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불안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품고 사는 아이들

열다섯, 비밀의 방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55
조규미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열다섯 소녀는 걸어다니는 폭탄이지요.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후폭풍이 고스란히 몰려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두근거리는 순간, 소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겨요. 그들만의 세계는 독특해요. 불안하지만 설렘을 안고 있고, 막막하지만 뭐든 할 수 있는 시기예요. 성장하면서 가장 복잡한 마음과 싸워야 하는 시절이지만, 풋풋하고 아름답지요. 아쉬운 건, 그 시절의 아름다움은 나중에,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깨닫게 된다는 거예요.

 

나만 힘들고, 내가 제일 불쌍해 보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밉고, 가족들은 웬수같고, 친구들이 인생의 전부같으면서도 늘 경쟁하고 작은 것에도 민감해지는 시간들. 어른이 되는 건 쉽지 시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에요. TV를 통해서 듣고 보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하지만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는 현상, 동성을 사랑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하게 살 수 있었다면 훨씬 행복하고 달콤했을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하지만, 그냥 주어지는 행복은 없나 봅니다. 서하의 사랑을 거부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과정이 참 힘겨워 보였습니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오묘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나와 닮은 사람, 나와 똑같은 친구같은 아이, 도서관의 어두운 방에서 그 아이를 만나게 되고, 나와 영혼까지 닮은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낯설지만 공감되는 이야기였어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늘 꿈꾸는 일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네요..뭐지?...설마...씁쓸해집니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늘 옳은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 모습을 떠올려봤어요. 꼭 해야하는 일을 하지 못할 때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지요. 올바른 것이 뭔지 알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정말 어려워요. 행동으로 옮겼을 때 따라오는 불편한 일들이 두려워서겠지요. 그래서 진수의 망설임이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었어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름다워요.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했을 때, 그가 겪을 불이익이 함께 떠오르기에 그의 결정은 훌륭해 보이지요.

 

충분히 자란 듯하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담은 '마마보이와 바리스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풋풋한 사랑이 예뻐보이기도 했고요.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너무 바쁘지만 외롭기도 한 아이들의 이야기, 당장 도와줄 수 없지만, 그들을 이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봐 준다면 조금이라도 살아갈 힘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건드리기 두려워 늘 멀리서 지켜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만나보니 또다른 느낌이 들어요. 우리가 보듬어줘야 할 소중한 대상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