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그늘 1
박종휘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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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1]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근간으로 한 작품으로 박화성, 박경리, 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 박종휘의 대하소설이다. <파친코>를 압도하는 막대한 스케일로 개정판(1~3) 전권 세트가 출시되었다.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체를 만날 수 있다. 슬픈 장면임에도 전북 사투리가 잠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작가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할머니의 빛바랜 사진첩을 보고 두 달 동안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가 되고 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시작은 김제 부농 윤태섭의 막내딸인 채봉과 아내는 아들 재명이가 사두었다는 집을 보러 전주로 가는 길에 남문옥에서 행패 부리던 일행에게 한 마디 했다가 노인이 막아주어 봉변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노인 남상백은 진안에서 주장 하나,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채봉이를 눈여겨 보았다가 동경대 축산과 졸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막내 평우와 혼사를 맺게 된다. 채봉이는 스물 한 살, 평우는 스물 네 살이었다.

 

이미 나는 당신이 되어 있거든요. 모르겄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부족헌 건 내가 부족헌 거고, 당신이 넘치는 것도 내가 넘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p102

 

채봉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야학에서 가르쳤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채봉학당을 열어 동네 아낙들의 공부방, 사랑방 역활을 하였다. 평우는 사진을 좋아했다. ‘아름다운 여인이름으로 아마추어 작가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고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하더니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축하하는 담화문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6년 전 아름다운 여인사진이 조선인민보 향토사진전에 실렸다는 말이 들렸다. ‘죄 없는 이 모자를 누가 죽였는가라는 제목이었다. 전주 특수부라는 곳에서 여수 관련 사상범으로 평우를 잡아갔다.

 

공산주의 바람인지 뭔지 때문에 선동하는 자들이나 어울리는 자들이나 대놓고 자기들 세상이라고 떠들어댔다. 태섭은 아들은 공산당 놈들이 유도하는 파업 때문에 죽고, 사위는 공산당으로 몰려 잡혀가고 나는 어느 놈 멱을 따야 헐지 모르것다고 말했다. 채봉이 사방 팔방으로 알아보다 채봉이 상백과 함께 전주교도소로 면회를 다녀온 후 평우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얼마 후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라는 등기우편을 받는다. 가족들의 마음은 찢어지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평우는 양팔을 힘껏 벌려 햇빛을 가슴에 안았다. 특수부에 끌려간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태양이었다. ! 태양!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p270

 

저격수 필구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 평우는 산속에서 노인을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살려고 바둥거리는 짐승이고 벌레였다고 말하는 평우에게 노인은 말했다. ‘자신을 위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남을 위할 수 있겠는가필구는 민족과 역사 얘기를 해주던 평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군대도 지원했다고 한다.

 

혼란의 시대에는 가만히 있으면 동조죄, 끼어들면 선동죄, 걸리적거리는 놈은 죄다 처넣는 세상이다. 지방의 유지에게는 죄명을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세상인 것이다. 윤태섭에게 산판을 하면서 무고한 인민을 죽게 만들고 악덕 지주노릇을 했다거나 재명은 공장을 경영하면서 인민을 혹사하고 임금을 착취하는 악행을 일삼았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소개와 남상백 일가와 윤태섭 일가의 계보가 책 뒤에 붙인 부록이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을 읽다가 인물이 헷갈릴 때 찾아서 보면 좋을 것이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이 끝날 줄을 모르는데 아이 넷을 낳고 기르는 채봉이와 평우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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