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시민 - 뉴스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셜 큐레이션 16
강남규 외 지음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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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별, 나이, 직업, 학력 등 모든 것이 다른 여섯 사람이 모여서 2년간 98번의 토론으로 응축해낸 16개의 키워드와 질문들이다. 그들은 토론의 즐거움이라는 모임명으로 매주 모여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더 나은 의견을 발명하기 위해서였다. 여섯 필자들의 공통점은 조금 다른 의견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밝히며 살아온 사람이다. 평소 사안마다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견지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왔다.

 

사적 복수는 드라마 <더 글로리>를 이야기한다. 방영 직후 전국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원한을 가진 사람들은 복수의 이득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복수를 꿈꾼다. 주인공은 공멸의 복수를 꿈꾸고 시청자들은 그 감정을 타당한 것으로 여긴다. 인간은 왜 이런 일에 집착하는 걸까?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수천 년간 복수를 금지하고 인내와 용서를 가르쳤지만 복수심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지식하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연장자를 꼰대라고 부르는데 최근에는 젊은 꼰대도 등장했다. 연장자의 조언이나 지적을 낡은 것으로 규정하는 역꼰대가 등장한 것이다. 꼰대와 역꼰대가 함께 판치는 세상에는 사회가 존재할 수 없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끊임없이 누르려는 자와 치받는 자만 남을 뿐이다.(꼰대론)

 

시성비우리는 머릿속에서 매분 매초 시간 대비 성능을 따지며 산다. 시간을 뺏는 말하기가 아니라 시간을 되찾는 말하기가 필요하다. 시대의 속도를 맞출 수 없는 이들을 배제하지 말자고, 이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과 집에서 누군가를 돌봐야만 하는 노동자의 시간에 사회가 시계를 맞춰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도파민 중독사회)

 

장애 담론에서는 드라마 <우영우>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장연을 향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현실에서의 연대는 허구의 서사와 현실의 투쟁 사이에 놓인 간극을 관객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좁혀갈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강력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찬성의 목적은 범죄 예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증명된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 혐오 정치에서 한국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불러일으켰다. 반페미니즘 선동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혐오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전장연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위협하는 혐오적 언사와 행동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범죄자 신상공개)

 

매년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기후위기) 사흘을 ’4이라는 의미로 잘못 알고 있던 많은 사람이 사흘 연휴라고 보도한 언론을 숫자도 제대로 못 세냐고 조롱하다가 본인들이 놀림거리가 됐다. 금일, 심심한 사과 등 소통에 어려운 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쉬운 말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하겠다.(문해력)

 

된장녀와 김치녀 등의 유행어에는 분수를 모르는 탐욕스러운 여자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세금은 내가 낸 돈으로 먹고사는공무원에게 갑질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양상과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현상들에는 공통된 정서가 깔려 있다. 무임승차에 대한 증오다. 달리 표현하면 지불한 자만 누릴 수 있다는 철칙이며, 지불한 만큼 누릴 수 있다는 황금률이다.(소비자주의)

 

토론의 즐거움 <왜 우파 정권들은 도서관을 싫어할까>에서는 현 정권을 비롯한 보수 우파의 출판계, 도서관 탄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린 아직 어른이 안 됐는데 홍세화는 없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의 어른이었던 홍세화를 추모하며 그의 유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를 이동해가면서 비판해온 삶의 궤적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최소한의 시민]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논쟁인 이슈들을 다채로운 다른 의견을 발명하고 나의 의견을 밝히며 토론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시민은 자신과 또 다른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배움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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