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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평점 :
어느 날 미지의 사람이 쓴 수요일 편지를 읽는 기분은 어떨까? 이 책은 작가가 ‘수요일 우체국’을 모티브로 작은 우연이 인생을 새롭게 바꿔놓는 기적을 전해준다.
나오미는 가슴속에 생긴 ‘마음의 독’을 일기에 적는다. 시어머니의 심술, 남편의 둔감함, 아들들에 대한 불만을 쓴다. 경제력이 풍부한 친구 이오리가 쉽게 꿈을 이루고 우아하게 사는 모습에 반감이 들었고 질투를 느낀다. 이오리는 편지를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라고 권한다. 낯선 사람에게 편지가 오는 순간, 무척 설렌다고 했다.
‘수요일 편지’는 수요일에 자기가 한 일, 생각 등을 편지에 써서 보내면 전국에서 온 수요일 편지를 섞어서 무작위로 배달해 준다고 한다. 나오미의 요즘 가슴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일상에는 쓸 것도 없고, 일기처럼 독을 쓰는 건 말도 안 되고 고등학교 때 꿈이던 빵가게 주인이 되었다는 공상의 편지를 쓴다. 점포가 세 군데로 늘었고 이동판매도 하면서 직원들도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다정한 가족 덕분이라고 적었다.
히로키는 일러스트레이터 친구에게 질투가 난다는 것, 그림 작가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보낼지 고민하다 약혼자의 권유로 수요일의 편지를 쓰기로 한다. ‘수요일 우체국’ 국원 겐지로는 쓰나미로 아내를 잃었다. 혼자 키우는 딸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고자 나오미와 히로키의 편지를 복사해서 딸에게 전한다. 리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가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두 시간이 걸려 편지를 완성했다. 리호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겐지로는 꿈을 이룬 나오미 편지와 지금 꿈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히로키의 편지를 교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성공자인 나오미 씨는 꿈을 좇던 시절의 날들을 그립게 돌아볼 수 있을 테고, 도전자인 히로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도 얻고 성공 철학까지 배울 수 있을테니까. 우체국에서 편지는 섞어서 무작위로 발송하는 것이 기본이고 편지 반출은 금지이지만 두 통의 편지만큼은 꼭, 하는 간절한 마음이 움직이게 했다.
꿈을 포기하고 일상을 푸념하고 일이 순조롭지 않은 것을 타인 탓으로 돌리고, 친구를 질투하는 자신을 싫어한다. 나오미는 히로키의 편지를 읽으며 이것은 내 얘기잖아. 책망 받는 기분이 들어서 가슴속이 꺼끌거렸다. 이 순간 편지지에서 가슴속으로 불어온 바람을 응원하는 바람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히로키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면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수요일 밤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층 주민이 정원에 키우던 고양이 묘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죽음과 생에 관해 생각했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는 편지였다.
이오리가 불편한 시부모님부터 기쁘게 해주라는 말이 기억났다. 그러나 남편 몸이 안 좋은 것을 나오미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를 시집온 이후, 처음으로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까지 바꿔 버린 수요일의 편지는 나오미 부부의 인생 항로가 되었다.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 미래가
최고로 반짝이는 것이기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내기를.
당신이 당신답게 있기를.
나의 수요일을 읽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_나오미의 편지 중에서
히로키는 나오미의 편지를 받은 덕분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행간에서 행복한 온기가 배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조차 따듯해진다. 편지에 떠도는 ‘행복의 아우라’는 마음을 움켜쥐고 세게 뒤흔들었다.
나오미가 지금까지 실천해 온 세 가지 법칙이야말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요타가 웃으면 내가 웃는다. 내가 웃으면 카키도 웃는다. 사람은 웃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웃는 얼굴과 웃는 얼굴에서 생겨난 즐거운 기분이 일상에서 파문처럼 번지고, 해피 배턴을 이어간다. 이렇게 수요일 우체국에서 보낸 편지처럼 낯선 누군가의 수요일이 낯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꿈을 이루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히로키와 직장과 시부모와의 관계로 쌓인 스트레스를 일기에 쏟아내며 하루를 보내는 나오미를 신기한 인연으로 시작된 편지가 ‘유유상종’은 정말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힘든 일이 있다면 편지를 써보자. 마음이 한결 후련해질 것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