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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한 의사의 노력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로젠한 실험을 추적하면서 그는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50년 전, 로젠한의 연구는 1973년 1월 저명한 저널 <사이언스>는 [정신병원에서 제 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로젠한을 포함하여 여덟 명(대학생, 심리학자 셋, 의사 둘, 화가, 주부로 남자 다섯, 여자 셋이었다)의 자원자들이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은 의사에게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이런 증상만을 근거로 ‘가짜 환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내렸다. 입원 기간은 7일에서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 19일이었다. 총 2100개의 알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었다. 가짜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지 않고 뺨이나 호주머니에 숨겼다가 변기에 뱉거나 버리도록 훈련받았다.
저자는 여덟 명의 가짜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면서 겪었던 극도의 자아 상실에 공감했다. ‘가짜 환자’라고 표시된 출판되지 않은 그의 책을 발견했다. 로젠한을 포함해 모두 가명으로 입원을 했던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는 자체적인 삶과 영향력을 갖는다. 환자가 조현병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나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스워스모어 수업에서 농담으로 만들어낸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증상은 의사로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는 지름길이 되었다.
빌 언더우드라는 가짜 환자와 연락이 닿았다. 빌이 입원을 판정하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편집성 조현병이라고 했다. 빌은 혀 아래에 둔 알약이 녹아 입안이 얼얼했고 화장실로 가기 전에 삼켜 버렸다. 기억하는 것은 간병인이 깨워서 일어났다.로젠한이 와 있었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가 발표되고 논란이 일자 미국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과학계 최고 저널에 실린 과학 연구는 정신의학자들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케네디가는 로즈메리의 정신지체를 대중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다 미국인 의사를 찾아냈다. 뇌엽절리술을 받았고 수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시술 전 그녀는 4학년 수준이었는데 갓난아기 상태로 퇴행하였다. 로즈메리에게 일어난 일은 가족에게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로젠한은 자신이 잠입했을 때는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예방책을 취했다는 정황이 없다. 트라우마가 되고 위험할 수 있는 경험에 제대로 대비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그의 글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로젠한답지 않았다.
로젠한의 연구에서 아홉 번째 환자였던 해리의 자료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록이 삭제되었던 것이다. 로젠한은 멋대로 개입했고 노골적인 날조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사이언스> 편집자가 위반에 대해 알았다면 로젠한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인터뷰에서도 입원 기간을 연장하고 알약도 많이 추가해서 말을 했다. 로젠한이 해리의 자료를 연구에 포함시키고 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젠한의 시대보다 오늘날 상황이 더 나쁘다고 경고한 정신과 의사 토리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가 설립한 치료옹호센터는 주립병원과 감호소에 병상을 늘리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 시설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같은 명망 있는 저널에 출판된 논문이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5년 전 자료를 모았다. 로젠한이 쓴 논문, 일기, 미출간 책, 인터뷰와 강의, 시청각 자료, 신문인터뷰,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 등 귀중한 자료들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환자의 이야기 몇 마디에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