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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성당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성당이 세워지다 보면 시대별로 건축적인 특색을 띠게 되는 건축 양식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이다. 신학교에 가기 전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현재 본당 사목과 함께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으면서 의정부교구 주보에 연재한 것들을 재정리한 것이다.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유럽을 차지하기 전부터 ‘로마’는 그들의 로망이었고, 로마를 건축물과 미술품에 담아냈다. 성당 건축이 프레-로마네스크에서 로마네스크로 발전되고 자연스럽게 로마네스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로마네스크는 로마풍의 건축양식을 말하며,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건축된 서유럽의 성당들이 대부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고대 로마 제국의 공공건물을 발전시킨 바실리카 양식과 중세 고딕 양식 사이의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코어 기둥의 네 면에 대응 기둥이 덧붙여진 형태의 기둥과 아케이드와 갤러리의 벽체는 그 두께가 상당하여 로마네스크 성당이 갖는 물질성을 드러내고 있고, 한 가지 로마네스크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평성이다.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로마 제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은 프랑크 왕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카롤루스 대제 이후 왕국은 서프랑크, 중프랑크, 동프랑크로 분열되었고, 유럽은 다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이 카롤링거 왕조의 전통과 영광을 잇고 있는 나라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새로운 건축술을 개발하여 성당을 건립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건축술을 바탕으로 대형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의 석조 둥근 천장 대신 경량의 목조 평면 천장이 트러스 형태로 설치하는 것을 선택했다.
라인란트 상류 지역의 대표적인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은 제1 슈파이어 대성당으로, 프랑스 남부의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인 클루니 수도원 성당과 견줄만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은 3랑식 바실리카 평면으로 되어있다. 라인란트 하류 지역의 트리어 대성당은 트란셉트가 발달하지 않았고 네이브나 아일의 베이가 일정하지 않아 평면의 모듈화를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의 로마네스크가 수직성을, 독일의 로마네스크는 수직성과 수평성을, 영국 로마네스크는 건물의 무게감을,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는 고전주의를 강조한다. 제3 클루니 수도원 성당은 규모 면에서 당대 최대의 성당이었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클뤼니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평면은 바실리카형을 기본으로 이중의 아일을 갖는 5랑식이며, 네이브는 11베이에 이르렀다. 트란셉트도 두 개를 가지고 있었고, 앱스와 트란셉트의 동쪽면에 일련의 소성당들이 둘러있다.
제3 클뤼니 성당은 보편 교회와의 관계 속에서 종교적인 면이 강했던 반면, 제2 슈파이어 성당은 지역 교회 차원에서 정치적인 색채를 많이 띠었다. 두 성당 사이에 공통점도 있었는데 각각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종합한 것과 그 결과로 모두 대형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로마네스크는 알프스 이북의 로마네스크에 비해서 로마 고전주의와의 연속성이 훨씬 깊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네이브월을 구성하는 아치, 오더, 볼트 등의 요소들과 바실리카에서 발전한 라틴 크로스 평면 역시 로마 고전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는 로마네스크의 고전주의라 말할 수 있다.
건축이나 성당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책에 나오는 건축물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아름답다. 저자는 잡초만이 들어서 있던 성당부지에 성당을 지었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일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당에 담긴 이야기는 감동이다. 이 책은 성당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될 것이며 성지 순례나 유럽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성당의 건축 양식과 구조, 역사적 맥락과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