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모두가 노력해야겠어요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ㅣ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왕따 당하면서 괴로워하고, 친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아니면 스스로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서 자살하는 아이들이 가끔 뉴스에 나와요. 기가 막힌 일이죠. 엄마들은 그런 기사를 보면 가슴이 무너져요. 곱게 길렀던 내 아이를 죽게 한 무언가를 향해 엄청난 분노도 생길 거예요.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작은 손길을 내밀기만 했어도 그 아이는 떠나지 않았을 텐데...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왕따문제를 아이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풀어낸 동화책입니다. 수민이를 보면서 마음이 찡하면서도 자꾸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렇게 밖에 못할까? 답답하고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수민이는 겨우 5학년이라는 걸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나에게 닥쳐오는 일들을 쉽게 받아치면서 넘길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수민이의 고민이 남의 일같지 않았씁니다. 처음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으면...민석이 패거리를 우습게 생각하면서 무시했으면...그런 바람을 가져봤지만, 막상 내가 닥치면 수민이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남의 일은 쉽게 보여도, 나에게 닥친 일은 정말 절실하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순간 순간 울컥 화가 났어요. 민석이가 하는 행동, 그 똘마니들이 하는 막돼먹은 짓들, 무엇보다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대현이와 수민이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랬죠.  하은이처럼 당당하게 맞서면 못된 놈들이 함부로 건들지 않을 텐데...왜 그걸 못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들이 가엾어보였어요. 대현이가 왕따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난 기억을 아프게 떠올리는 수민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결의까지...

"안 돼, 하지 마"

한번 시작하면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말인데, 우리 아이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나 봅니다. 문선이 작가님이 어떻게 풀어내실까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 좋은 방법을 알려주시네요. 선생님이 반 학생 모두 앞에서 설명해주시는 장면이 제일 통쾌했어요. 선생님도 어찌 보면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일 뿐이라, 아이의 아픔을 모두 받아주고 다독여줄 수 없었을 텐데...그래도 용기를 내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꼭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단호한 말 덕분에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어요.

문제있는 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민석이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수민이는 왜 그리 나약하기만 한 건지..왜 아이들은 무관심하고 뻔뻔한 건지...모두 원인을 찾다보면 어른들의 문제로 모아져요.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꼭 알야야 할 듯해요. 왕따는 범죄라는 것! 꼭 기억해야겠어요. 여러가지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누구든 겪을 수 있고,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에 절대 쉽게 넘기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더이상 아이들이 왕따로 괴로워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슬픔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