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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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29번째 작품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소설집으로 귀환, 꿈속의 살인, 원경과 에세이 1편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저마다 사정으로 산으로 들어온 소설 속에 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가꾸어 간다. 실종된 동생의 시신이 숨어 있는 산, 잘린 아버지의 손가락이 묻힌 산, 숨이 붙은 채로 매장된 돼지가 있는 산 등을 그려냈다.

 

<귀환>

아이가 체험학습을 떠난 날, 수임은 건강검진에서 난소와 갑상선에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계성 종양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고 자신의 낯선 몸을 생각하다가 모든 의심과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후진하는 차에 치였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아이는 꿈속에서 고모를 만났다고 중얼거렸다. 수임이 결혼 전, 남편의 여동생은 신흥종교에 빠져 산속 공동생활 수련원으로 떠나고 실종되었다. 아이의 주장대로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고모가 쌍둥이 산을 많이 보여줬다고 말하며 고모의 혼령이 씌였는지 아이의 목소리라고 믿기지 않은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있는 곳은 모르는 게 낫다고.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니까 가끔 와줘.

 

<꿈속의 살인>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죽인다. 이번에는 엄마를 죽여서 조각을 냈고 캐리어에 담아 엄마의 반지가 끼어진 손을 묻기 시작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주면 친구가 되었든 동료가 되었든 생각한대로 죽어 간다. 신경정신과에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수면제를 서서히 줄였다. 다시 사람을 죽였다. 꿈속에서 말이다. 엄마는 다른 여자랑 살겠다고 집을 나간 지 십년이 지나가는데도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빠의 내연녀 오선양씨가 운영하는 산장을 찾아간다. 그 딸은 엄마를 찾아가고, 그곳 냉동실에서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을 발견하는데...

 

<원경>

신오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복막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종양은 전이암이고 체장하고 담도 사이에 생긴 것은 원발암이라고 했다. 비로소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헤어지게 된 원경을 생각한다. 잘 지내? 라고 몇 년만에 문자를 보내니 문제가 생겨서 이모집에 와 있다고 한다. 무작정 원경의 이모가 있는 산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원경의 이모는 결혼하지 않은 막내딸이라는 이유로 돈이 안되는 선산을 물려받았다. 나무와 흙으로 만든 집이었는데 얼마전 화마가 휩쓸고 갔단다. 신오는 원경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아픈 것을 숨기고 다 나았다고도 말한다. 불이 난 곳을 정리하다 구제역에 살처분한 돼지들의 뼈를 발견한다. 신오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세이>

세 편의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산으로 혹은 가게 되는, 어쩌면 끌려가는 이야기다. 저자가 열일곱 살 여름까지 살았던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식을 앓았고, 가래 때문에 죽었다.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가래 때문에?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다리에 암이 생긴 후 오래된 그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릴 때 아픈 아이들은 대개 일찍 성숙한다. 저자는 여전히 다리가 아플 때마다 암이 처음 발병했던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고 했다. 계획한 대로 써도 산으로 가고, 계획하지 않은 대로 써도 산으로 간다. 그럴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 질문해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는 3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로 꾸며져 있다. 얇은 책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버림받은 이야기는 파헤쳐지고, 버려야 할 이야기는 땅속 깊이 묻힌다. 저자의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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