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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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간지 <한겨레21>에서 유대인·이스라엘, 그 발명된 신화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연재물을 바탕으로 내용을 크게 보강해 출간하게 됐다. 저자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대중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전반적으로 해결하는 작업이 없는 가운데, 소수자 차별과 배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위험이 있다는 것이 유대인 문제가 보여준 교훈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밝힌다.

 

유대인은 우수한 능력을 타고난 민족이고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능력과 단결로 꾸려 나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모범국가다. 유대인 추방 신화는 구원을 약속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유대교와 유대인 처지에서 더 중요했던 것은 유배라는 개념이 단순히 고국을 떠나는 데서 더 나아가 유대인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형이상학적 함의를 띠게 됐다는 것이다.

 

유대인=고리대금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차별과 배제를 당한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독교의 반유대교 입장은 중세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서 유대교를 억압받으나 보존해야 할소수자로 제도화했다. 고리대금업이 유대인의 전유물이 된 것은 첫째, 중세에서는 기독교가 이자 수익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해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둘째, 유대인 공동체의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측면도 크다는 주장이다. 유대인들은 중세 기독교 세계 초기부터 농업이 아닌 상업, 행정, 금융 등에 종사했다.

 

유덴가세 게토를 둘러싼 담장에 그려진 벽화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감옥의 죄수만도 못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벽화에는 암퇘지를 둘러싼 유대인 세 명이 그려져 있다. 벽화와 조각은 당시 유덴가세의 유대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말하는 표지이다. 독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지옥 같은 빈민촌이라고 탄식했다.

 

독일에서 1차 대전 뒤 반유대주의가 격화한 직접 원인은 두 가지이다. 1차 대전 패전은 전장에서의 패배가 아니라 국내에서의 배신 때문이라는 배후중상설과 전후 좌파 봉기 때 유대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패전 직후 독일 전역에서 일어난 좌파 봉기에서 유대인이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반유대주의를 더욱 격화했다. 반대유주의의 격화는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 고토로 돌아가 유대인 국가를 세우자는 시오니즘을 촉발했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귀결됐다. 홀로코스트는 시오니즘 운동을 더욱 자극해 현대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졌다.

 

독립이 선포되던 18세기 후반 미국의 유대인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유대인이었다. 금융, 도소매, 백화점, 의류, 가구 등의 산업을 주도했고 직물과 의류도 유대인의 사업이었다. 미국은 유대인에게 새로운 조국이 됐고, 유대인은 미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효소 같은 역할을 했다. 시오니즘이 현대 이스라엘 건국이라는 성공을 거둔 것은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큰 원인은 전쟁이다. 전쟁을 야기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이다. 기독교 시오니즘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가 건설되는 것을 지지하는 여론을 영국 등 서방 국가에서 만들어냈다.

 

정동파 유대교 교단에서 시오니즘을 반대했다. 시오니즘을 반대한 최대 세력은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펼치는 유대인들이었다. 블랙스톤은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귀한이 실현되면, 기독교도들이 하늘로 승천하는 황홀경이 일어나고, 불신자와 유대인들은 남겨지게 된다고 하였다.

 

네타냐후는 15년간,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로 재직했다. 그의 집권 기간은 대외적으로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파탄, 대내적으로 우경화로 요약된다. 이스라엘은 다비드 벤구리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적 성향의 노동 시오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됐다. 오슬로평화협정 반대를 내걸어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집권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나왔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고, 팔레스타인은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난민 귀환의 권리도 포기한다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홀로코스트를 몰고 온 근대 유럽의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질시라는 양가감정에 바탕했다. 희생양은 미국에 사는 평범한 유대인이 될 수도 있다. 유대인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형태로 더욱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에도 다양한 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존재한다. 저자의 질문처럼 지금 우리저들의 구분이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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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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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의 저자는 소가족과 고령화 사회에서 결혼과 이혼, 여성과 노인 문제, 주택 문제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일상의 문제를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여성의 시선에서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로 공감을 얻고 있다. 저자의 [후회병동]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로 읽어보게 되었다.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시작하면서 방대한 양의 물건을 대하며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칠십 대 후반인 시어머니 다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단지에 살고 있었다. 오십 중반인 며느리는 체력이 쇠퇴하는 걸 느낀다. 외동인 남편은 추억이 담겼다며 못 버리게 하는 갈등까지 빚는다. 십오 년전에 돌아가신 친어머니는 센스 있는 여성이었고 돌아가실 때 반지 하나 남기고 돌아가셔서 버리는 걸 후회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유미의 조언대로 유품정리 회사를 부르려니 천만원이나 들어서 두 달 동안 정리를 하기로 한다. 시어머니는 오십 평방미터, 우리 집 반도 안 되는 크기라 정리하는데 그다지 큰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지만 물건은 우리들 몇 배나 됐다. 쉬는 날만 이곳에 오면 반년은 걸릴테고 집세 팔십만원을 계속 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공책에 적으면서 에어컨,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를 제외하고 대충 헤아려도 팔십 개 가까이 된다.

 

옆집은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사나에라는 싱글맘이 산다고 시어머니한테 들은 적이 있다. 사나에는 살찐 토끼를 내밀면서 시어머니가 온천여행 갈 때 잠시 맡겨두었다며 집 정리 할때까지만 맡아 준다고 하였다. 친어머니는 꼼꼼하다고 절절히 느낀다. 집 안에 쓸모없는 물건 따윈 하나도 없었다. 위암 선고를 받았을 때 육십 대였는데 수술을 하지 않았다. 예순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시어머니는 일흔 여덟이셨고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니 정리를 시작하라는 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건강할 때 정리하는 건 상식 아닌가요 혼자 되뇌인다.

 

가재도구는 버릴 수 있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은 남편이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친정 집에서 어머니방은 그대로지만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자치회 부회장 단노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들에게 시어머니와 얽힌 사연들을 들으면서 불신과 원망이 풀어진다.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생전에 그날의 일들을 매일 적은 공책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적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기보다 인간은 어차피 언젠가 죽는데 우울해 하는 일이 바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p91

 

살찐 토끼를 어떻게 데려가 키우나 고민하던 중 시어머니 토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토끼 주인인 아이의 엄마가 싫어해서 맡아서 기르면서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시어머니 집으로 오라고 했단다. 시어머니는 구두쇠면서 돈을 쓸 줄 아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친어머니는 항상 자신을 자제하고 타인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모토코 자신도 남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고 누가 사는지 모르는 도시 생활이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친어머니 성격을 닮았다고 여긴다.

 

모토코 부부는 옆집 아이를 나몰라 무시하고 넘기면서도 웬지 찜찜했다. 유품정리를 하면서 토끼를 데려오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아들인 아오는 매일 복도에서 부모의 귀가만 기다린다. 어느 날 아오를 데려와 저녁을 같이 먹고 토끼와 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두달 반 동안 시어머니 집을 처리하면서 물건을 일일이 손으로 직접 확인한 일은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남동생이 집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쓰시던 수첩을 보내왔다. 그날 있었던 일이 간략하게 문장은 짧았지만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사람은 제각각인데 어머니는 무슨 일이건 남들과 비교하는 걸 싫어했고 두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물건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 유품정리시간은 이별과 죽음에 대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소설은 어떤 삶이 더 좋은 삶일까를 말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인간적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말하는 듯 하다. 한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방법은 죽은 후 남겨진 물건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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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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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불안의 시대야말로 우리에게는 문학이 필요하다. 저자의 신작 에세이는 문학으로 회복하는 마음에 대하여다. 정여울 작가의 인문, 심리, 철학, 여행, 평론 등 장르의 글쓰기는 항상 문학에서 나왔다. 나에게 빛이 되어준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도 문학이라고 하였다. 책은 문학작품과 영화, 음악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살고 있어”p14

저자가 힘들 때마다 늘 되뇌는 문장이다. 헤세의 <데미안>에서 가장 아끼는 문장이고 생각만 해도 저절로 힘이 나고, 떠올리기만 해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문장이다.

 

잃어버린 것들을 하염없이 쓰다듬는 시간이 있다. 마음속에서 그야말로 무엇으로도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그럴 때 문학작품을 읽는다. 영화 <톨킨>을 보면서 기대하지 않은 수확을 얻었다. 톨킨의 친구 제프리는 사랑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톨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 그가 사랑을 찾고 글을 쓰기 시작할 힘을 주었다. 제프리는 불타는 연애를 경험하여 사랑을 아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의 작품은 운명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마저 온전히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눈부신 용기가 아닐까. 때로는 상처 입은 순간의 아픔보다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괴롭힐 때 문학은, 마침내 아름다운 타인의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문학은 내게 속삭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해야 한다고, 때로는 죽음보다 삶이 초라해 보일지라도 삶을 택해야 한다고 말이다. 문학은 나를 일깨운다. 첫 마음을 잊어버릴 때마다, 일상의 괴로움 속으로 숨고 싶을 때마다, 문학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문장을 통해 내게 일깨워 준다.

 

내가 다른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로 인해 걸핏하면 상처받듯이.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무심코 상해를 입히고, 그것이 심각한 상처인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보살피지 않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도 여전히 수줍거나 소극적이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이렇게 잘 모르고 저지르는 우리의 잘못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진 지금 집마다 넘쳐나는 물건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그칠 줄 모르는 타인과의 비교. 문학은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는 사회를 향해 간절한 물음을 던진다.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는 문학의 힘을 통해 사람과 세계를 되찾는다. 그것은 제주 4.31980 광주를, 세월호, 이태원을 문학의 거울을 통해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지녔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우리와 똑같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약하게 뛰고 있는 가녀린 존재의 심장 박동을 포착하는 것이 문학의 빛나는 힘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문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날개를 통해 매 순간 힘찬 비상을 준비하며 오늘도 읽고 쓰고 고뇌하는 고통스러운 행복을 체험한다. 문학은 책이나 작품속만이 아니라 산소나 습기처럼 세상 모든 곳에 흩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을 때면 가사 하나하나가 영롱한 시어가 된다. 이소라의 음악이 주는 감동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나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 닮았다. 이소라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이디푸스><안티고네>같은 그리스 비극을 읽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한다.

 

문학은 운명적으로 이중 언어와 복화술을 구사한다. 사회화되고 표준화된 언어로는 결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 아무리 민주적인 사회에서도 어딘가는 반드시 억압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 가장 평등해 보이는 관계에서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밀한 권력관계를 표현하는 언어는 절대 단순할 수가 없다.

 

오디오북은 세상 누구보다 친밀한 벗이 되어버렸다. <월간 정여울>이라는 글쓰기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청취자에게 책을 낭독해 주고,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낭독의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은 문학으로 치유받은 작가의 경험으로 따스하게 내미는 다정한 손길이다. 저자의 헤세를 읽고 팬이 되었다. 우리에게 빛이 되어준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이 되어주는 문학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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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 1
박종휘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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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1]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근간으로 한 작품으로 박화성, 박경리, 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 박종휘의 대하소설이다. <파친코>를 압도하는 막대한 스케일로 개정판(1~3) 전권 세트가 출시되었다.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체를 만날 수 있다. 슬픈 장면임에도 전북 사투리가 잠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작가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할머니의 빛바랜 사진첩을 보고 두 달 동안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가 되고 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시작은 김제 부농 윤태섭의 막내딸인 채봉과 아내는 아들 재명이가 사두었다는 집을 보러 전주로 가는 길에 남문옥에서 행패 부리던 일행에게 한 마디 했다가 노인이 막아주어 봉변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노인 남상백은 진안에서 주장 하나,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채봉이를 눈여겨 보았다가 동경대 축산과 졸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막내 평우와 혼사를 맺게 된다. 채봉이는 스물 한 살, 평우는 스물 네 살이었다.

 

이미 나는 당신이 되어 있거든요. 모르겄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부족헌 건 내가 부족헌 거고, 당신이 넘치는 것도 내가 넘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p102

 

채봉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야학에서 가르쳤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채봉학당을 열어 동네 아낙들의 공부방, 사랑방 역활을 하였다. 평우는 사진을 좋아했다. ‘아름다운 여인이름으로 아마추어 작가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고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하더니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축하하는 담화문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6년 전 아름다운 여인사진이 조선인민보 향토사진전에 실렸다는 말이 들렸다. ‘죄 없는 이 모자를 누가 죽였는가라는 제목이었다. 전주 특수부라는 곳에서 여수 관련 사상범으로 평우를 잡아갔다.

 

공산주의 바람인지 뭔지 때문에 선동하는 자들이나 어울리는 자들이나 대놓고 자기들 세상이라고 떠들어댔다. 태섭은 아들은 공산당 놈들이 유도하는 파업 때문에 죽고, 사위는 공산당으로 몰려 잡혀가고 나는 어느 놈 멱을 따야 헐지 모르것다고 말했다. 채봉이 사방 팔방으로 알아보다 채봉이 상백과 함께 전주교도소로 면회를 다녀온 후 평우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얼마 후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라는 등기우편을 받는다. 가족들의 마음은 찢어지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평우는 양팔을 힘껏 벌려 햇빛을 가슴에 안았다. 특수부에 끌려간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태양이었다. ! 태양!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p270

 

저격수 필구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 평우는 산속에서 노인을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살려고 바둥거리는 짐승이고 벌레였다고 말하는 평우에게 노인은 말했다. ‘자신을 위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남을 위할 수 있겠는가필구는 민족과 역사 얘기를 해주던 평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군대도 지원했다고 한다.

 

혼란의 시대에는 가만히 있으면 동조죄, 끼어들면 선동죄, 걸리적거리는 놈은 죄다 처넣는 세상이다. 지방의 유지에게는 죄명을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세상인 것이다. 윤태섭에게 산판을 하면서 무고한 인민을 죽게 만들고 악덕 지주노릇을 했다거나 재명은 공장을 경영하면서 인민을 혹사하고 임금을 착취하는 악행을 일삼았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소개와 남상백 일가와 윤태섭 일가의 계보가 책 뒤에 붙인 부록이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을 읽다가 인물이 헷갈릴 때 찾아서 보면 좋을 것이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이 끝날 줄을 모르는데 아이 넷을 낳고 기르는 채봉이와 평우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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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김지광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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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전에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과 자기만의 목적지를 향해 삶을 ‘Drive’하라는 뜻을 담았다. 어제와 다른 삶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잠시 주저앉아 있거나,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책의 구성은 1부 무자비한 속도전에서 자기 속도자기성숙을 지키는 인생법칙을 제안한다. 3T1S법칙으로 Targeting:자신만의 목적지를 점검하라. Throwing away: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 원칙을 버려라. Testing: 자기 점검을 통해 본질적인 가치를 확인하라. Self-maturing: 내면을 발견하고 자기성숙의 길로 나아가라. 2부 출발선으로 나아가라! 당신의 삶을 D.R.I.V.E 하라. D.R.I.V.E 법칙으로 Discover: 현재 위치를 확인하라. Recognize: 최적경로를 인식하라. Inspect: 다양한 신호들을 주시하라. Value: 장애물을 소중히 여기라. Extend: 새로운 출발선으로 나아가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 어렵고 힘들다고 오늘의 좌절에 머물지 마라. 일어나 희망을 얘기하라. 닫힌 문 앞에 오래 서 있지 마라.p173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소중한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기대하지 않고 떠난 그 모든 곳이 새로웠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은 스쳐 지나가는 길 위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우리가 세워놓은 계획에는 희망과 기쁨, 즐거움만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닥치면 당황하고 힘들어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그 환경과 조건들이 우리를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많은 자기계발서를 접했다. 책을 덮을 때는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곤 했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인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처럼 중요한 것은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자기계발은 인생이라는 시간을 실제로 살면서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오늘을 잃고 미래에 몰두하는 이들은 막상 그때가 오면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 현재가 없고 항상 언젠가 오게 될 미래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는 오늘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이 어떠한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오늘 당장 행복해야 한다. 지금 즐길 수 있어야 미래도 즐길 수 있다.

 

삶에 대한 의욕과 감흥이 있으려면 먼저 나다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보다 성숙해지고 인생은 인생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뇌된 행복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행복은 나의 행복이 아니다. 나만의 행복, 주관적인 행복을 찾아야한다.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옛 명언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를 선택하는 것도,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남을 의식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 혼자서 밥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 남들의 시선과 평판이 나의 삶과 행복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밖으로 드러난 몇몇 모습만을 보고 함부로 재단할 뿐이다. 재미를 위한 잡담 수준의 이야기에 온 삶이 왜곡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벽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 서라는 뜻으로 벽은 있는 것이다. 인생은 혼자만의 여행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쁨을 누린다면 혼자만의 외로운 여행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라. 함께 웃고 떠들라. 함께 음악을 들어라. 함께 풍경을 보며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라.

 

결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비교를 통해 자신을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가 최대한의 속도를 내고 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분주함을 내려놓고 삶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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