 비쌌다.

 

나가사키는 일본을 잘 모르는 우리에게도 도시의 사이즈에 비해 익숙하게 들려온다. 먹는 것으로 나가사키 짬뽕과 카스테라가 떠오른다. 일본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개창한 도쿠가와 막부는 그로부터 30년간 그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 어떤 사건을 정리하고 서양 상선이 일본에 입항할 때는 오늘날 도쿄인 에도에서 멀리 떨어진 나가사키 한 곳만을 이용하게 되었다.


<TAKEOUT 일본근대백년>를 재미있게 읽으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현지를 돌아보며 경험한 기록들과 사진 자료들이 있어일본을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과 책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스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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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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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29번째 작품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소설집으로 귀환, 꿈속의 살인, 원경과 에세이 1편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저마다 사정으로 산으로 들어온 소설 속에 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가꾸어 간다. 실종된 동생의 시신이 숨어 있는 산, 잘린 아버지의 손가락이 묻힌 산, 숨이 붙은 채로 매장된 돼지가 있는 산 등을 그려냈다.

 

<귀환>

아이가 체험학습을 떠난 날, 수임은 건강검진에서 난소와 갑상선에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계성 종양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고 자신의 낯선 몸을 생각하다가 모든 의심과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후진하는 차에 치였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아이는 꿈속에서 고모를 만났다고 중얼거렸다. 수임이 결혼 전, 남편의 여동생은 신흥종교에 빠져 산속 공동생활 수련원으로 떠나고 실종되었다. 아이의 주장대로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고모가 쌍둥이 산을 많이 보여줬다고 말하며 고모의 혼령이 씌였는지 아이의 목소리라고 믿기지 않은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있는 곳은 모르는 게 낫다고.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니까 가끔 와줘.

 

<꿈속의 살인>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죽인다. 이번에는 엄마를 죽여서 조각을 냈고 캐리어에 담아 엄마의 반지가 끼어진 손을 묻기 시작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주면 친구가 되었든 동료가 되었든 생각한대로 죽어 간다. 신경정신과에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수면제를 서서히 줄였다. 다시 사람을 죽였다. 꿈속에서 말이다. 엄마는 다른 여자랑 살겠다고 집을 나간 지 십년이 지나가는데도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빠의 내연녀 오선양씨가 운영하는 산장을 찾아간다. 그 딸은 엄마를 찾아가고, 그곳 냉동실에서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을 발견하는데...

 

<원경>

신오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복막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종양은 전이암이고 체장하고 담도 사이에 생긴 것은 원발암이라고 했다. 비로소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헤어지게 된 원경을 생각한다. 잘 지내? 라고 몇 년만에 문자를 보내니 문제가 생겨서 이모집에 와 있다고 한다. 무작정 원경의 이모가 있는 산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원경의 이모는 결혼하지 않은 막내딸이라는 이유로 돈이 안되는 선산을 물려받았다. 나무와 흙으로 만든 집이었는데 얼마전 화마가 휩쓸고 갔단다. 신오는 원경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아픈 것을 숨기고 다 나았다고도 말한다. 불이 난 곳을 정리하다 구제역에 살처분한 돼지들의 뼈를 발견한다. 신오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세이>

세 편의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산으로 혹은 가게 되는, 어쩌면 끌려가는 이야기다. 저자가 열일곱 살 여름까지 살았던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식을 앓았고, 가래 때문에 죽었다.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가래 때문에?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다리에 암이 생긴 후 오래된 그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릴 때 아픈 아이들은 대개 일찍 성숙한다. 저자는 여전히 다리가 아플 때마다 암이 처음 발병했던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고 했다. 계획한 대로 써도 산으로 가고, 계획하지 않은 대로 써도 산으로 간다. 그럴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 질문해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는 3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로 꾸며져 있다. 얇은 책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버림받은 이야기는 파헤쳐지고, 버려야 할 이야기는 땅속 깊이 묻힌다. 저자의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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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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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곳이 어떤 모습이든 셰익스피어와 같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도달한 곳이기를 소망하며 책을 집필했다.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감탄하면서 그의 문장을 모아 일기를 대신 적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을 읽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이 소유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복수와 화해를 다루는 마지막 희곡으로,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마법을 통해 섬을 지배하며, 배신과 복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꺾고 마법서를 버리며 마법을 포기하는데, 셰익스피어가 연극 무대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금지된 사랑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로맨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작품은 비극적인 끝을 맺지만 슬픔에만 치중하지 않는 점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어렵기만 한 사랑을 자신의 사랑을 찾는 주인공들의 숨바꼭질로 잘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삼각관계에서 시작해 요정의 마법으로 인해 얽혔다가 다시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세상의 많은 사랑이 바로 이러한 형태가 아닐까.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큰 인기를 얻으며 강력한 독재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고위 관료 사이에서는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정황상 카이스라 역시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권력과 도덕적 갈등, 운명과 자유 의지, 언어의 힘 등 철학적인 질문들을 심도 깊게 다루었다. 이 작품을 통해 정치와 권력, 그리고 인간에 대해 깊게 사유해 보라.

 

<리어 왕>은 영국의 전설적인 국왕으로 영국 문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늙은 리어 왕과 세 딸을 둘러싼 이야기는 가족 간의 배신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참혹한 결말을 보여준다. 극에서 바보 광대를 통해 이를 암시하는데, 이 광대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페르소나이다. <오셀로>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의심과 환상이 부른 사랑의 비극을 보여준다. 작품은 실재와 겉모습 사이 간극에서 빚어진 오해가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다루며 오늘날까지 자주 공연되는 희곡 중 하나이다.

 

우리는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꾐에 넘어가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의 부록에는 소네트를 다루었다. 소네트는 르네상스 초기의 이탈리아의 시 형식인 칸초네를 토마스 와이엇이 잉글랜드로 들여온 것이다. 소네트는 문학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여운 중 하나는 그의 언어가 주는 힘이다. 문장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시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한 줄의 대사가 책 한 권에 남길 만한 깊이를 지닌다. 그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복수와 용서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의 작품을 덮고 나서도 그 질문들은 우리 마음 속에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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