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턴트 라이프 - 발명가의 시대는 계속된다
김영욱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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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턴트 라이프]는 프록시헬스케어의 대표 김영욱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창업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부러워 하던 의대를 그만두고 공학자기 되기 위해 다시 수능을 봤고 서울대 공대에 입학하게 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대기업 삼성전기와 씨젠 등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과를 냈다. 대장암 판정을 받으며 모든 것이 멈추었던 순간 정말 해보고 싶었던 스타트업 창업을 떠올리고 도전했고 미생물막 제거 칫솔 트로마츠를 개발했다. 저자는 자신을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퍼시스턴트를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끈질긴, 집요한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퍼시스턴트는 그의 삶의 철학이자 태도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물세 살 재수까지 하며 들어간 울산대 의학과를 휴학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들어갔지만, 의대를 왜 그만두었는지 주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부모님은 걱정과 조언을 들어야 했다. 2개월 미국 연수를 마치고 의대 친구들을 보며 느꼈던 열등감에 흔들리지 않았다. 공학공부를 할 때 좋아하던 운동도 시간이 아까워 도서관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 잠깐의 공부 외도를 했지만 회로 이론수업을 듣고 나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유학을 가기 위해 학원강사를 하며 미국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쪽 연구실이 있고 전문성이 강한 학교에 가고 싶었고 메릴랜드대학교를 선택했다. 장학금과 연간 3만 달러 정도의 생활비 지원도 약속했다. 유학 생활에서 영어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팀의 프로젝트 주제는 당뇨 질환이었다. 의대 3년을 다녔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발표자로 김영욱 대표를 지목했다. 교수 앞에서 첫 번째 발표를 마치고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합류해도 좋다는 확답을 듣게 됐다. 유학생 신분이라는 우월감의 원천들을 떨쳐내려 매일 매일 다이어리에 구체적인 목표들을 적어 나갔다.

 

유학 생활 3년 차가 되었을 때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계획을 제시했고 논리적으로 설명, 공유하고 방향성을 확인했다. 20112월 성공적으로 석사학위 논문심사를 마쳤다. 당시 연구 주제는 중증 감염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막을 정량적으로 감지하는 칩의 개발이었다. 미생물막 센싱 칩의 개발 목표는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세계적 지명도가 있는 [네이처]의 자매지였다. 4년간의 수없는 검토와 수정으로 논문은 너덜너덜해졌고 몸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귀국 후 삼성전기의 LCR사업부 소속의 글로벌 사업 미래제품팀의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하고 씨젠에 기술혁신팀으로 입사를 하였다.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모였다. 일이 확장되면 될수록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는데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는다. 인공항문 없이 수술을 마치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장루를 달게 되었지만 회복이 빨라 복원 수술을 받았다. 고향 포항에서 요양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명은 프록시헬스케어로 정했다. 프록시란 접근이 용이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객들이 건강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칫솔이라는 흔하디흔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다이슨은 최적의 롤모델이었다. 저자는 아버지를 울산 제조 센터를 부탁드리며 부사장님으로 모시게 된다. 아버지는 성실과 근면으로 일들을 처리했다. 팀원들 간의 정확한 의사소통과 진심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겼다. 팀원들의 공로를 올려주자 자연스럽게 본인도 승진이 된다는 마인드가 있는 멋진 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존재해온 것들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잘 관찰하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들이 뜻밖에 많다. 일상을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한 후에 끈질기게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위험을 감수하는 자에게 발명가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p278

 

이 책을 읽으며 저자는 공부든 일이든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몸이 아프면 오랫동안 좌절하고 힘들었을텐데 바로 사업을 구상하고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정말 퍼시스턴트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나도 얼마전까지 입 안에 질환이 생겨서 고생을 했는데 이 칫솔을 써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절대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나아가는 [퍼시스턴트 라이프]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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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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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의 꿈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닌 자신의 재능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썼다.

 

소설은 전교 1등의 영재 코스만 밟아온 일란성 쌍둥이 형이 사고를 쳤다. 농구를 하다 시비가 붙은 아이의 목을 조른 것이다. 그 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 채 도망을 간 형을 찾아 헤매던 선휘는 집으로 갔는데 형은 자고 있었다. 엄마는 그 애 목을 조른 것은 형이 아니라 네가 했다고 말해줄 수 있냐며 애원조로 말했다. 완벽한 형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죽었다. 명문고 진학을 앞두었고 소년원으로 가기 전날 형이 자살을 선택한 일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선휘는 살고 싶었다.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는 형에게 못한 것을 선휘에게 집착했다. 늦게 얻은 쌍둥이였고 대종 이모까지 들여 키우기도 했다. 쌍둥이들이 병원을 달고 살아서 유기농 식품과 건강식품에 몰두하게 했다. 형은 모범생이기는 했으나 늘 외톨이었다.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었다. 한 명도 어려운 영재 코스를 둘이나 보낸다는 게 보통 일이냐 찬사를 들을 때마다 엄마는 고무되었다.

 

엄마는 형의 럭비공 같은 성향 때문에 늘 노심초사했지만 모든 상과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이 돌출된 행동을 눈감아줄 수 있는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쌍둥이들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선휘는 농구를 좋아했다. 운동은 취미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 마란 말이 반복되지만 내 몸이 운동을 간절히 원했다. 그렇게 단짝이던 쌍둥이 형이 사라지자 선휘는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타는 증세가 생기면 콜라를 마셨다. 소아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먹는 약은 몰래 버리기도 하였다. 정신과 치료는 진전이 없고,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가던 중 같은 반 은빈과 친해진다. 은빈은 성적은 낮지만 장래 꿈은 작곡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은빈은 선휘에게 남자 친구로 사귀자는 제안을 한다.

 

은빈에게 선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생활체육 지도사라고 말했다. 그동안 형이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모습은 진짜가 아닌 가짜 였다. 형이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쌍둥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따라 했다. 엄마는 형의 분노 조절 장애를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엄마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형이 전교 1등을 놓치는 일이었다. 선휘의 성적은 전교 100등 밖으로 밀려났다. 엄마에게 보내는 반항이었다. 거리를 배회하다 청소년 쉼터를 찾아가서 일주일을 지내기도 했다. 그곳에서 만난 방패 문신을 한 아이에게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엄마는 미국에 있는 학교를 제안했다. 방학 때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늘 미국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베란다 창 쪽에서 동생을 부르는 형을 발견한다. 자칫 형처럼 될 뻔한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 잘 참았다. 선휘는 휴학을 하고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빠는 엄마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한 것에 미안하다고 했다. 널 많이 응원할게라며 안아주었다. 은빈은 사람 목이 왜 뒤로 돌아가지 않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라는 신의 명령이라고 했다.

 

[가짜 모범생] 저자는 너를 위해서라는 말과 사랑, 교육이라는 핑계 뒤에 휘두르는 교육 학대라고 지적한다. 모든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모범생이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가 평생 아이의 재능을 매몰시킨다고 말한다. 나도 자녀에게 성적을 강요 하지 않았을까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부모의 완벽함이 진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짜 모범생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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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자전 에세이
유미 호건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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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의 도전과 감동의 자전 에세이다. 미국 이민, 이혼, 세 딸의 싱글맘, 꿈을 이루었고, 재혼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이다. 올 초에 한국의 사위 래리 호건의 [스틸 스탠딩]을 읽었는데 부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박유미, 나주에서 엄격한 부모님의 막내로 태어났다. 큰올케와 언니들의 아침상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정도로 대가족이었다. 과목 중에 미술이 가장 좋아서 친구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곤 했는데 친구들이 화가가 그린 것 같다며 좋아했다. 큰오빠 친구이기도 한 미술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던 저자는 19살이던 어느 날 네 살짜리 아이가 달린 남자가 색싯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딸이 마음에 걸렸다. 밤새 고민하다 꿈을 이루려면 미국을 가야했다. 온 가족의 반대에도 결혼식을 강행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텍사스 깡시골이 첫 미국 정착지가 되었다. 시댁 식구들은 친절했다. 네 살 킴은 키우기 쉬운 아이였다. 둘째 제이미가 태어났지만 남편은 술과 도박에 빠져 있어 저자가 생계를 책임을 져야 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이혼을 결정했다. 재결합 시도를 해야겠다 싶어 이혼한 상태로 몇 년을 같이 살았다. 셋째 줄리를 임신하게 되었지만 결국 완전히 헤어지게 되었다. 전처의 딸 킴도 함께 살기로 정했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견디며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힘은 세 딸과 소중한 꿈, 주님이 함께 했다.

 

미국 작가들과 그룹번에 참여했을 때 래리 호건을 만났다. 그는 평범한 부동산 사업가였다. 3년 교재하여 결혼을 하였다. 혼자 세 딸을 키우면서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잠시 접어두었을 뿐이었다. 이혼 후였지만 아이들의 큰아버지가 텍사스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어 대학에 입학했다. 막내를 데리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페인팅 교수님이 그룹전에 참여하라고 했고 그때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호건이 공부를 계속 하게 도와 주었다. 지금은 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래리 호건이 주지사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되어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암 3기 말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주지사 업무를 맡아야 할 때도 있었다. 그녀에게 메릴랜드주에도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왔고 이름을 유미 케어스라고 하자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이 불편했지만 곧 이해했다. 참전 용사들에게 불고기샌드위치는 큰 호응을 얻었다. 한인 퍼스트레이디로서 한국 음식을 알리는 일과 봉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소수계 이민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커뮤니티를 방문해 교류하고 소통한다. 메릴랜드주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2주간 철저한 보안 속에서 한국산 진단 키트를 공수하는 작전에 돌입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저자는 이 순간까지 코로나에 이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 여전히 우리의 삶을 위협해 불안하고 피곤하고 답답한 삶이 계속되지만 한국도 메릴랜드도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한다. 유미 호건은 미국 이민, 이혼, 싱글맘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딸 셋을 잘 키웠고,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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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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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하민은 잠이 오지 않은 새벽 2시 무언가에 이끌려 베란다로 나갔다 헌옷수거함 옆에서 자신의 눈과 마주친 검은 모자를 기억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맥고모자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3층 베란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는 점이다.

 

새소설 시리즈의 아홉 번째이기도 한 소설은 현진건문학상과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상상력과 생생한 묘사로 흡입력 넘치는 작품 세계를 펼쳐온 권정현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은 짧지만 흡입력 있고 스릴이 넘친다. 이 소설을 주로 새벽에 읽었는데 베란다를 내다 본다는 생각만으로 무서운 생각이 든다.

 

삶은 제 꼬리를 문 우로보로스처럼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p198

 

민은 평범한 가정의 부모 밑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 후 도전한 공무원 시험에서 4년 연속 불합격을 하였다. 비오는 날 우연히 우산을 씌워준 인연으로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고 이듬해 은수가 태어났다. 세 살이던 은수와 평소에 가던 약수터에서 자신의 부주의로 아이가 죽자 민은 자책하며 나쁜 존재가 아이를 앗아갔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는 무지라는 반려견을 입양하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교회 앞에 바구니 안 담요에 싸인 아이와 까만 고양이를 발견하였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입양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아이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아이는 동수가 되었고 고양이는 까망이라 불렀다.

 

무지가 눈을 다쳐 실명하는 일이 생기고 까망이의 행동이 불길하였다. 검은 모자의 환영을 자주 보게 된 것도 그즈음의 일이었다. 수년 동안 쌓여온 공포와 불안이 그녀의 내면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와 하나의 형태로 마침내 존재를 드러낸 것은 아닐까. 남편은 병원을 가보라고 했고 의사와 남편은 민이 겪고 있는 증상이 망상장애라고 단정 지었다. 남편은 민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여행을 떠난 사이 집을 봐주던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민은 친구의 출판사에서 석 달동안 교정에 매달렸다. 자신이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 테고 동수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 텐데 더 나아가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 생각의 고리들로 민은 혼자만의 아픔이었다.

 

강박 장애가 심하고 그것이 망상을 만들어내고 자꾸 지우거나 잊으려고 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고 눈을 뜨고 바라보라고 했다. 가족을 잃는 것은 힘든일이다. 특히 아이를 잃었을 때의 부모 심정은 겪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인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끝없이 의심케 하는 밀도 있는 전개는 읽는 독자들을 작품 속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범인이 누구이며 검은 모자의 실체는 무엇인지 모든 것이 주인공 민의 착각인 망상인지를 가리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책을 읽으면서 혼란이 오기는 했지만 나름 심리 환상극으로 최고이다.

 

이 소설은 처음과 끝이, 왼쪽과 오른쪽이, 위와 아래가, 과거와 현재가 구분되지 않고 동그라미 안에 뒤섞여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제 꼬리의 기원을 찾아, 제 꼬리를 물기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실과 정의, 시대와 역사, 슬픔과 기쁨, 잠깐 스치는 인연들, 나아가 우리 삶이 이럴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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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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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책은 몇 권 읽어봤지만 이 책을 받아보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도 죽음을 생각할 때가 있다. 수술실에서 마취를 할 때인데 이렇게 죽는 것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을 감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구가 뇌종양을 앓고 있고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 책을 접하니 더 마음이 무거웠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의 저자는 삼십대 중반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단편적인 사색을 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기록하였다. 그의 노트북에서 발견되었고 데스크톱에 유일하게 저장되어 있던 문서다. 제목은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였다고 하였다.

 

저자는 두개골 통증을 느낄 때 불쑥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것은 성상세포종이라고 불리며 뇌 자체에서 생긴 신경교종의 일종인 뇌종양이다. 그는 스물두 살,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교 학부 시절에 제출한 논문을 바탕으로 첫 책을 썼다. 스물여섯 살에는 [행운이라는 비극] 책을 발간했고 이듬해 이 책은 유명해졌다. 그 이후부터 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

 

이해가 불가능한 두뇌 안에서 나온 생각을 이해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에서 진실 한 조각을 붙잡기 위해서, 나에게 아직 남아 있는 삶과 생명을 쥐어짜내어 가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보기 위해서 나는 덧없는 시도를 또 해보려 한다. 나는 글을 쓰기로 한다.p27

 

서른다섯 살의 저자는 동원할 수 있는 솔직함을 모두 가져오고 싶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들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소설가라는 특성상 새벽에 잠이 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난다. 자신의 인생을 규격화된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이 과연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종양이 재발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변이를 일으킨 건지 진화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가 받은 진단명은 교모세포종 사기다. 다수의 치료법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모든 사람에게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세상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감추고 있는 조언 즉,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가. 생각을 많이 해 볼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다른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사이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자녀가 있었다면, 아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길 바란다. 이런 바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수히 많은 행동, 생각, 신념 안에 좋지 하는 인지 부조화다. 아프면서 글을 쓰는 그의 심정은 글보다 더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산다면, 오늘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까지 빨리 죽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다르게 살았을까? 어쩌면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면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주말, 호스피스 병동에 가기로 했다. 나머지 나날은 그곳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중략) 앞으로도 이런 글을 더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노트북을 가져가서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짧은 글들을 남겨보려고 할 것이다.”(p259) 책을 덮었지만 감정이 울컥해진다. 이렇게 끝까지 글쓰기를 놓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부디 그곳에서 고통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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