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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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의 저자는 소가족과 고령화 사회에서 결혼과 이혼, 여성과 노인 문제, 주택 문제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일상의 문제를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여성의 시선에서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로 공감을 얻고 있다. 저자의 [후회병동]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로 읽어보게 되었다.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시작하면서 방대한 양의 물건을 대하며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칠십 대 후반인 시어머니 다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단지에 살고 있었다. 오십 중반인 며느리는 체력이 쇠퇴하는 걸 느낀다. 외동인 남편은 추억이 담겼다며 못 버리게 하는 갈등까지 빚는다. 십오 년전에 돌아가신 친어머니는 센스 있는 여성이었고 돌아가실 때 반지 하나 남기고 돌아가셔서 버리는 걸 후회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유미의 조언대로 유품정리 회사를 부르려니 천만원이나 들어서 두 달 동안 정리를 하기로 한다. 시어머니는 오십 평방미터, 우리 집 반도 안 되는 크기라 정리하는데 그다지 큰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지만 물건은 우리들 몇 배나 됐다. 쉬는 날만 이곳에 오면 반년은 걸릴테고 집세 팔십만원을 계속 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공책에 적으면서 에어컨,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를 제외하고 대충 헤아려도 팔십 개 가까이 된다.

 

옆집은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사나에라는 싱글맘이 산다고 시어머니한테 들은 적이 있다. 사나에는 살찐 토끼를 내밀면서 시어머니가 온천여행 갈 때 잠시 맡겨두었다며 집 정리 할때까지만 맡아 준다고 하였다. 친어머니는 꼼꼼하다고 절절히 느낀다. 집 안에 쓸모없는 물건 따윈 하나도 없었다. 위암 선고를 받았을 때 육십 대였는데 수술을 하지 않았다. 예순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시어머니는 일흔 여덟이셨고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니 정리를 시작하라는 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건강할 때 정리하는 건 상식 아닌가요 혼자 되뇌인다.

 

가재도구는 버릴 수 있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은 남편이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친정 집에서 어머니방은 그대로지만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자치회 부회장 단노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들에게 시어머니와 얽힌 사연들을 들으면서 불신과 원망이 풀어진다.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생전에 그날의 일들을 매일 적은 공책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적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기보다 인간은 어차피 언젠가 죽는데 우울해 하는 일이 바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p91

 

살찐 토끼를 어떻게 데려가 키우나 고민하던 중 시어머니 토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토끼 주인인 아이의 엄마가 싫어해서 맡아서 기르면서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시어머니 집으로 오라고 했단다. 시어머니는 구두쇠면서 돈을 쓸 줄 아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친어머니는 항상 자신을 자제하고 타인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모토코 자신도 남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고 누가 사는지 모르는 도시 생활이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친어머니 성격을 닮았다고 여긴다.

 

모토코 부부는 옆집 아이를 나몰라 무시하고 넘기면서도 웬지 찜찜했다. 유품정리를 하면서 토끼를 데려오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아들인 아오는 매일 복도에서 부모의 귀가만 기다린다. 어느 날 아오를 데려와 저녁을 같이 먹고 토끼와 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두달 반 동안 시어머니 집을 처리하면서 물건을 일일이 손으로 직접 확인한 일은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남동생이 집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쓰시던 수첩을 보내왔다. 그날 있었던 일이 간략하게 문장은 짧았지만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사람은 제각각인데 어머니는 무슨 일이건 남들과 비교하는 걸 싫어했고 두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물건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 유품정리시간은 이별과 죽음에 대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소설은 어떤 삶이 더 좋은 삶일까를 말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인간적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말하는 듯 하다. 한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방법은 죽은 후 남겨진 물건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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