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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올리앤더]는 진분홍색 꽃이 달려 있고 꽃에 독소가 있어서 만져서는 안 되는 나무 이름이다.소설은 호주를 배경으로 하였고 단 한번도 자기 이야기를 가져본 적이 없는 세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들 이야기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위태로운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치동 입시학원을 다니는 해솔은 중3 겨울방학이 되면 호주로 유학을 간다. 친구 유리는 학종에 집착하고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됀다며 유리 엄마는 구슬들을 차곡차곡 ‘환경 전문 변호사’라는 실에 꿰어 나가고 있었다. 성적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솔은 엄마가 재혼하면서 호주에서 유학생은 의대, 법대 커트라인이 낮다고 했다. 영어 유치원 다니다 미국 3년 갔다 왔는데 모두 호주 치의대 진학을 위해 엄마가 써온 스토리였다.
해솔이 머무는 홈스테이 집 딸은 엄마의 바람대로 오로지 의대만을 목표로 공부해온 모범생 클로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1.5세대로 공부 잘하고 순종적으로 자랐는데 해솔에게 1등을 빼앗기면서 각성제를 먹고 성적에 집착한다. 롤모델인 과외 선생 노아가 휴학을 하자 자신이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클로이네 앞집에 사는 엘리는 흔히 말하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했다. 피자나 스파게티를 꺼내 렌지에 돌려 먹었고, 도시락을 직접 쌌다. 하이스쿨에 진학한 후에 친구를 사귀면서 그 애들이 하는 건 모두 따라 하며 술과 담배, 마약을 했다. 돈이 필요해서 마약상이 되었다. 엘리 부모님은 오로지 엘리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다. 엘리 가족은 현재 불법체류자로 호주에 오자마자 대학에 진학해 학생 비자를 받아 일을 했고, 호주가 좋은 나라이며 호주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엘리네는 차고를 개조해서 살고 있었는데 부동산 업자와 함께 인스펙션을 나올 때마다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호주 학교에서 해솔이 알던 영어가 아니어서 당황했다. 이유는 선생님들의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는 지우개와 내 교실, 짝이 없다는 것이다. 썼다 지우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라서 펜으로만 쓰도록 했다. 매시간 교실을 옮겨 다닌다. 학교 내에서 인종차별보다 인종 내 차벌이 심하다. 썸머힐 하이스쿨 내 한국계 애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FOB(Fresh Off the Boat)라고 불렸는데 이제 막 배에서 내렸다는 뜻으로 난민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유학생을 지칭할 때 쓰인다. ABG(Asian Baby Girl)는 엘리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자신도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하고 있지만 누가 한국인이냐고 물으면 불쾌한 표정을 짓는 애들을 말한다. 클로이는 한국인 이민자 1.5세대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무리로 불린다.
중간 무리인 클로이 그룹은 모범생으로 이루어진 만큼 보통 다음 수업에 늦지 않게 교실이 있는 건물 바로 앞 벤치에 머물렀고, 엘리는 잘나가는 백인 애들과 화장실을 독점하고 진한 화장을 더 진하게 고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해솔이 속한 유학생 그룹은 잔디밭과 운동장을 지나 농구장에 모였다.
11월, 사람들이 모이면 산불 이야기를 했다. 시드니 전역에 화재 경보가 내려지고, 바람을 타고 옮겨 가는 산불에 대한 뉴스가 계속되고 있었다. 클로이 엄마는 산불이 났대도 휴교를 하면 어쩌냐고 걱정한다.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안전이 중요한데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 해솔의 엄마는 딸이 방학을 해서 한국에 간다고 하는데 한국은 추우니 여름인 호주에 남아 있으라니 자식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고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로 읽힌다.
유학생이 마약 하면 추방당하는데, 학생이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도 자기 자녀만 중요시하는 클로이 엄마도 이해가 안 된다. 해솔은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히 흩어졌다.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 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책을 읽고 정말로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밤을 새워가면서 공부하지 않아도 될까. 조금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고, 공부 머리가 있으면 의대도 해볼 만한 것일까 궁금하다. 저자는 호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책이 중고생 필수 권장도서가 되기를 바라고, 김혼비 작가는 여전히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 삶 속을 헤매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