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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복지의 문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나라의 모습을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그려보고 그를 구현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이다. 책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들 문제를 풀기 위한 나름의 답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김용익 교수님을 중심으로 여럿이 뭉쳤다. 한겨레 신임기자 겸 논설위원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인 이창곤이 질문을 던지고 김용익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답했다.
가장 시급히 살펴봐야 할 위험과 도전은 ‘경제’영역이고, 대형 위험은 생태 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저투자, 저고용, 저분배 등 4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저성장을 심화하고 저투자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 저출산 문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가 사회의 각 부문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고령화 문제는 도전 과제이기에 제대로 해결해나가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촛불 혁명에 담긴 민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불의에 분노하며 그것을 척결하자는 요구이다. 다른 민심은 내 삶을 더 낫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는 ‘뉴노멀’이 필요해진 것이다. 국민의 삶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재정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정부 재정을 놓고 보면 한국은 분명히 가난한 국가다. 돈이 별로 없는 정부다. 그런데 국민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이 절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이 세 가지에 한국 경제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이 다 얽혀 있다. 양극화는 소득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져서 양극단으로 소득계층이 몰리게 된다.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이다.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합계출산율이 1.0이하로 내려갔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고령화율이라고 하는 비율이 2021년 기준 16.5%이고, 노인부양비는 23.0%다. 고령화 추이는 앞으로 약 30년 정도는 이미 큰 방향이 결정되어 있다.
공공재원을 늘리면서 공공공급은 줄이는 모순된 정책의 결과가 한국, 대만, 일본 3국 중에서도 공공병상 비중이 유난히 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라고 한다. 의료뿐 아니라 복지분야의 공공 비중도 매우 낮다. 기금 고갈 문제를 고민해야 할 사회보험은 공적연금, 특히 국민연금인데 장기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금 고갈이 예측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 옹호론자들은 ‘국가가 있는 한, 연금 수급을 정지할 수는 없다’라고 설득하고, 정치인들은 선거철이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연금 지급 국가책임제’ 방식을 언급하며 국민 불안을 무마하기도 한다.
2022년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약 628만 명이고 투입된 예산은 20조 원이다. 생산이 늘면 고용이 생긴다. 고용이 늘면 근로소득이 늘고 또 거래가 증가한다. 복지로 ‘지출’되었던 정부 재정이 다시 세금으로 ‘수입’되는 것이다. 더욱이 기초연금을 수급받는 노인들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물건을 산다. 기초연금 지급이 골목상권 회생과 중소기업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복지에 쓰는 돈은 그냥 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으로 전환되어 돈을 순환시킨다.
김태일 교수는 마지막 장에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 국민이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좋은 국가, 유능한 정부가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책이다. [복지의 문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국민의 삶을 돌보는 ‘한국형 복지국가’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고 싶은 시민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