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사는 닮은 사람을 만나면 위안이 되지요. 또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독특한 이웃을 만나면 새롭고 신기하고요. 결국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배우며 살 수 있다는 거예요. 모자라 보이는 사람에게도 본받을 점이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실망할 수 있는 요인은 분명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요. 처음에 쑥쓰럽고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낄 수 있는 친근함과 든든함이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지요.

 

 

샘터 잡지를 받아들면 먼저 읽고 있던 책을 살짝 치우고 부지런히 펼쳐 봐요.  그리고 후르륵 책장을 넘겨 봅니다. 제일 눈에 띄는 기사를 찾아요. 제목만 봐도 이끌리는 글이 분명 있어요. 이번 달에는 어떤 글이 내 마음속에 오래 남게 될까 기대되지요. 2월호에서는 서민 교수님 글이 당첨되었습니다. 기생충 이야기가 저의 관심을 이끌었어요. 내시경을 했는데...30센티짜리 회충이 나왔고..암컷이라서 이름을 '회순이'라고 부르고..서민 교수님다운 유쾌한 글이었어요. 우리 뱃속에 살고 있는 기생충들을 무지 사랑하며 사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벌레, 기생충, 회충, 세균...다 싫어요.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지요. 그런 징그러운 생물체를 평생 연구하며 사랑하며 사시는 분이라니..낯설면서도 괜히 관심이 가네요. 기생충 이야기로 시작해서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불켜진 커피숍에 빗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글이 제 마음을 크게 들썩이게 만드네요.

 

 

그리고 나서 다시 책장을 넘기다 보니 법륜스님의 글이 보였어요. 평소에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시는 글을 구독해서 보는데 ...매일..어쩜..제 마음과 고민을 알아주시는지..짧은 글이지만 하루 종일 마음속에 담고 사는 날이 종종 있어요. 그만큼 글이 솔직하면서도 감동적이에요. 법륜스님의 이번 글 역시 제 마음을 움직이게 했어요. 평소에 텃밭 농사를 짓고 사시는 저희 부모님께 매번 잔소리만 하면서..내년에는 농사를 줄이라고..아예 농사짓지 말고 사드시는 게 낫다고..말로만 했는데,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바로 깨닫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진정 바라시는 게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고요.나이드신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힘들어 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제가 나서서 해결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그런 행동과 생각들이 제 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어요. 진심으로 부모님을 위해서 하는 걱정과 고민이 아니었어요. 법륜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앞으로 저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겠다는 다짐도 했어요. 글 한 편이 메마른 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양인자 선생님의 글도 깔깔 웃으면서 읽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공감이 되었어요. 20년 전에 읽었던 책을..심지어 그 이후에 다시 펼쳐보지 않았던 책까지도..내 자신을 읽은 책으로 여기고 있더라고요. 내용은 물론 주인공 이름까지 가물거리는 책을 ..다 읽은 책으로 생각하고 있다니..그것이 얼마나 부족한 생각인지 알게 되었고요.어려서 읽었던 동화의 한 장면을 '양인자 어린이'와 '양인자 할머니' 의 입장에서 표현한 문장을 보면서 한참 웃었어요. 너무 너무 공감되었거든요.

 

그리고 구스점퍼가 유행인 요즘..눈에 띄는 글이 있었어요. 제 주변에 있는 중고등 학생들이 경쟁적이로 구입해서 입고 있는 캐나다 구스 점퍼의 가격은 100원을 훌쩍 넘겨 200만원에 육박하더라고요. 실제 오리털을 사용한 것도 많다는데..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점퍼에 사용되는 털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산채로 털을 뽑고 자라면 또 뽑고..항생제를 계속 투입하면서 그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다고 하네요. 너무 끔찍하지요. 구스 점퍼 사달라는 철없는 아이들, 어른들에게 이 글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엄마의 잔소리와 누군가의 조언에도 끄덕하지 않던 꿋꿋한 내 마음을 짧은 글 한 편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가볍고 부담없는 책 한 권이지만 하루의 일상을 꽉 채워주는 훈훈함을 지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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