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조현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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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가 경향신문,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위기에 내몰린 기후, 생태, , 노동, 안보, 민주주의 등 휘청거리는 지구 위에서 시대정신을 묻는다. 노동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일하다 과로로 죽고, 사고로 죽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자족하는 삶, 불편한 삶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세월호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사흘 후면 어버이날이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힘겹게 신음을 삼키며 침묵의 봄을 보내는 가정이 많아졌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슨이 지적했듯이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침묵의 봄) 자연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의존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원리는 존중과 배려다.

 

올 여름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우리의 처지를 콕 집어내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 생에 가장 더운 것 같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훨씬 관심이 크다. 그러나 냉방 혜택은 공평하지 않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폭염 노동은 그마저 하지 않으면 당장 살기 힘든 사람의 몫이 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했다. “위기를 겪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기 마련이며 결코 똑같을 수없다고. 바이러스 재앙을 불러들였던 이전의 길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이전의 길과 다른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생태계 훼손의 주범으로 꼽히는 성장지상주의 경제가 바이러스 감염병 창궐의 근원이지만, 다른 길을 택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무엇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언제 멈출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엿새는 열심히 일하되 이렛날은 쉬라는 성서의 안식일이 의도하는 것도 멈춤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보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의 문제는 서로 깊이 이어져 있다. 미세먼지, 자동차, 화학비료, 공장식 축산, 과도한 육식, 숲의 파괴는 서로 연결되어 우리의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은 박쥐와 공존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박쥐의 서식처마저 허용하지 않으려는 탐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다.

 

일상의 체험은 우리가 언제 진정으로 행복한지 알려준다. 앞만 보며 질주할 때가 아니라 옆을 보며 함께 갈 때, 뒤처진 사람에게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 때,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가 회복할 일상이 함께 가는 일상이면 좋겠다. 산에는 오르막길만 아니라 둘레길도 있다. 걷기 힘든 사람이 있을 때 오르막길이 아니라 둘레길을 택하면 모두가 즐겁다. 기꺼이 둘레길로 가겠다는 개인이 많아져 함께 가는 일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길 바란다.

 

기후위기는 불평등, 젠더, 인종, 식민주의 등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 문제와 얽혀있고, 이 다양한 문제의 근원은 자본주의로 수렴된다. 생산성 향상으로 생기는 실업 증가를 막으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고, 생산을 늘리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 팔리지 않는 것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요행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계에 산다. 세계화의 현실에서 거대한 사태로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은 바이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라는 생명 사상에 상응하는 삶의 기본 태도는 겸손이다. 겸손은 내가 다른 모든 것 덕분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노동에서, 환경에서, 사회에서, 삶에서,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불편한 삶을 살자고 외치는 활동가로서의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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