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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소녀 ㅣ 샘터어린이문고 37
정수윤 지음, 김유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어려움을 겪어봐야 철이 든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만약 유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할머니에게 투덜거리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철없는 아이로 지내고 있었을 거예요.모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없애버려야 푹 잘 수 있을 만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편견을 깰 수 있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네요.
저도 모기를 싫어해요. 윙..날아다니는 소리조차 싫어요. 자고 있는데 모기가 날고 있는 소리가 들리면 불을 켜고 벌떡 일어나서 끝장을 봐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어요. 야외활동을 해야하는 날에는 온몸에 모기퇴치약을 뿌려야 마음이 놓여요. 요즘은 모기 쫓는 천연향료 스프레이가 나와 있더군요. 효과도 좋고요. 모기를 정말 싫어했는데..동화를 읽고나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모기가 왜 사람의 피를 빨아먹여야 했는지 알고 나니 ..앞으로도 모기를 손으로 꾹 눌러서 죽일 수 있을지..망설여질 듯해요.
유리는 하루 하루 지겹고 재미없게 보내고 있었어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보살펴주시는 할머니에게는 무뚝뚝하게 굴었어요.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듯 다니는 무수한 아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겠지요. 그런데 어느날...오두막에 들어가는 순간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만일 오두막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좋았을까요.

운명의 장난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벌어진 일인 것 같기도 하고...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요.유리가 무사히 엄마의 품에 돌아갈 수 있을지 두근두근 하며 책을 읽었어요. 하필 날아다니는 모기를 죽이게 되고...모기가 되버려요. 너무 황당하지요. 다시 사람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 반..혹시 무슨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반..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바퀴벌레 아저씨를 만나고..아줌마를 만나고...잠자리 소년을 알게 되고 무당벌레와 친해지고. 유리에게는 너무 너무 낯설고 상상이상의 일들이 찾아옵니다.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왕벌을 만나게 되고..또다른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됩니다.
작은 모기 한 마리 쯤이야, 숲에 사는 기어다니는 벌레 정도야, 개구리 한 마리라면, 하물며 모기가 낳은 알 쯤이야..우리가 무심코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하는 절실한 순간일 수도 있어요. 숲 속에서 만난 아기새를 구하던 유리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유리의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른 깨어나라...빨리 일어나..조마조마 하며 읽었어요. 과연 구슬 100개를 채울 수 있을까..걱정도 되었고요. 유리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가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요. 유리가 다시 인간이 되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아이가 될지..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