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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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한 가지 일만 쭉 하며 사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20대에 공부하고 30대 40대에 일해왔던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네요. 전혀 다른 일을 꿈꾸며 준비하는 분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 걱정도 앞서지요. 전에 했던 것에 비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그래서 더욱 용기 내는 분들이 대단해 보여요.

 

방송작가로 오랜 기간 일해오던 작가는 40을 눈앞에 두고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영국에 가서 정원을 공부하고 오게 되지요. 초등 5학년 6학년 연년생 딸과 함께 떠나요. 살던 집을 처분하고 유학길에 오르다니...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해요. 3년을 예상하고 떠났는데 6년이 걸려 돌아오게 되었다고 하네요.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온 그녀의 새로운 인생이 기대됩니다.

책에 나오는 사진을 먼저 봤는데, 아름답고 고요한 정원 사진들이 눈길을 끌어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 보이는 듯한 정원의 모습이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움, 남편과 딸들에 대한 깊은 사랑, 앞으로 살아갈 힘에 대한 것들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어요. 작은 딸과 함께 떠난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이야기가 가장 돋보이지요. 영국의 환경보전 지역인 그곳의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 거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마구잡이로 개발하지 않고 소박한 모습을 끝내 갖고 있는 그곳에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진저브레드를 만들어 팔았던 세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되었어요. 우리나라 같았으면 원조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빵집이 생기고도 남았을 텐데, 여전히 딱 하나의 가게만 운영되고 있다니,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서른 다섯에 엄마를 잃은 작가의 마음이 아련하게 전해져요. 우리는 부모님이 영원히 살아서 내 곁에 있을 거라 기대하지요. 언제 떠날지 감히 상상도 하지 않고요. 그러나 영원한 것을 없다는 말이 떠올라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마음이겠지요. 그래서 작가는 미련없이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두 딸에 대한 마음도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딸을 사랑하지만 서로 마음속을 들여다 보지 못하며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지요. 딸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리고 여러가지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감동적이었어요. 동화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려요.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욕심없이 삶을 마무리 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듯해요.가족에 대한 생각도 다시 정리했어요. 왜 가족이 필요한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그들과 살아야 하는지 진심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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