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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 장발 ㅣ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동물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하겠죠.장발처럼 속도 깊고, 다른 이들 마음도 헤아려줄 수 있는 강아지라면...단짝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쁠 거예요. 장발은 겉모습도 특별하지만 마음과 행동이 더욱 돋보이는 강아지입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빛이 날 만큼 눈에 띄네요.같이 태어난 형제들 사이에서는 왕따로 통했지만, 결국 목청씨네 집에 오래 오래 남아있을 수 있었던 강아지는 장발이에요. 목청씨는 장발의 주인입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 커서 목청씨라고 불러요. 둘은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서로에게 없어서 안되는 소중한 존재예요.

장발이 목청씨네 마당에서 평생을 살면서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형제들과 헤어지면서 세상의 참맛을 보게 되었고, 하얀 개를 오다가다 만나면서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낳은 아가들을 또 떠나보내면서 세상의 쓴맛을 알게 됩니다. 목청씨는 어쩔 수 없는 사정때문에 장발이 낳은 새끼들을 팔아 버려요. 도둑 맞기도 하고요. 내 자식을 눈앞에서 잃어버리고 평생 만날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다니...장발의 운명은 가혹해 보였어요. 오죽하면 목청씨를 물어버리기도 했답니다.

둘 사이는 아버지와 아들만큼 가까워 보였어요. 서로의 아픔을 챙겨주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몸이 아프고 늙어버린 목청씨의 삶을 지키보면 인생의 쓸쓸함을 느낄 수 있어요.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힘도 부족해지면서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요. 목청씨네 담에 살던 늙은 고양이도 그래요. 처음에는 장발과 자꾸 부딪히고 얄밉게 행동했는데, 고양이의 삶 역시... '훌륭한 경험을 못해서 말이 많다'라고 늙은 고양이를 한심하게 봤던 장발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요. 쓸데없이 말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역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어른스러운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말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크게 생각없이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장발이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저에게는 끝까지 깊게 남은 한 마디였습니다.
황선미 선생님의 글을 참 맛깔스러워요. 문장도 깔끔하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세련되고요.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써보고 싶은 부분도 많고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어쩜, 동물과 인간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놓았을까...감탄했는데, <푸른 개 장발> 역시 감동적이에요. 모든 걸 이해하고, 누구든 받아들이면서 죽어가는 장발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