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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앤의 꿈 ㅣ 일공일삼 78
캐더린 스터 지음, 마조리앤 와츠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평점 :
동화책을 읽는 내내 매리앤의 병을 뭘까 너무 너무 궁금했어요. 오랜 기간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야 했던 소녀의 이야기가 혹시 비극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두근거렸고요. 매리앤의 꿈친구였던 마크의 병명도 알고 싶었어요. 혹시 마크가 아파서 영영 떠난다면 매리앤이 크게 실망할 것 같았거든요. 깔끔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동화였습니다.
매리앤의 꿈속이 자꾸 그리워졌어요. 이번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 마크와 만날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또 뭐지?
처음 매리앤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심심함을 달래는 놀이쯤으로 여겼어요. 하지만 매리앤의 꿈속에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걸 보면서 조금씩 기대가 늘었어요. 마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지, 오늘은 뭘 그려서 새로운 생활을 경험할 수 있을지, 책을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들이 현실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역시 궁금했고요. 어쩌면 마크는 매리앤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매리앤이 그리는 대로, 바라는 대로 현실은 흘러갔어요. 설마 매리앤이 마크를 건강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고요.그들이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내고, 무서운 것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뿌듯했어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당당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요.

매리앤이 그린 이층집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요. 계단, 자전거, 바닥에 놓인 소시지, 통닭....
걸을 수 없었던 마크의 모습도요. 늘 창가에 앉아 밖을 쳐다보며 지냈던 아이.
병마와 싸우며 시간과 싸우며 힘겹게 지냈던 매리앤에게 스케치북과 꿈은 희망을 안겨주는 친구였어요. 만약 그것들이 없었다면...매리앤은 따분하고 심심하고 우울했을 거예요. 누군가의 삶을 궁금해하고 안부를 묻고,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이 참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보였어요.
동화는 은은하고 뽀얀 빛을 갖고 있어요. 뭔가 잡힐 듯, 알 듯, 모를 듯, 몽롱함도 느껴져요. 꿈과 현실을 오고가는 구성때문이겠죠. 매리앤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마크가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들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었던 선생님이 떠나버렸기에 그들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졌어요. 혹시나 그들이 만나서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해봤는데...그 부분이 참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래서 잔잔한 여운이 남고요.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현실과 이어질 것 같은 간절함이 동화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