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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주디는 너무 예쁜 아가씨입니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투명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죠. 사람관계에서 계산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만큼 따라가면서 진심으로 대해요. 키다리 아저씨도 주디의 그런 매력에 푹 빠지지 않았을까요.
저는 책을 읽는 동안 키다리 아저씨를 상상해 봤어요. 외모나 마음씨, 하는 일이 자꾸 바뀌었답니다. 머리가 벗겨진 50대 아저씨일 거라고 확신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훤칠한 훈남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주디에게 절대 답장을 해주지 않는 걸 보면서 고지식한 노인을 상상해 보기도 했고요.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마음도 메마르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굳어졌을 텐데..대학에 들어간 주디는 어느 평범한 집 출신 여학생들보다 발랄하고 귀여웠어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세상의 맛을 보면서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주디는 당당하고 아름다웠어요. 자신의 생각을 씩씩하게 말할 수 있었고, 늘 긍정적이면서도 밝았어요. 지진으로 열 명이 넘는 가족을 잃어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또 다른 가족을 찾아나설 거라고 스스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만큼 슬픈 생각은 떨쳐버리고 지금 당장의 행복과 밝은 미래만 생각하면 살고 싶다는 마음이겠죠.
나를 믿고 후원자가 되어 준 사람이 누굴지, 너무 너무 궁금했을 것 같아요. 답장은 없었지만, 주디가 아플 때 꽃을 보내고,아저씨가 원하지 않은 휴가를 가려할 때 비서를 통해서 명령을 보내기도 했죠. 왜 반대했을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라도 그곳으로의 여행은 막았을 듯해요.

1912년에 처음 출간된 <키다리 아저씨>가 이제 100년이 되었네요. 당시 후속편도 나오고 영화나 연극으로도 만들어질 만큼 인기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작가의 일생을 읽어보면서 너무 슬펐어요. 행복하게 살다가 결혼을 하고, 첫딸을 낳고 바로 세상을 떠났다는 게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주디를 보면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떠올려 볼 수 있었는데, 그녀의 인생이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주디가 말했어요. 사람들은 인생을 경주하 듯 살아간다고요. 헉헉 숨차게 달리다가 ..남는 건 늙은 몸과 마음일 수도 있다고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과거에 매달려 있고, 미래를 불안해 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놓친다고 했어요. 정말 맞는 말이죠.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께 보낸 편지들을 엮어놓은 책입니다. 4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일들, 생각들, 만난 사람들이 나와요. 주디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어요. 천방지축 발랄한 여학생이었는데, 졸업할 무렵, 그녀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 있는 듯했어요.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찾게 됩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살짝 당황하게 되네요. 설마 그사람이...읽으면서 몇 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사람 저사람 떠올려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디에게 무슨일이 생길까. 오늘은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