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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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29번째 작품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소설집으로 귀환, 꿈속의 살인, 원경과 에세이 1편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저마다 사정으로 산으로 들어온 소설 속에 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가꾸어 간다. 실종된 동생의 시신이 숨어 있는 산, 잘린 아버지의 손가락이 묻힌 산, 숨이 붙은 채로 매장된 돼지가 있는 산 등을 그려냈다.

 

<귀환>

아이가 체험학습을 떠난 날, 수임은 건강검진에서 난소와 갑상선에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계성 종양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고 자신의 낯선 몸을 생각하다가 모든 의심과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후진하는 차에 치였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아이는 꿈속에서 고모를 만났다고 중얼거렸다. 수임이 결혼 전, 남편의 여동생은 신흥종교에 빠져 산속 공동생활 수련원으로 떠나고 실종되었다. 아이의 주장대로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고모가 쌍둥이 산을 많이 보여줬다고 말하며 고모의 혼령이 씌였는지 아이의 목소리라고 믿기지 않은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있는 곳은 모르는 게 낫다고.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니까 가끔 와줘.

 

<꿈속의 살인>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죽인다. 이번에는 엄마를 죽여서 조각을 냈고 캐리어에 담아 엄마의 반지가 끼어진 손을 묻기 시작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주면 친구가 되었든 동료가 되었든 생각한대로 죽어 간다. 신경정신과에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수면제를 서서히 줄였다. 다시 사람을 죽였다. 꿈속에서 말이다. 엄마는 다른 여자랑 살겠다고 집을 나간 지 십년이 지나가는데도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빠의 내연녀 오선양씨가 운영하는 산장을 찾아간다. 그 딸은 엄마를 찾아가고, 그곳 냉동실에서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을 발견하는데...

 

<원경>

신오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복막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종양은 전이암이고 체장하고 담도 사이에 생긴 것은 원발암이라고 했다. 비로소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헤어지게 된 원경을 생각한다. 잘 지내? 라고 몇 년만에 문자를 보내니 문제가 생겨서 이모집에 와 있다고 한다. 무작정 원경의 이모가 있는 산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원경의 이모는 결혼하지 않은 막내딸이라는 이유로 돈이 안되는 선산을 물려받았다. 나무와 흙으로 만든 집이었는데 얼마전 화마가 휩쓸고 갔단다. 신오는 원경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아픈 것을 숨기고 다 나았다고도 말한다. 불이 난 곳을 정리하다 구제역에 살처분한 돼지들의 뼈를 발견한다. 신오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세이>

세 편의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산으로 혹은 가게 되는, 어쩌면 끌려가는 이야기다. 저자가 열일곱 살 여름까지 살았던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식을 앓았고, 가래 때문에 죽었다.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가래 때문에?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다리에 암이 생긴 후 오래된 그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릴 때 아픈 아이들은 대개 일찍 성숙한다. 저자는 여전히 다리가 아플 때마다 암이 처음 발병했던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고 했다. 계획한 대로 써도 산으로 가고, 계획하지 않은 대로 써도 산으로 간다. 그럴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 질문해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는 3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로 꾸며져 있다. 얇은 책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버림받은 이야기는 파헤쳐지고, 버려야 할 이야기는 땅속 깊이 묻힌다. 저자의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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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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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곳이 어떤 모습이든 셰익스피어와 같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도달한 곳이기를 소망하며 책을 집필했다.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감탄하면서 그의 문장을 모아 일기를 대신 적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을 읽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이 소유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복수와 화해를 다루는 마지막 희곡으로,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마법을 통해 섬을 지배하며, 배신과 복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꺾고 마법서를 버리며 마법을 포기하는데, 셰익스피어가 연극 무대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금지된 사랑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로맨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작품은 비극적인 끝을 맺지만 슬픔에만 치중하지 않는 점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어렵기만 한 사랑을 자신의 사랑을 찾는 주인공들의 숨바꼭질로 잘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삼각관계에서 시작해 요정의 마법으로 인해 얽혔다가 다시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세상의 많은 사랑이 바로 이러한 형태가 아닐까.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큰 인기를 얻으며 강력한 독재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고위 관료 사이에서는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정황상 카이스라 역시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권력과 도덕적 갈등, 운명과 자유 의지, 언어의 힘 등 철학적인 질문들을 심도 깊게 다루었다. 이 작품을 통해 정치와 권력, 그리고 인간에 대해 깊게 사유해 보라.

 

<리어 왕>은 영국의 전설적인 국왕으로 영국 문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늙은 리어 왕과 세 딸을 둘러싼 이야기는 가족 간의 배신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참혹한 결말을 보여준다. 극에서 바보 광대를 통해 이를 암시하는데, 이 광대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페르소나이다. <오셀로>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의심과 환상이 부른 사랑의 비극을 보여준다. 작품은 실재와 겉모습 사이 간극에서 빚어진 오해가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다루며 오늘날까지 자주 공연되는 희곡 중 하나이다.

 

우리는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꾐에 넘어가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의 부록에는 소네트를 다루었다. 소네트는 르네상스 초기의 이탈리아의 시 형식인 칸초네를 토마스 와이엇이 잉글랜드로 들여온 것이다. 소네트는 문학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여운 중 하나는 그의 언어가 주는 힘이다. 문장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시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한 줄의 대사가 책 한 권에 남길 만한 깊이를 지닌다. 그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복수와 용서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의 작품을 덮고 나서도 그 질문들은 우리 마음 속에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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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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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저자는 의사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의학 스릴러 작가 중 한 명이다. 전직 의사답게 상세한 의학적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의학 소설은 생생한 리얼리티와 교묘한 플롯, 공감 가는 주인공을 탄생시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전직 CIA 요원 매기 버드는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임무를 마치고 나이 60에 메인주의 작은 마을 퓨리티 시골집에서 조용히 닭을 키우며 살고 있다. 16년 동안의 스파이 생활, 지난날을 잊기 위해 사람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느 날 젊은 CIA 요원이 나타나 실종된 누군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기의 집 앞에서 그녀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매기를 잊지 않은 적들이 보낸 선물이 분명했다. 나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모를 뿐, 은퇴한 그녀의 옛 동료들과 마티니 클럽을 결성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그들의 기술로 이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퓨리티 마을의 경찰서장 대행 조 티보듀는 마티니 클럽의 고군분투를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을 밝히길 꺼려하는 매기의 이상한 친구들에 대해 당혹감을 느낌과 동시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마티니 클럽 은퇴한 사람들은 추리 소설을 읽으며 탐정 기술을 몇 가지 익혔다.

 

이 모든 일이 다이애나 워드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매기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겠다고 한다. 의사 대니와의 만남부터 다이애나와 함께 일을 하게 된 사연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6년 동안 반복적으로 만났던 남자와 새로운 삶은 런던에서 의사의 아내로 사는 것이다. 러시아 암살로 추정되는 정보원 죽음에 관하여 필립 하드윅을 조사한다고 했다. 하드윅은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아 항상 의사와 동행을 한다. 그 의사가 바로 대니였다. 하드윅과 그의 주변 정치인들에 대해 알게 되는 정보가 있으면 전달해 주라는 것이다. 대니에게 매기는 간직한 비밀 때문에 죄책감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하드윅은 10대들이 흔히 저지르는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딸을 자제시키는 걸 도와달라고 하였다. 댓가로 돈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거절했다. 시라노 작전을 젊은 다이애나 워드가 작전을 지휘했다. 그 작전으로 러시아의 서방에서의 활동에 큰 타격을 입혔고 돈 세탁을 무력화했고 영국 고위층의 부패를 폭로했다. 어쩌면 모스크바가 보복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기가 성을 바꾸었고 몇 년 동안을 떠돌아 다녔기 때문에 주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임무를 거절하고 몰타에 가지 않았다면, 그대로 둘이 떠나버렸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까? 그곳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한편 경찰 조는 이 독특한 은퇴자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학 교수, 고급 호텔용품 판매원, 다국적 기업의 비서실장, 관세 중개회사직원, 정부의 정보분석가. 직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냥 노인들이 아닐 수도 있고 아직은 자신에게 공유하지 않으려는 무언가 비밀의 보물창고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매기가 가는 곳에 총격전이 있었다. 옛 동료 개빈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었다. 시라노가 체포되고 하드윅이 사망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지만 누가 하드윅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린다는 것이다. 암호를 아는 사람은 하드윅 뿐인데 그가 비행기를 타지 않았고 살아있다면 혹시 대니도 살아 있을까? 잠깐의 희망을 가졌었는데 아니었다.

 

범인을 직접 만나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그녀가 멋져 보인다. 소설의 반전은 새삼 놀라웠다 그녀를 바로 죽일 수도 있었는데 어릴 때 잠깐의 보살핌을 받은 은혜를 갚은 것 같았다. 우리는 평생을 전 세계의 비밀스러운 전장에서 하드윅과 같은 괴물들을 상대하고 조국을 위해 봉사를 했다. 이제 우리는 조용한 삶을 원했다. 그녀는 조용한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스파이 코스트]는 작가의 새로운 스릴러이면서 조용한 은퇴자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반전과 스릴 넘치는 강력하고 흡인력 있는 노인들의 재능과 기술이 멋지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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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늘
고광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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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상상 밖의 이야기

 

[붉은 그늘]19507, 노근리 철로와 쌍굴다리 사건을 고광률 작가가 오랜 시간 외면되어 온 상처의 기억을 뼈대로, 전쟁 이후 사회상과 인간사까지를 아울러 통찰한 소설이다.

 

한국전쟁 초기, 미군은 북한군에게 패배를 당하고, 퇴각하는 도중에 민간인들을 후방으로 피난시킨다. 그것을 이용한 작전을 펼치는 북한군에 놀라 미군은 피난민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기관총을 겨눈다. 일흔 네살의 하봉자에게 참전용사가 오십팔 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는데 뵙고 싶어 한다는 공무원의 전화를 받는다. 잊은 사람, 끝나서 정리된 연으로 알았는데,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마법처럼 모든 것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도완구는 <국방 채널> 뉴스에 주목했다. 대한민국 충무무공훈장 수훈(확정)을 받는다는 하지스라는 이름을 봤다. 전 재산을 빼앗아 갔고 목숨까지 빼앗으려 했던, 그뿐만 아니라 형네 집에서 눈총과 질시를 받으면서도 소까지 내주면서 온갖 공을 처들어 얻어낸 여자까지 날름 빼앗아 간 놈들의 낯짝인데, 어찌 기억을 못할까 싶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하남득은 도배 일을 배우고 있다. 아들 영수는 분노 조절 기능에 장애가 있는데 매번 사고를 쳤다. 성질머리가 나빠 욕설은 해도 주먹질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영수가 싫어하는 말은 바보새끼였다.

 

미군 참전 이후 전황은 퇴각의 연속이었다. 총기를 소지한 일본인 같은 두 남녀가 끌려왔다. 남자는 일본말로 금괴가 있으니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 바커는 여자를 끌어다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스는 이 여자는 이제부터 내 여자다. 건드리지 마라고 말했다.

 

지주의 아들 완구는 인민군이 들이닥치면 총살당할 게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집과 땅을 놔두고 문서만 챙겨 도망을 쳐야 한다고 했다. 설득이 어렵게 되자 피난길에 밥 지을 여자가 필요하다며 봉자를 식비로 달라고 했다. 남득은 아들의 교육과 장래를 위해서 파주로 이사했고 자신을 버리지 않은 어머니를 사랑했으나 매일같이 보고 겪는 세상은 생지옥이었다. 봉자는 양공주가 되었고 병을 얻게 되었다.

 

완구는 사변통 피난길에 금괴를 독식하려고 처자식까지 따돌리려 했고, 그 후로도 갖은 잔꾀를 부려 제거하고자 주야장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온 간특한 남편을 평생을 의부심 공황장애 속에서 살아온 정금숙 여사도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야비한 놈을 봤나 싶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금괴를 찾았을까?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다.

 

노근리 쌍굴 다리에 비행기 두 대가 나타나더니 철길 위로 달려들었다. 비행기가 물똥을 싸듯 폭탄을 쏟아부었다. 탱크로 땅을 제압한 적에게 이제는 비행기로 하늘을 제압하다니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완구는 피비린내와 꿉꿉한 땀내로 가득한 쌍굴다리 안에서 무차별 총격에 짓시달리며 나흘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 미군은 피난민의 인기척이 날때마다 총격을 가했다. 사격을 당할 때마다 궁형 다리 밑에서는 비명과 통곡과 절규 속에서 수십 구의 시신이 발생했다. 피난민들 속에 잠입한 다수의 적이 섞여 있어 식별해서 가려낼 수 없으니 모두 적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자의 동생 봉수는 노근리 인근에서 미군에 의해 유아로 발견되어 노르웨이로 보내졌다. 엄마와 봉순이는 찾지 못했다. 봉수와의 화상 상봉을 통해 자신도 노근리 희생자 유족이라는 증거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쌍굴다리 학살 만행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고 미국의 대통령이 이를 인정했다는 것만으로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엄마와 봉순이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을 것이기에 불만은 없었다.

 

아버지의 전사 사실을 확인했다 말해놓고 갑자기 죽은 아버지의 연락처를 보내면서 골동품을 돌려주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남득은 아버지 때문에 고아원에 버려졌고 튀기라는 이유로 이지메를 당하고 배를 곯고 매를 맞아가며 보내야 했다.

 

[붉은 그늘]은 역사소설이면서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봉자의 양공주 생활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스가 봉자에게 생명의 은인이자 웬수라고 하는 대목은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과 한국전쟁 초기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은 무도한 어둠의 세력들을 경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작가님 덕분에 노근리 양민학살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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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4 특서 어린이문학 9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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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 특서주니어의 [천개산 패밀리]시리즈 4권이다. 저자의 확장된 넓고 깊은 창작의 세계에서 돋보이는 상상력으로 권마다 숨겨진 복선, 반전을 선사하면서 동화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 글은 이야기의 힘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대장~천개산 산66번지의 대장

뭉치~천개산에 합류한 새 가족 철없는 어린 강아지

파도~떠돌이 개로, 침을 질리 흘리는 누런 개가 대장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무적이~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 비열하고 교묘하다.

번개~ 진돗개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개 친구들을 챙기는 다정한 성격

용감이~ 개 농장에서 탈출한 이름이 없는 개였지만, 친구를 구해낸 후 용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미소~ 똥 더미 위에 묶여 있다가 대장과 번개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착하고 여린 심성을 가졌다.

 

천개산에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들개들이 모여 살면서 가족처럼 지낸다. 천개산에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려다 사건사고에 휘말리고, ‘바다의 죽음을 겪기도 한다. 떠돌이 개들의 대장이 되려는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와 맞서고 새로운 식구가 된 뭉치와 위기를 넘기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천개산 패밀리가 있다.

 

시내에 떠돌이 개들이 언젠가부터 둘로 쪼개졌다.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무적이)가 대장이 되려고 한다. 파도는 누런 개가 대장이 되는 거 반대라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파도가 제일 잘한 것 중에 하나가 뭉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무적이가 원래부터 잘하는 것은 먹을 걸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낚아채서 도망치는 것이다. 떠돌이 개들에게 그걸 본격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약한 사람들을 골라 할아버지나 할머니 아이들에게 겁을 주며 먹을 걸 빼앗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자기가 대장이 되면 모두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천개산 개들이 나섰다. 시내에 사는 떠돌이 개들이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열심히 방해 운동을 해야 한다. 대장은 시내에 내려가면 조심하고 먹을 걸 구하지 못해도 빼앗거나 훔치지 않는다는 규칙은 꼭 지키라고 당부했다.

 

누런 개는 용감이와 미소를 보고 못 먹어서 꼴이 더 불쌍하게 변했다고 빈정댔다. 무적이 옆에 까망이라는 개가 편의점에서 나오던 아이에게 달려들어 삼각김밥을 낚아챘다. 그 아이가 누런 개랑 똑같은 개로 생각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용감이가 잡혔을 때 삼각김밥을 빼앗긴 아이(서형)가 나타나 도둑개라 아니라고 말했지만 뻥 튀기 아저씨는 떠돌이 개는 다 잡을 거라고 묶어 두었다. 그러나 뻥 소리가 날 때 풀어주면서 도망치라고 하였다.

누런 개가 까망이와 회색 개에게 턱짓을 하자 족발집 주인에게 달려들어 족발을 입에 물고 시장 밖을 향해 내달렸다. 그 족발을 번개가 물고 뛰었다. 번개는 이렇게라도 해서 방해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비밀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패밀리들은 예전에 누런 개가 거짓말로 대장을 닭장에 갇히게 한 것처럼 번개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대장이 행동을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번개는 멋대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오늘부터 먹을 건 나와 용감이, 미소가 구해 온다고 대장이 말했다. 그러나 번개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하니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용감이를 구해준 서형이가 어떤 아이에게 삼각김밥을 빼앗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뺏은 아이에게 내놓으라고 으르릉 댔다. 서형이 앞에 내려놓으면서 앞으로는 먹을 거 뺏기지 마라고 말했다. 서형이가 알아들을 리는 없다. 하지만 말해 주고 싶었다.

 

용감이가 대장을 기다리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나던 버벅, 끼이익소리가 궁금했다. 혹시 번개를 가둔 것은 아닐까 박스를 뒤져 보니 번개가 묶여 있었고 밤새도록 문을 열려고 땅을 파서 그런지 발은 피투성이었다. 그때도 서형이가 와서 도와주었다. 누런 개 무리 때문에 이곳 떠돌이 개들 모두가 사람들의 적이 되었다. 사람들 눈에는 다 똑같은 개들일 테니까 이러다 모두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저자는 천개산에 들어온 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아끼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고 있었고 어렵고 힘든 때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 줄 줄 알고 넉넉하지 않는 먹을거리를 진심으로 양보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대장이 있었다고 말한다. 힘만 세다고 대장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슬기롭고 지혜롭게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대장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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