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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우 이야기 ㅣ 동화 보물창고 5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저희 집에도 굴러다니는 곰인형이 있어요. 가끔 안아주고 눌러보기도 하고 톡톡 두드려주기도 해요. 세탁기에 넣어 빨아줄 때도 있고요. 그냥 토실토실하고 부드러운 인형인 줄 알았던 곰이 숲속 주인공이 되어 흥미진진한 일상을 공개합니다. 제각각 개성넘치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요. 깔깔 웃게 되기도 하고, 그들의 순수함에 미소짓게 되기도 합니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 약간 소심해보이지만 역시 순수함이 넘치는 돼지 피글렛, 요리조리 머리굴리는 당나귀 이요르, 귀여운 토끼와 잘난척 하는 올빼미, 그리고 모두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면서 의리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로빈...이들이 펼치는 숲속이야기는 상상 이상이에요. 어찌나 순박하고 귀여운지,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아기같았어요. 실수 투성이고,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는 그들이 겪는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씩씩하고 모험적이에요. 북극으로 탐험을 가겠다고, 푸우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동물들을 보면서 슬그머니 웃게 되네요. 탐험인지, 팜험인지도 모르고, 식량인지 먹을 거리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북극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나서는 친구들이 정말 순수하게 다가 왔어요.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만, 떠나려고 했던 그 원대한 마음만은 인정해줘야 할 듯해요.

당나귀 이요르의 생일을 준비하면서 선물을 챙기는 모습도 재미있어요. 최선을 다해 선물을 준비하는 듯보이지만, 뭔가 부족해보이고, 실수투성이고, 아쉬움이 남았죠. 하지만 그건 어른인 제가 보는 관점이었고, 실제 동물친구들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어요. 기대했던 선물이 찌그러지고 망가지고 없어지기까지 했지만 누구 하나 섭섭해하고 원망하지 않았어요.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세상처럼 보였어요.
곰돌이 푸우가 너무 많이 먹어서 토끼네 집 문에 끼었던 사건도 기억에 남아요. 몸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푸우를 상상하면서 웃게 되네요.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오지만, 여전히 먹는 걸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캥거루와 그의 아기 '루'를 숲에서 쫓아내려고 했던 사건도 있었어요. 왜 쫓아내려고 하나...한참 생각해봤는데,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보여요. 그냥 친구들의 장난처럼 보였거든요. 남의 아기를 바꿔치기 해서 빼앗으려고 했지만, 엄마인 캥거루조차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어요. 대신 '루' 대신 주머니에 있었던 피글렛에게 엄청난 복수를 했어요. 이 장면이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꼬리를 잃어버린 당나귀 이요르 이야기도,피글렛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도 결국 잘 극복해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어려움도 척척 넘길 수 있게 하네요. 크리스토퍼 로빈과 그의 동물친구의 이야기는 때가 묻지 않았어요. 심심한 듯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편안하게 미소지을 수 있어요. 너무 허둥대지도 않고, 너무 똑똑한 척도 안 하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서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