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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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책은 몇 권 읽어봤지만 이 책을 받아보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도 죽음을 생각할 때가 있다. 수술실에서 마취를 할 때인데 이렇게 죽는 것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을 감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구가 뇌종양을 앓고 있고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 책을 접하니 더 마음이 무거웠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의 저자는 삼십대 중반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단편적인 사색을 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기록하였다. 그의 노트북에서 발견되었고 데스크톱에 유일하게 저장되어 있던 문서다. 제목은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였다고 하였다.

 

저자는 두개골 통증을 느낄 때 불쑥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것은 성상세포종이라고 불리며 뇌 자체에서 생긴 신경교종의 일종인 뇌종양이다. 그는 스물두 살,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교 학부 시절에 제출한 논문을 바탕으로 첫 책을 썼다. 스물여섯 살에는 [행운이라는 비극] 책을 발간했고 이듬해 이 책은 유명해졌다. 그 이후부터 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

 

이해가 불가능한 두뇌 안에서 나온 생각을 이해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에서 진실 한 조각을 붙잡기 위해서, 나에게 아직 남아 있는 삶과 생명을 쥐어짜내어 가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보기 위해서 나는 덧없는 시도를 또 해보려 한다. 나는 글을 쓰기로 한다.p27

 

서른다섯 살의 저자는 동원할 수 있는 솔직함을 모두 가져오고 싶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들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소설가라는 특성상 새벽에 잠이 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난다. 자신의 인생을 규격화된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이 과연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종양이 재발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변이를 일으킨 건지 진화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가 받은 진단명은 교모세포종 사기다. 다수의 치료법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모든 사람에게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세상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감추고 있는 조언 즉,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가. 생각을 많이 해 볼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다른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사이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자녀가 있었다면, 아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길 바란다. 이런 바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수히 많은 행동, 생각, 신념 안에 좋지 하는 인지 부조화다. 아프면서 글을 쓰는 그의 심정은 글보다 더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산다면, 오늘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까지 빨리 죽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다르게 살았을까? 어쩌면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면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주말, 호스피스 병동에 가기로 했다. 나머지 나날은 그곳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중략) 앞으로도 이런 글을 더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노트북을 가져가서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짧은 글들을 남겨보려고 할 것이다.”(p259) 책을 덮었지만 감정이 울컥해진다. 이렇게 끝까지 글쓰기를 놓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부디 그곳에서 고통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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