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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ㅣ 클래식 보물창고 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민예령 옮김, 노먼 프라이스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6월
평점 :
벤보 제독 여관의 음침한 기운이 아직까지 느껴지네요. 어머니와 아픈 아버지, 호킨스라는 소년이 살고 있는 곳이었죠. 그곳에 낯선 손님 하나가 찾아와요. 생긴 것도 말하는 것도 하는 짓도 전부 괴팍하고 거칠었어요. 어떤 보따리 하나를 들고 왔는데...거기에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들어 있어요. 낯선 손님은 어떤 배의 선장이었고...그를 찾아 이상한 사람들이 꼬여들면서 호킨스는 별별 경험을 하게 됩니다.
초반부도 꽤 흥미진진해요. 장님이 괴팍한 선장을 찾아오고, 럼주를 몸에 들이 부으며 마셔대던 선장이 죽고...장님과 그의 패거리들이 쳐들어와 싸움이 나고...장님이 죽고...여기까지 읽으면서 손에 땀이 날 뻔했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진짜 손에 땀이 나요. 여관에 머물던 선장의 짐보따리에서 보물섬 지도를 찾아내고..의사 리브시와 지주인 트렐로니 스몰릿 선장, 다리 한쪽이 없는 존 실버, 그리고 뱃사람 여럿이 떠나요. 보물을 찾으러요.
처음에는 배를 탄 사람 모두 마음이 맞는 듯했어요. 하지만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경쟁과 음모가 숨어있었죠. 존 실버라는 사람이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서 패가 갈리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면서 싸움을 벌이죠. 배 안에서 일어난 전쟁같은 일은 끔찍했어요. 함께 꿈을 쫓아 떠나왔던 동료지만, 총과 칼을 겨누는 웬수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깔끔한 문체가 복잡한 이야기를 잘 이끌어요. 배 위에서 벌어진 사건들, 보물섬을 찾아 그곳에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 보물을 찾고 배신자들을 처치하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하고 있어요. 해적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별로 무섭지고 않고 은근히 아기자기 해요. 가끔 작가가 우리에게 묻듯이, 말하듯이, 여러분 ~ 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마침 긴장하고 있던 순간, 작가가 끼어들면 슬그머니 웃으면서 그 다음 순간을 기다리게 되네요.
보물섬에서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면서 보물을 차지하려고 하는 이야기, 배를 빼앗고 뺏기는 과정, 통나무 집의 주인이 바뀌는 부분, 호킨스가 존 실버의 포로가 되는 장면...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리브시 선생이 끝까지 보여준 따뜻한 모습도 기억에 남고요. 마음속으로 존 실버를 빨리 처치해버렸으면 했는데, 역시 정의를 아는 인물들은 함부로 총칼을 쓰지 않더군요. 나쁜 마음을 먹은 인물을 결코 잘 될 수 없다는 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호킨스는 정말 똑똑해요. 저같으면 무서워서 덜덜 떨었을 텐데, 목숨을 걸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어요. 무심코 벌인 모험같은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었기에 그의 모험을 빛을 발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어요.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착한 사람들은 무사할까? 보물을 찾는데 크게 공헌한 사람이 하나 있어요. 치즈를 엄청 그리워했던 사람인데...그의 존재가 은근히 유쾌하면서도 든든하답니다. 나서야 할 때 나서고, 나서면 안되는 때에도 또 나서고..모험은 용기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이죠.