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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씨와 유쾌한 씨 ㅣ 넝쿨동화 2
최형미 지음, 김언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2년 6월
평점 :
좋은 대학 나와 번듯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와 건물 한쪽에서 작은 구둣방을 경영하는 사람 중에 누가 행복할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죠. 겉보기 번지르르한 것과 속이 꽉차서 알찬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비싼 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사먹을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 모두 행복을 느끼며 사는 건 아닐 거예요. 남들이 보기에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가져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기 어렵겠죠. 늘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칠 거고요.

명랑한 씨는 도시에서 치과를 하고 있는 의사선생님이에요. 외모도 괜찮고..실력도 좋은 선생님이죠. 하지만 웃을 줄 모르는 분이에요. 항상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단단하게 무장하죠.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과도 대화를 나누기는 커녕, 웃으면서 인사도 안 해요. 자신이 정한 규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것에 맞춰서 하루 일상을 보내요. 규칙에서 벗어나는 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고요. 가족인 어머니와 연락을 안 하고 산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하네요.
반면에 구두수선을 하는 유쾌한 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싱글벙글 긍정 바이러스가 만땅인 아저씨예요. 싸울 일이 있어도 헛헛 웃고 넘어가고요. 실수를 해도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그냥 웃고 지나가요. 깐깐하지도 않고, 규칙에 얽매여 답답해보이지도 않아요. 그래서 유쾌한 씨 곁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듯해요.

명랑한 씨와 유쾌한 씨 중에 누가 더 잘 사는 것 같나요? 언뜻보면 치과의사인 명랑한 씨가 더 많이 가진 것도 같고, 그래서 행복할 것 같기는 하죠. 서로 바라보면서 누가 더 상대를 부러워하게 될까요? 책을 읽다보면 의외의 일이 벌어져요. 돈이 많아보이고,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닌가 봅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포장마차 앞에 서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는 그림을 보면서 흐뭇해졌어요.
혼자만 잘 사는 건 별 의미가 없는 삶인가 봐요.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는 것보다는 자신 스스로 만족하면서 지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듯해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사는 삶은 의외로 재미없을 것 같아요. 명랑한 씨를 오랫동안 가둬놓았던 '더더병'이 없는지 스스로 돌아봐야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