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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비둘기를 보면 흠찟 피하게 되는데, 이젠 비둘기가 다르게 보일 듯해요. 비둘기들의 세상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처음엔 비둘기들의 고충을 말해주는 동화인가 싶었는데 가만히 읽다보니 비둘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인간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해등 작가의 주옥같은 동화 네 편이 실려 있는 동화집이에요. 이 중 <발찌 결사대>는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어딘가 갇혀 사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살아갈까요. 꿈은 있을까요? 미래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올까요?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야하고 내 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아마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렵겠지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벌을 받아야하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할 때는 무척 우울할 듯해요. <발찌 결사대>에 나오는 비둘기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고 마는 편과 남의 눈치를 보면서 상대를 괴롭히며 살고 있는 편입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초록목이 죽은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는데..역시 동화는 다시 한번 희망을 주네요. 날개가 퇴화되고 불임이 되게 하는 먹이를 먹고 살아야 했던 비둘기들이 가엾어요. '구구뒤뚱법'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살았던 비둘기의 삶은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았어요. 닭둘기라는 말이 재미있게 들렸는데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슬픈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우리도 누가 시키는 일만 하고 눈치만 보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포기하며 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주는 먹이를 먹고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을 늘 허전할 듯해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삶이 아니고 다른 이가 꾸며낸 가짜같은 인생이지요. 고통이 따르고 위험이 따라오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더 행복해지는 비결이 아닐까요.

다른 동화인 <마술을 걸다>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예쁜 여학생을 좋아하는 소년의 수줍은 고민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아무 이유없이 상대에게 관심갖게 되지요. 처음엔 뭔가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게 되겠지만, 사랑은 한번 빠지면 어떤 이유로도 쉽게 헤어나오기 어렵지요. 세탁소 집 막내 늦둥이 만수는 참 건강하고 밝은 아이네요.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을 가진 아이라서 유리와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게 될 거라 믿어요. <운동장이 사라졌다>는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해준 동화네요. 내 소중한 물건을 운동장에 버리고..괴물같은 것이 나타나고..더이상 운동장은 운동장이 아니고..계속 벌어지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진실이 숨어 있어요. 네 편의 동화 모두 아이들의 순수함 마음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