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서 더 빛나는 너에게
성유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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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소심하고 예민하게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예민함을 받아들이고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노라 열심히 노력했다. 저자는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승화시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다.

 

외국 근무를 마치고 온 사촌 언니의 영향으로 브라질 유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목을 다치는 사고로 대학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하게 된 것이다. 열심히 재활을 거치고 몇 년간의 침대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을 때 이전과 같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했다.

 

지나치게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맞춰 주는 바람에 연애의 끝은 좋지 않았다. 아빠의 사업이 바빴고 엄마는 외할머니 건강을 신경 쓰느라 가족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외숙모가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많이 외롭고 힘들어겠다며 위로해 주는 말에 안정감을 찾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민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조금 더 예민하기에 싫어하는 말을 들었을 때 짜증을 내곤 하였고 겉으로는 밝게 웃고 다니지만 속은 곪아 갈 수 밖에 없다.

 

일 때문에 바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가족은 흩어져 살았다. 큰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각자 다른 문제들을 보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일상생활을 정상으로 할 수 있을 때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좀 더 건겅해지라고 척추를 맞춰 준다는 곳에 가서 오히려 병을 얻어온 것은 큰 사고였던 것 같다. 앓아누웠고 엄마 친구 가족은 좋아졌다는데 말을 들으면 자신도 가족도 세상이 많이 원망스러웠다. 몸과 마음이 좋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다시 힘을 내보기로 하면서 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수없이 되물은 끝에 고통의 원인을 찾았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을 바꾸는 일보다 나를 바꾸는 쪽이 훨씬 쉬웠다. 지혜를 담은 책, 인간관계, 심리에 관련된 서적을 읽었고 다른 사람의 성향과 차이점을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고 전에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것 하나도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북튜버 채널을 운영하면서 주로 책을 낭독하고 소개하다 보니 그 글을 쓴 이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고 오로지 나를 위해서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돼보자고 다짐했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우선 나를 챙기게 되었다.

 

베란다 전체를 화분을 심었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안정감을 받고 싶은 것이라 추측한다.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소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었나 돌이켜보니 평소 남들 눈치를 보고 긴장하며 위축된 모습이었다. 몸에 힘을 완전히 뺀다는 게 대체 어떤 느낌일까? 명상을 따라 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전학 간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가족의 무심함과 대처에 마음이 무너졌다. 성인이 되어 첫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니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매일 출근 전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다. 기가 센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나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펼치는 모습을 말이다.

 

어릴 때 잔병치레와 사고로 홀로 지내는 동안 온기가 그리울 때도 있었다. 혼자 지내는 게 외롭고 서럽지만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부대끼고 싶다고 하면서 혼자 있는 게 괴로운데, 솔직히 편하긴 해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용기를 내어 독서 모임을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과 끈끈한 만남을 이어갔다. 무장 해제된 모습을 보여줘도 변하거나 떠나지 않는 인연들과 함께하면서 혼자만의 동굴 속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예민해서 더 빛나는 너에게]는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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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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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연준 시인은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길을 잘못 들어 뒤늦게 방향지시등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음에도 뒤차는 클랙슨을 울리며 창문을 내려 이봐요! 길을 잘못 들었으면 그냥 잘못 가세요! 위험하니까 계속 잘못 가시라고요!”이 말이 화두처럼 다가왔다. 어차피 잘못 드는 것이 길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저자가 외울 정도로 반복해 읽었던 책이다. 주인공 콜필드는 부사와 형용사를 남발한다. 정말, 굉장히, 엄청난 무시로 튀어나온다. 여동생이 좋아하는 것을 단 한가지만 말해보라는 물음에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말로 이어진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많아 늘 투덜대는 인물이지만 그건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많아서다.

 

태어나 먹고 자고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늙는 일. 변하지 않는 인간사, 일상은 고전이 됩니다. 오래 살아남는 게 고전이라면 말이지요.p12

 

이상 소설 전집 [봉별기]는 봄마다 끄집어내 읽는 짧은 소설이다. 인간사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피할 수 없으니 인연의 기록은 결국 다 봉별기.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여행을 당장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장소가 내 방이라고 한다. 저자가 가택연금 기간 중 자기 방에서 써내려간 [내 방 여행하는 법] 제목이 끌린다. 갇힌 신세라고 상심하지 않고 특유의 모험심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야기는 인간을 이루는 일부이자 전부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장자]를 소개한다. 장자는 일상에서 꺼내 보기에도 좋은 생활 경전이다. 주의사항으로 장자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때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이야기만 들려주고 깨달음은 듣는 이의 몫으로 남겨둘 것. 깨달음까지 가르치려들면 당신은 꼰대가 될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 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p112

 

[슬픔이여 안녕]의 사강은 어느 산문에서 사강은 책이 잘 팔려 미친듯이 돈이 들어오던 시절을 회상하며 수표가 벚꽃처럼 흩날리던 시절이라고 썼다. 글쓰기로 이른 나이에 성공해 삶이 주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고루 누렸다. 도박과 스피드, 약물, 쾌락과 정념, 자기 파괴에 열중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7) 변신은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가족의 생활비를 벌던 일벌레가 진짜 벌레로 변하자 가족들은 싸늘한 태도를 보이고 현실적으로 변한다. 작가는 인간이 어떻게 고립되는지, 몰락하는지 집요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헤매고 싶어서 읽는 책이 있다. 명료한 답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거닐고 싶어서 읽는 책.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집 [모자]가 그렇다. ‘가볍고 즐겁고 재밌고 신나는콘텐츠가 각광 받는 이 시대에 베른하르트의 소설을 읽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 스토너를 조금씩 읽고 있다. 소설에는 대단한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한다. 스토너는 스토너 자기 자신을 살다 간 사람이었다.

 

[듣는 사람]은 언제 읽어도 심장을 뛰게 하고,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일독을 권하게 만드는 서른아홉 권의 고전을 소개한다.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라고 했다.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어 고전을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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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시민 - 뉴스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셜 큐레이션 16
강남규 외 지음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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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별, 나이, 직업, 학력 등 모든 것이 다른 여섯 사람이 모여서 2년간 98번의 토론으로 응축해낸 16개의 키워드와 질문들이다. 그들은 토론의 즐거움이라는 모임명으로 매주 모여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더 나은 의견을 발명하기 위해서였다. 여섯 필자들의 공통점은 조금 다른 의견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밝히며 살아온 사람이다. 평소 사안마다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견지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왔다.

 

사적 복수는 드라마 <더 글로리>를 이야기한다. 방영 직후 전국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원한을 가진 사람들은 복수의 이득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복수를 꿈꾼다. 주인공은 공멸의 복수를 꿈꾸고 시청자들은 그 감정을 타당한 것으로 여긴다. 인간은 왜 이런 일에 집착하는 걸까?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수천 년간 복수를 금지하고 인내와 용서를 가르쳤지만 복수심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지식하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연장자를 꼰대라고 부르는데 최근에는 젊은 꼰대도 등장했다. 연장자의 조언이나 지적을 낡은 것으로 규정하는 역꼰대가 등장한 것이다. 꼰대와 역꼰대가 함께 판치는 세상에는 사회가 존재할 수 없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끊임없이 누르려는 자와 치받는 자만 남을 뿐이다.(꼰대론)

 

시성비우리는 머릿속에서 매분 매초 시간 대비 성능을 따지며 산다. 시간을 뺏는 말하기가 아니라 시간을 되찾는 말하기가 필요하다. 시대의 속도를 맞출 수 없는 이들을 배제하지 말자고, 이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과 집에서 누군가를 돌봐야만 하는 노동자의 시간에 사회가 시계를 맞춰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도파민 중독사회)

 

장애 담론에서는 드라마 <우영우>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장연을 향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현실에서의 연대는 허구의 서사와 현실의 투쟁 사이에 놓인 간극을 관객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좁혀갈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강력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찬성의 목적은 범죄 예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증명된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 혐오 정치에서 한국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불러일으켰다. 반페미니즘 선동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혐오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전장연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위협하는 혐오적 언사와 행동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범죄자 신상공개)

 

매년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기후위기) 사흘을 ’4이라는 의미로 잘못 알고 있던 많은 사람이 사흘 연휴라고 보도한 언론을 숫자도 제대로 못 세냐고 조롱하다가 본인들이 놀림거리가 됐다. 금일, 심심한 사과 등 소통에 어려운 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쉬운 말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하겠다.(문해력)

 

된장녀와 김치녀 등의 유행어에는 분수를 모르는 탐욕스러운 여자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세금은 내가 낸 돈으로 먹고사는공무원에게 갑질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양상과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현상들에는 공통된 정서가 깔려 있다. 무임승차에 대한 증오다. 달리 표현하면 지불한 자만 누릴 수 있다는 철칙이며, 지불한 만큼 누릴 수 있다는 황금률이다.(소비자주의)

 

토론의 즐거움 <왜 우파 정권들은 도서관을 싫어할까>에서는 현 정권을 비롯한 보수 우파의 출판계, 도서관 탄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린 아직 어른이 안 됐는데 홍세화는 없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의 어른이었던 홍세화를 추모하며 그의 유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를 이동해가면서 비판해온 삶의 궤적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최소한의 시민]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논쟁인 이슈들을 다채로운 다른 의견을 발명하고 나의 의견을 밝히며 토론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시민은 자신과 또 다른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배움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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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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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지의 사람이 쓴 수요일 편지를 읽는 기분은 어떨까? 이 책은 작가가 수요일 우체국을 모티브로 작은 우연이 인생을 새롭게 바꿔놓는 기적을 전해준다.

 

나오미는 가슴속에 생긴 마음의 독을 일기에 적는다. 시어머니의 심술, 남편의 둔감함, 아들들에 대한 불만을 쓴다. 경제력이 풍부한 친구 이오리가 쉽게 꿈을 이루고 우아하게 사는 모습에 반감이 들었고 질투를 느낀다. 이오리는 편지를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라고 권한다. 낯선 사람에게 편지가 오는 순간, 무척 설렌다고 했다.

 

수요일 편지는 수요일에 자기가 한 일, 생각 등을 편지에 써서 보내면 전국에서 온 수요일 편지를 섞어서 무작위로 배달해 준다고 한다. 나오미의 요즘 가슴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일상에는 쓸 것도 없고, 일기처럼 독을 쓰는 건 말도 안 되고 고등학교 때 꿈이던 빵가게 주인이 되었다는 공상의 편지를 쓴다. 점포가 세 군데로 늘었고 이동판매도 하면서 직원들도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다정한 가족 덕분이라고 적었다


히로키는 일러스트레이터 친구에게 질투가 난다는 것, 그림 작가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보낼지 고민하다 약혼자의 권유로 수요일의 편지를 쓰기로 한다수요일 우체국국원 겐지로는 쓰나미로 아내를 잃었다. 혼자 키우는 딸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고자 나오미와 히로키의 편지를 복사해서 딸에게 전한다. 리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가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두 시간이 걸려 편지를 완성했다. 리호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겐지로는 꿈을 이룬 나오미 편지와 지금 꿈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히로키의 편지를 교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성공자인 나오미 씨는 꿈을 좇던 시절의 날들을 그립게 돌아볼 수 있을 테고, 도전자인 히로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도 얻고 성공 철학까지 배울 수 있을테니까. 우체국에서 편지는 섞어서 무작위로 발송하는 것이 기본이고 편지 반출은 금지이지만 두 통의 편지만큼은 꼭, 하는 간절한 마음이 움직이게 했다.

 

꿈을 포기하고 일상을 푸념하고 일이 순조롭지 않은 것을 타인 탓으로 돌리고, 친구를 질투하는 자신을 싫어한다. 나오미는 히로키의 편지를 읽으며 이것은 내 얘기잖아. 책망 받는 기분이 들어서 가슴속이 꺼끌거렸다. 이 순간 편지지에서 가슴속으로 불어온 바람을 응원하는 바람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히로키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면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수요일 밤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층 주민이 정원에 키우던 고양이 묘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죽음과 생에 관해 생각했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는 편지였다.

 

이오리가 불편한 시부모님부터 기쁘게 해주라는 말이 기억났다. 그러나 남편 몸이 안 좋은 것을 나오미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를 시집온 이후, 처음으로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까지 바꿔 버린 수요일의 편지는 나오미 부부의 인생 항로가 되었다.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 미래가

최고로 반짝이는 것이기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내기를.

당신이 당신답게 있기를.

나의 수요일을 읽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_나오미의 편지 중에서

 

히로키는 나오미의 편지를 받은 덕분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행간에서 행복한 온기가 배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조차 따듯해진다. 편지에 떠도는 행복의 아우라는 마음을 움켜쥐고 세게 뒤흔들었다.

 

나오미가 지금까지 실천해 온 세 가지 법칙이야말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요타가 웃으면 내가 웃는다. 내가 웃으면 카키도 웃는다. 사람은 웃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웃는 얼굴과 웃는 얼굴에서 생겨난 즐거운 기분이 일상에서 파문처럼 번지고, 해피 배턴을 이어간다. 이렇게 수요일 우체국에서 보낸 편지처럼 낯선 누군가의 수요일이 낯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꿈을 이루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히로키와 직장과 시부모와의 관계로 쌓인 스트레스를 일기에 쏟아내며 하루를 보내는 나오미를 신기한 인연으로 시작된 편지가 유유상종은 정말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힘든 일이 있다면 편지를 써보자. 마음이 한결 후련해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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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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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저씨 김창완이 매일 아침 써 내려간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23년 동안 전국 아침에 창을 열어준 글들이 모였다.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두어 개만 그럴듯한 것처럼, 회사생활도 47일 중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라고 위로한 편지는 SNS와 블로그에 오랫동안 화제가 되었고 산울림 막내 김창익을 잃은 상실감을 고백하며 건넨 편지도 눈물겹고 따스하다.

 

저자는 매일 동그라미를 그린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그리는데 제법 그럴듯한 원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찌그러진 동그라미이다. 책을 펼치면 몇 장은 큐알코드가 있고 실제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볼 수 있다.

 

닭 잡으러 가는 고양이 동영상에서 얼마나 살금살금 가는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릴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봄이 꼭 닭 잡으러 오는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 먹고, 밥맛 없으면 입맛으로 먹으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만 그런 게 아니라 꼭 살맛 나야 만 사는 것도 아니어서 살다 보면 그게 인생의 맛이다.

 

마음 시끄러울 땐 길 떠나는 게 답이예요.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너무 떠듭니다.p66

 

아이들은 다 천진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다 지혜롭고 심지가 굳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흔들리는 어른의 모습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어른이 되기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이길 바란다.

 

고기를 구우면서 기름 덩어리랑 고기 부스러기를 고양이 밥그릇에 내놓았다. 한참 후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한 입 쪼아 먹고 날아가더니 친구를 불러 왔다. 먹을 게 조금 많으면 여러 마리가 와서 먹고 한 마리나 서너 마리가 독식하는 법이 없다. 새들도 나누며 사는구나 생각했다.

 

어른들이 사라졌다. 무슨 말일까? 운전해보면 알 수 있는데 양보하는 사람이 없거나 귀찮아서 아니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주말 아침, 친구 얼굴이 떠올라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써야지 하는데 참 힘들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죽마고우 발인이 어제였다. 방이 몇 개 있든지, 서랍이 여러 개 있든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단칸방이라 그 선한 얼굴을 어디 숨길 데가 없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우거짓국이 얼큰하면서도 맛있었다. 얼갈이 껍질을 비닐 조각으로 오인해서 배식 아주머니께 가져다 드렸던 일이 있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국 맛있게 먹고 갑니다 라디오 오프닝에서 말씀드릴게요 했더니 깔깔깔 웃으시더라.

 

진짜 마음 은행이 있어서 급할 때 빌려 쓰고 나누어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좋은 사연 적어서 마음을 나눠주시는 분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엊그제 써놨던 <아침창>오프닝 멘트를 지우면서 쓰는 거에 비해서 지우는 게 쉽다고 생각했다. 다시 쓰려고 하는데 지난봄 생방송을 하러 달려가던 길의 나무들, 강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봄꽃들이 다 생각나는 것이다. 지우는 게 쓰기보다 힘들구나 사랑도 그렇겠지요?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져서 자다 한밤중에 눈이 떠졌는데 뜬금없이 <아침창>을 안하면 지금 무얼 하고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상상이 안 되고 그냥 멍해졌다고 한다. 나는 라디오 <아침창>을 한 번도 못들어봤지만 이 책은 그가 많은 세월 동안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그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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