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픈데,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 그런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믿어지지 않고요, 믿고 싶지도 않아요. 아무 이유도 모르고, 미래도 모른 채,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40여일을 버티며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들의 삶이 너무 슬프고  답답해요. 엄마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멀쩡했던 아들이 눈앞에서 죽어버리는 아픔을 겪은 어머니를 보면서 ..인간이 최소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보장되지 않은 채 끌려다닌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와 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해가 되고, 충분히 그럴만 했다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면 좀 덜 슬펐겠죠.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관심가져야 할 거예요.까레이스키라는 말은 TV에서 가끔 봤어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 그런데 우리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 까레이스키 2세 3세들은 더이상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사람이라고 하기에 낯선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들이 왜 우리 땅을 떠나야했고, 시대를 잘못 만나 오해를 받고 운명을 달리하고, 늘 쫓기 듯 살아오면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을지 ..가슴이 아프네요. 여전히 그들의 입장이 불안정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워요.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고, 죄를 지었다면 충분히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까레이스키의 삶과 역사는 우리에게 외면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들이 힘든 생을 살았다는 걸 몰랐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러시아 땅에 살게 되었고 그곳에 뿌리를 내려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정도만 알았어요. 일본에게 당하고 소련에게 당하며 죽음과 삶을 오가는 처절한 인생을 살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너무 미안한 일이네요. 동화가 가족을 잃어가는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요. 엄마, 오빠, 할아버지, 아빠...모두 사연이 깊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큰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비극은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 듯해요.

 

동화 오빠인 동식이 친구 명철을 눈앞에서 잃어버리는 장면은 아직도 떠오르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함흥댁의 저주를 받으면 조금씩 죽어갔던 동식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분명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데 큰 슬픔을 겪어야 하는 운명, 아무리 노력해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허무함...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어요. 이제는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히 알고, 누가 피해자고, 어떤 이유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 밝혀졌지만,세월을 흘렀고, 그들의 삶은 이제 끝났기에 더 큰 안타까움을 낳아요.

 

동화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태석이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운명은 이리도 질기고 무서운 것인가...원망과 후회와 답답함이 밀려왔어요.그들이 다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척박한 땅에서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강한 사람들인지 또한번 알게 되었어요.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죠.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간을 떠올리면서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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